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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미 Dec 13. 2022

초보 공무원에게 들려주는 보고서 꿀팁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

공무원은 보고서로 말한다.


공무원이라면 한 번쯤 들어 봤을 말입니다. 저 역시 입직 이래 보고서의 중요성은 상사와 선배들께 수도 없이 들은 것 같습니다.

어떤 공무원을 가리켜 "저 사람 일 잘해"라고 할 때, 십중팔구는 보고서를 잘 쓰는 사람을 말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렇게 다들 중요하다고 하는 보고서, 하지만 신입 공무원에게 그 누구도 친절하게 보고서 쓰는 법을 알려주지 않습니다. 팀장님께서 추천해 주신 보고서 작성법 책(지금 기억나는 것은 '대통령 보고서', 좋은 책이지만 어느 정도 보고서 경력이 쌓인 분이 읽어야 좋을 것 같습니다)을 읽어 봐도, 쉬운 이야기 같은데 적용하기가 참 쉽지 않습니다.


저는 이제 보고서의 발걸음을 내딛는 새내기 공무원들에게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라는 팁을 드리고 싶습니다.


"모방? 그거 표절 아니야?"


라고 생각하시는 분이 있을 수도 있겠습니다만, 제 말은 보고서 내용을 베끼라는 것이 아닙니다.


바로 보고서의 양식을 모방하라는 뜻입니다.


공무원 보고서에서 내용보다 먼저 중요한 것은 보고서의 형식입니다. 아무리 내용이 좋아도, 형식이 갖춰지지 않은 보고서는 공무원 세계에서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없습니다(사실 형식이 갖춰지지 않았는데 내용은 좋은 보고서는 이제까지 본 적이 없습니다). 반대로, 내용은 조금 부실하더라도 형식이 갖춰진 보고서를 들고 간다면 여러분의 상사는 '꽤 애썼네.' '신입인데 제법이네. 열심히 했네.'라고 생각할 것입니다.


신입 공무원에게 보고서의 형식을 갖추는 것만큼 어려운 것은 없죠. 그래서 저는 '모방'을 추천드립니다.


저의 경우는 선배나 동료 분들이 먼저 샘플 보고서 몇 개를 공유해주신 적이 있었습니다. 만약 샘플로 삼을 만한 보고서가 없다면, 온-나라의 문서등록대장을 살펴보면 선배 공무원들이 쓴 보고서가 올라와 있을 것입니다. 과/팀에서 '일 좀 한다'고 알려진 분이 기안한 문서를 샘플로 삼으면 좋을 것입니다. 그런 보고서를 여러 개 다운받아 둡니다.


저는 보고서를 크게 세 분류로 나눠서 저장해 두었습니다. 요약보고, 행사 계획보고와 같은 1~2페이지 보고서 / 참고보고, 현안보고, 간단한 정책보고와 같은 3~7페이지 보고서 / 10페이지 이상의 정책보고서로 말입니다.


그래서 과장님이 'OO를 1-2페이지 정도로 정리해 오세요'라고 하시면, 다운받아 둔 보고서 파일을 엽니다. 그리고 제목, 본문의 글자만 살살 지우고, 제가 써야 할 내용을 담는 겁니다.


이렇게 하면 좋은 점은 "어떻게 하면 보기 좋은 보고서를 쓸 수 있는지" 자연스럽게 깨달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신입 공무원이 제목, 본문, 참고사항의 폰트, 글자크기, 줄간격 등을 상사의 입맛에 맞게 맞추기란 참 어려운 일인데, 선배가 미리 이런 작업을 마쳐 놓은 보고서의 형식을 이용하면 많은 고민을 덜 수 있습니다. 이렇게 모방을 오래 하게 되면 스스로 보고서를 보는 눈도 생기게 됩니다.


부가적인 팁으로 "한글 단축키를 몇 개만 외워둬라"는 팁을 드리고 싶습니다. 한글 단축키는 보고서를 쓰다 보면 안 쓸 수가 없어 자연스럽게 알게 되는 부분이기도 하지만요. 구글에 '한글 단축키 모음'을 검색해서 적당한 파일 하나를 프린트해서 책상 옆에 붙여두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자간 줄이기, 자간 늘이기부터 자연스럽게 알게 되실 텐데요, 한글 단축키는 보고서 작성 시간을 많이 단축시켜 주는 고마운 존재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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