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 보고를 잘하자
임용 후 첫 교육을 받으러 연수원(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에 있을 때, 현직 공무원들의 강의를 들을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 날의 연사는 한 기재부 과장님이었는데, 신입 공무원의 눈에도 화려한 약력을 가진 분이었습니다. 그 날의 강의는 어떻게 공무원으로서 업무를 잘 할 수 있을지에 대한 것이였습니다.
그 과장님께서 계속 강조하신 한 마디가 기억에 남습니다. 바로,
상사를 궁금하게 만들지 마라.
는 것입니다.
최근에 저희 과장님과 출장을 갈 일이 있었는데, 과장님께서도 비슷한 말씀을 하시더군요. 과장으로서 가장 답답할 때가, 담당자가 문제를 안고만 있다가 키울 대로 키워서 손쓰기 어려운 시점에 과장에게 들고 올 때라는 것입니다.
물론 초보 공무원, 아니 경력이 많은 공무원에게도 상사는 어려운 존재입니다. 저도 무서운 과장님을 만나서 보고를 차일피일 미루던 때가 생생하니까요.
하지만 뒤돌아보았을 때, 결국 일이 마무리되기 전에 중간 보고를 드리는 것이 저와 상사의 관계 측면과 업무 측면에서 모두 더 나은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공무원은 미리 계획된 업무를 할 때도 있고, 상사의 지시에 따라 새로운 업무를 할 때도 있죠.
미리 계획된 업무의 경우에는 업무의 주요 분기점마다 중간 보고를 드리면 좋습니다.
상사와 입장을 바꿔 놓고 생각해 봅시다. 내가 누군가에게 내 일을 맡겨 놓은 상황이라고 생각해 보세요. 당연히 중간중간 '이 일이 잘 되고 있나?' 궁금해지겠지요.
청년 일자리 지원사업의 예를 들자면, 사업 공고시, 접수 마감시(경쟁률 등), 평가 완료시, 지원대상 결정시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이때 최종 보고가 아니니 보고서를 따로 만들 필요도 없습니다. 상사가 그때그때 궁금할 만한 정보를 말로 전달드리면 됩니다. '각 잡고' 보고를 하는 상황이 어렵다면, 커피 타임이나 간식 타임에 슬쩍 말씀드리는 것도 좋아요.
상사의 지시에 따라 새로운 업무를 할 경우에 중간보고는 더 중요해집니다. 보통 어떤 사항을 검토하거나 기획하는 일이 이 경우에 해당하는데요. 사실 계획된 일과 다르게 상당히 막막할 때가 많습니다. 머리를 싸매고 고민하고 있는데 완전히 헛다리 짚을 위험도 있고요.
이 때는 어느 정도 생각이 정리되었다 싶으면 상사에게 바로바로 공유를 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래야 상사가 원하는 방향이 무엇인지 알 수가 있어 헛고생할 위험을 줄일 수가 있거든요. 상사의 입장에서도 아이디어의 진행상황을 알 수 있으니 좋습니다.
특히 초년차 공무원이라면, 상사의 입장에서도 처음부터 척척 일을 잘 할 거란 기대를 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자주 상사에게 업무를 들고 가서 중간 보고 겸 상의를 하세요. 혼자 고민하는 것보다 훨씬 수월하게 일을 잘할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