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스 있게 출장 다녀오는 법
공무원으로 일하다 보면 출장을 다녀올 일이 생깁니다. 예를 들어 사업부처의 경우 정책대상의 의견을 듣기 위한 간담회를 하기도 하고, 사업 관련자들과 회의를 하기도 하고, 때로는 사업현장을 보러 실사를 가기도 합니다. 저도 공무원으로 일하면서 참 다양한 장소로 출장을 가본 것 같습니다.
제가 신입 시절 첫 출장을 가게 되었을 때, KTX 타는 것마저 설레고 재미있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때 기억이 좋아서인지 저는 지금도 출장을 좋아하는 편입니다.
오늘은 초보 공무원들이 알면 좋은 출장 꿀팁을 몇 개 소개하겠습니다.
1. 동반 출장자들이 있다면 행정처리는 같이 챙겨주자
초보 공무원의 경우 처음에는 선배 공무원과 출장을 같이 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초보 공무원이 아니더라도 여럿이서 출장을 가는 일은 자주 있는 일이죠.
이때 출장신청, 여비신청과 같은 행정처리는 한 명이 한꺼번에 하는 게 편합니다. 그리고 출장 전에는 준비하느라, 다녀와서는 결과를 정리하느라 정신없어 놓치고 있는 분들이 있을 수 있죠. 이때 먼저 손을 내밀어 챙겨주시면 센스 있다는 인상을 주실 수 있을 것입니다.
2. 출장 전 자료를 미리 읽어보고 질문을 생각해 두자
회의 때문에 가는 출장의 경우, 대부분은 회의 전 자료를 미리 보내 줍니다. 저는 초보 공무원 시절, 아는 게 없으니 회의에서 매번 아무 말 안 하고 돌아오는 게 눈치 보였던 기억이 있습니다. 나름대로 정부기관 대표로 가는 회의이니까요.
"회의 가서 잘 알아듣지도 못하겠고, 매번 말 없이 있다 오는 것도 부끄럽다"고 친한 선배에게 살짝 토로하니, 선배께서 "아는 게 없을 땐 질문을 던져라. 아무 말 안 하는 것보단 좀더 있어 보일 수 있다."는 조언을 해 주시더군요. 다음 번 회의부턴 유용하게 써먹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회의자료를 읽다 보면 분명 질문이 많이 생길 거예요. 그 중 중요해 보이는 질문 몇 개를 미리 골라 가세요.
'이런 걸 질문하다니 멍청해 보이면 어떡하지?'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은, 대부분의 회의 참석자들도 초보라는 거예요. 선배 공무원들도 순환보직인 것은 똑같습니다. 회의 참석하는 분들이 그 업무를 맡은 것도 사실은 오래되지 않았다는 뜻이에요. 그러니 질문하는 데 너무 공포감을 갖지는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다 보면, 회의에서 점점 자신감이 생기는 스스로를 느낄 수 있는 날이 옵니다.
3. 여유가 된다면, 출장지 근처의 맛집이나 명소를 미리 검색해보자
출장을 가면 일정 전후에 식사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때 미리 지도 앱으로 맛집을 검색해 뒀다가 같이 간 동료 혹은 상사에게 후보로 몇 개 제시해 주면 또 센스 넘치는 공무원 소리를 들을 수 있을 거예요.
제 경우는 지도 보고 맛집 찾는 것이 취미여서 누가 시키지 않아도 먼저 찾기 시작한 편이었는데요, 경험상 출장지에 대해 미리 검색해 보고 오시는 분은 아주 드물더군요.
얼마 전에는 대전에 출장 가서 회의가 끝나고 동료들과 대전역에 있는 성심당에 다녀왔습니다. 인터넷에서 성심당에 크리스마스 빵이 나왔다는 정보를 보고, 함께 가자고 한 것이죠.
저도 즐거웠지만 동료 분들의 반응이 좋아서 참 뿌듯하더라구요.
창원에 출장을 갔을 때는 창원 가로수길에 들러서 같이 출장가신 분들과 예쁜 카페에 가기도 했구요, 언젠가는 회의 장소 옆에 유명한 독립서점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회의 끝나고 들렀던 적도 있습니다.
이렇게 지역에 대해 미리 검색해보고 가는 경우, 현장의 관계자들과 대화거리가 생긴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진주에 출장을 갔을 때의 일인데, 진주에서 유명한 음식과 관광지 등을 미리 검색해보고 가서 질문을 하니 현장의 담당자 분들과 금방 어색함을 풀었던 경험이 있어요.
주변을 보면 출장에 대해서는 호불호가 갈리는 편입니다. 출장 다녀오면 일도 밀려 있고 몸도 피곤해서 되도록이면 안 가고 싶어하시는 분들도 많더라구요. 하지만 공무원이 일을 잘하려면 출장은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라고 생각합니다. '현장에 답이 있다'는 말처럼, 현장에 가기 전에는 안 보이는 사실이 많습니다. 전화로 아무리 얘기해 봐야 안 통하던 말도 현장에서 얼굴 마주하고 이야기하니 풀리는 경우도 많았고요.
이왕 가야 하는 출장, 조금 더 알차고 즐겁게 다녀올 수 있는 저만의 팁을 소개해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