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 생활에 첫 발을 내딛은 초보 공무원이라면, 공문 기안하는 법부터 업무에 필요한 규정, 유관기관 담당자 연락처까지 하나하나 주변 분들에게 물어 알아내야 하죠.
일하는 데 필요한 내용은 전임자나 선배 공무원들이 당연히 알려줘야 하는 거 아니야? 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제 경험상 신규 공무원이 들어왔을 때 뭔가를 묻기 전에 친절하게 알려주는 경우는 거의 없더라구요. 질문이 잔뜩 생겨서 뭔가를 물어보려고 해도, 너무나 바빠 보이는 주변의 사무관님, 주무관님들께 말을 꺼내기가 쉽지 않습니다.
꼭 초보 공무원이 아니더라도, 공무원은 다른 부서/기관의 협조를 얻어 수행해야 할 업무가 많습니다. 저는 사업부서와 총괄부서를 모두 경험해 보면서 어떤 분의 협조 요청은 기꺼이 도와주고 싶어지는 반면에, 어떤 분의 협조 요청은 받자마자 짜증이 나는 경험을 했습니다(보통 이런 류의 요청은 소극적으로 대응하게 되죠).
그렇다면 제 경험상 다른 담당자에게 협조를 요청할 때 도움이 되었던 팁을 공유하겠습니다.
1. 꼭 필요한 내용은 찾아가서 직접 얼굴을 마주하고 물어보자.
2. "~까지는 제가 알아봤는데/작성했는데" 로 시작하자.
3. 일방적/지속적인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면, 가끔 소소한 선물을 챙기자.
1. 꼭 필요한 내용/도움을 받아야 할 내용은 찾아가서 직접 얼굴을 마주하고 물어보자.
1번 팁은 제가 첫 팀에 발령받았을 때, 제 또래였던 옆자리 주무관님께서 귀띔해주신 팁입니다. 그러고 보니 제가 대학교 때 사회심리학 수업을 들었을 때도(저는 대학에서 심리학을 전공했습니다) 교수님께서 비슷한 말씀을 하셨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좋은 사람으로 보여지길 원한다고 하죠.
그래서 사람은 누군가의 부탁을 면전에서 거절하기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사실 전화로, 메일로, 또는 메신저로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편합니다. 하지만 꼭 도움을 받아야 할 경우, 가장 좋은 방법은 직접 찾아가는 것입니다. 적극적이고 성실하다는 인상까지 덤으로 얻을 수 있습니다.
찾아가서 예의바르게 인사와 자기소개(OO과/팀의 OO입니다.)를 하고, 당신의 도움이 꼭 필요하다는 점을 설명하면 웬만해서는 쉽게 도움을 주시기 마련입니다.
저는 올해 초에 자문위원으로 다른 부서 담당자들을 모셔야 할 상황이 있었는데, 규정상 같은 부처 내에서는 자문위원을 위촉해도 제가 아무 보상을 드릴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순전히 다른 분들의 호의에 기대어 시간을 내 달라고 부탁드리는 상황이었죠. 말을 꺼내기도 죄송스런 상황이었지만, 부서를 하나하나 찾아가서 부탁드리니 많은 분들이 선뜻 도움을 주셨습니다. 그래서 이 '직접 찾아가는 전략'이 효과적이라는 것을 체감할 수 있었죠.
경력이 조금 쌓이면 도움을 요청받는 입장이 되기도 하는데요, 도움을 요청받는 입장이 되니 더욱 확실해집니다. 사실 대부분의 경우에는 전화나 메일로 협조를 요청하시죠. 그런데 담당자가 직접 찾아오실 경우에는 '얼마나 급했으면 직접 오셨을까'라는 마음이 들면서 다른 일보다 먼저 도움을 드리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