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괄부서로 발령받은 경우, 보통 취합 업무를 많이 하게 됩니다. 신입 공무원의 경우에도 간단한 자료를 다른 부서로부터 받아서 취합하는 업무를 하게 되죠. 총괄부서가 아니라도, 업무를 하다 보면 다른 담당자에게 자료 작성을 요청드리는 경우가 발생합니다.
저는 요새 주로 요청을 받아서 자료를 작성해 드리는 입장인데, 가끔 짜증이 치미는 경우가 있습니다.
'핑거 프린스/프린세스'라는 말이 있죠. 자기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고 남들에게 알려달라고 하는 사람들을 말합니다. 업무 요청을 받았을 때, 이런 인상을 주는 분이 있습니다. 나중에 보면 그 분께 협조요청을 받은 다른 분들도 대부분 비슷하게 생각하시더라고요.
반면에, 기꺼이 도와주고 싶어지는 분이 있습니다. 제가 사업부서에서 근무할 때 옆 총괄부서에서 근무하는 사무관님이 그랬습니다. 이 사무관님은 승진을 눈 앞에 둔 국 총괄 사무관이었고, 경력과 업무능력 모두 인정받는 분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사무관님은 항상 도움을 요청하실 때 항상 이런 말씀으로 시작하셨습니다.
"제가 기존 자료들을 바탕으로 ~부분까지는 작성을 하였습니다. 하지만 ~부분부터는 사업 내용을 더 잘 아시는 담당자의 작성이 필요하여 부득이하게 부탁을 드립니다."
자료를 받아 보면 총괄에서 작성할 수 있는 일반적인 내용은 모두 완성되어 있고, 사업 담당자가 아니면 알 수 없는 디테일한 부분만 빈칸으로 남아 있었습니다. 그러니 금방 답변을 드릴 수 있게 되지요. 그리고 다른 사람의 시간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분이라는 인상을 받아, 할 수 있는 한 도와 드리고 싶어집니다.
저도 다음에 총괄과에 갔을 때, 제가 작성할 수 있는 부분까진 작성하고 제가 도저히 작성할 수 없는 부분만 정중하게 다른 담당자들께 부탁을 드렸습니다.
물론 종합을 하는 입장에서 '시간도 없는데, 그냥 작성해 달라고 하면 편하잖아?'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조금만 생각해 보면, 달라고 하는 자료의 대부분은 이미 받은 자료인 경우가 많습니다. 자료 작성 요청을 받는 담당자가 모두 제때 회신을 주는 일은 거의 없죠. 그래서 경험상 총괄 담당자가 어느 정도 작성을 마쳐 놓으면, 취합하여 그 자료를 마무리하는 데까지 시간과 노력이 오히려 절약됩니다.
꼭 자료 작성의 경우가 아니더라도, 업무 관련해서 질문을 할 때도 같은 방식을 적용할 수 있습니다.
"규정을 보고 ~까지는 이해했는데, ~부분은 잘 이해가 안 됩니다. 어떤 식으로 해결해야 할까요?"
이렇게 질문을 받았을 때와, 단순히 "~는 어떻게 하면 돼요?"라는 질문을 받았을 때의 반응은 분명히 다릅니다. 본인의 능력이 닿는 한까지 알아보고 모르는 부분을 질문하는 초보 공무원에게 매몰차게 대하는 동료나 상사는 거의 없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3. 일방적/지속적인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면, 가끔 소소한 선물을 챙기자.
이번 팁은 가끔 사용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선물이라고 할 때 절대 거창한 선물을 말하는 게 아닙니다(거창한 선물을 하면 김영란법에 위배됩니다. 주의하세요!).
커피 한 잔 사 드리는 정도면 충분합니다. 업무를 하다 보면 어떤 분께는 계속 도움만 받는 일이 생깁니다. 이런 때, 고맙다는 말과 함께 소소한 선물을 드리면 관계가 굉장히 좋아지고, 상대방의 기억에 오래 남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사실 선물이 아니더라도 따뜻한 말 한 마디라도 좋습니다. 도움을 주는 입장으로 바뀌어 보니, 사람들이 생각보다 '감사'의 표현에 인색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가끔 '매번 ~를 도와줘서 정말 고맙다'는 인사를 받으면, 그 자체로 드문 일이라 기분이 좋거든요.
감사의 표현을 아끼지 않고 전달한다면, 쉽게 주변의 도움을 받으면서 낯선 공무원 생활에 적응해나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