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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미 Dec 25. 2022

초보 공무원을 위한 부처선택 꿀팁

먼저 나 자신을 알아야 한다

처음 국가직 공무원 시험에 합격한 신입 공무원들이라면 부처 선택에 대한 고민을 굉장히 많이 할 것입니다. 실제로 근무를 해 보니 공무원은 근무하는 부처에 따라서 아예 다른 직장이라고 생각될 정도로 부처간 차이점이 큽니다. 저도 부처 배치 전에 정말 고민을 많이 했었고, 결과적으로는 처음 선택한 부처에 만족하는 편이라 지금까지 계속 근무를 하고 있습니다.



어느 부처에 가야 할 것인지 고민할 때, 고려할 점으로는 크게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겠죠.


1. 소관업무의 특성 : 민간을 지원하는 업무, 규제하는 업무, 복지 관련 업무 등 스펙트럼이 다양합니다.

2. 해당 부처의 인지도와 권한 : 권한이 강한 부처의 경우 타 부처나 민간과의 관계에서 상대적으로 유리한 위치에서 업무를 할 수 있고, 'OO부 공무원입니다'라고 할 때 좀 더 폼이 나는 경우가 있죠.

3. 근무지 : 국가직의 경우 극소수의 서울/수도권 근무 부처가 있고, 대부분은 대전/세종 등 충청권 근무이며 순환근무를 하는 경우도 있죠

4. 워라밸 : 대형부처보다는 소형 처/청/위원회의 워라밸이 대체로 좋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같은 부 단위 안에서도 현안이 많고 국민의 주목대상이 되기 쉬운 부처(기재부, 산업부 등)가 근무 강도가 높기로 유명합니다.

5. 조직문화 : 같은 공무원 사회에서도 부처에 따라 매우 권위적인 곳이 있고, 상대적으로 개인주의적인 문화를 가진 곳이 있습니다. 이런 정보는 알음알음 알려져 있죠.

6. 기타(조직 내에서의 상대적 지위, 승진속도, 퇴직 후 경로 등) : 부처 선택 전에는 정확히 알기 어렵고, 크게 관심을 갖지 못했던 요소인데 근무를 하다 보니 나름대로 중요한 요소라는 생각이 듭니다.

 



일단 각 부처에 대한 정보는 연수를 받으면서 알음알음 알게 됩니다. 저는 공직에 아는 선배가 하나도 없었지만, 소문이나 동기들에게 듣는 이야기 등으로 각 부처에 대해 어느 정도는 유추해볼 수 있게 되더라구요.

또 연수원에서 '선배들과의 대화'나 부처 설명회를 열기도 해서, 몰랐던 부처에 대해 알기도 했습니다.

(다만 이런 경우는 각 부처에 오신 공무원 분들께서 장점만 이야기하시는 경우가 많아서 단점도 잘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저도 현직자 자격으로 부처설명회에 간 적이 있는데, 부처 대표로 나왔다는 생각 때문인지 장점만 이야기하게 되더라구요.)


부처 선택 전에는 어떻게든 조그만 정보라도 더 알아보려고 노력했는데, 들어와 보니 큰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왜냐하면 한 부처 안에서 부서에 따라 분위기나 업무강도는 많이 다르거든요. 장님 코끼리 만지기처럼, 현직자들도 대부분 자신이 경험한 것만 말해주기 때문에 많은 사람에게서 정보를 들어봤자 혼란스럽기만 할 수도 있습니다.

대략적인 수준의 정보만 알고 있다면, 제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자기 자신을 아는 것" 입니다.




먼저 1번 요소, 소관업무의 특성에 대해 이야기해 볼까요. 직장을 고르는 것이니만큼 자신이 흥미 있는 분야의 일을 선택하는 것은 아주 중요하죠.

사실 하고 싶은 일이 뚜렷한 분들은 부처 선택에 어려움을 느끼지 않습니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할 때부터 특정 부처를 염두에 두고 합격하신 분들은 소신있게 희망 부처를 지원하시더라구요.

그런데 문제는 많은 분들이 자신이 어떤 업무에 흥미를 느끼는지 알기 어렵다는 것이죠. 제가 그랬으니까요.


이럴 때는 '내가 하기 싫은 업무'를 하는 부처부터 소거법으로 지워 나가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예를 들어 제 경우는 민간을 규제하는 업무보다는 지원하는 업무를 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규제업무를 주로 하는 공정위나 환경부에는 관심이 가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성격상 다른 사람과의 갈등을 피하는 편이라, 기관이나 공무원의 잘못한 점을 지적해야 하는 감사원도 맞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또, 공무원보다는 국민을 정책대상으로 하는 부처가 재미있을 것 같아서, 공무원을 주로 대하는 국무조정실, 인사혁신처, 법제처는 제외하였습니다.

(사실 제가 해당 부처에 대해 잘못 알았던 것일 수 있습니다. 연수원 시절의 짧은 지식으로 위와 같이 생각했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자신이 루틴한 업무를 좋아하는지, 창의적인 업무를 좋아하는지도 꽤나 중요한 요소입니다. 예를 들어 특허청은 공무원 개인에게 주어진 특허 심사만 끝내면 재택근무, 휴가, 유연근무 등을 자유롭게 쓸 수 있어 인기가 높습니다. 그런데 특허청에 간 동기들 중에 불만족하는 친구들이 몇 있었습니다. 일이 너무 반복적이어서 지루하다는 이유 때문이었죠. 반면에 제가 있는 부처에선 '특허청에서 받아만 주면 당장 가고 싶다'는 분도 많이 있으니, 사람마다 흥미를 느끼는 게 참 다양하구나 싶었습니다.


어쨌든, 제 흥미와 성격을 고려해서 '가고 싶지 않은 부처'를 지워 보니 꽤 많은 부처들이 지워지더라구요.



2. 해당 부처의 인지도 및 권한과 4.워라밸은 상충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국민의 입에 많이 오르내리고 국민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부처는 업무가 많고 비상 상황도 많이 발생할 수밖에 없겠죠. 하지만 자부심이나 명예 측면에서는 유리한 부분이 있을 것입니다.


저도 두 가지 가치 사이에서 고민을 많이 했지만, 워라밸을 더 중요한 가치로 두고 선택했습니다.

중앙부처에서 바쁘다고 소문난 부처의 근무 경험담을 들었을 때, 도저히 제가 견딜 수 없는 수준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가치관을 가지고 있어서, 어느 정도 개인 생활을 누릴 수 있는 부처에 가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근무를 해 보니 같은 부처 안에서도 '부서 바이 부서'이지만, 적어도 부처간 평균 워라밸은 차이가 많이 납니다. 예를 들어, 저희 부처에서는 '주 3일 10시 퇴근, 주 2일 정시퇴근'하는 사람은 엄청나게 바쁜 축에 속하지만, 모 부처 동기의 경우 평일 내내 밤 11시에 퇴근하면 일찍 퇴근했다는 소리를 듣는다고 하더군요.



다음으로 3. 근무지 측면. 국가공무원의 경우 이제 대부분의 부처가 충청권(세종/대전/오송)에 있고, 몇몇 부처가 수도권에 남아 있습니다. 저도 세종시 근무를 감수하고 공무원 시험을 치른 것이지만, 막상 부처 선택할 때가 되니 서울 부처가 눈에 밟히더라구요.


하지만 서울 소재 부처가 이제 거의 없는 수준이고, 있는 부처도 언제 이전할지 모르는 상황이라, 꼭 서울 근무를 하고 싶다면 국가공무원 시험을 치르는 것은 좋은 선택이 아닌 것 같습니다.


저는 적어도 '순환 근무는 싫다'는 생각을 갖고 있어, 순환 근무 없이 한 자리에서 고정적으로 근무할 수 있는 부처를 선택했습니다.


5. 조직문화는 업무 만족도에 굉장히 큰 영향을 주는 요소입니다. 입직하기 전에는 각 부처의 조직문화를 모두 알기 어렵지만, 조직문화가 특별히 안 좋은 부처들은 소문이 나더라구요. 실제 근무하는 동기들 이야기를 들어 보면 그 소문이 대체로 맞는 것 같습니다.


저는 집단주의적이고 권위적인 문화라고 소문난 부처들은 최대한 피해서 지원했습니다. '집단주의적이고 권위적인 문화를 누가 좋아해?'라고 생각하시겠지만, 그런 분위기로 알려진 부처들은 신입 공무원을 잘 챙겨 준다거나, 외부의 입김으로부터 소속 공무원들을 잘 보호해 주고, 퇴직 후의 경로도 다양하게 보장해주는 등의 장점이 있다고 합니다. 무엇이든 장단점이 있기 마련이라, 양면을 잘 보고 판단해 보시면 좋겠습니다.



6. 기타 요소가 있는데요, 현직자 입장에선 중요하게 느껴지지만, 사실 시보 공무원 입장에서 1~5번 요소를 다 고려하고 그 외의 요소까지 생각하기란 어렵습니다. 모든 면에서 완벽한 부처는 없기도 하고요. 다만 자신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가 있다면 꼭 현직자를 통해서 알아보면 좋겠습니다.




공무원으로 근무도 해 보고,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에 가서 후배들의 부처 선택을 돕는 일도 해 보니 정말 중요한 것은 자기 자신을 아는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스스로의 적성과 흥미를 알고 부처를 선택한 친구들은 격무 부처에 가서도 즐겁게 일하더라구요.


저도 제가 일하고 있는 부처에 아쉬운 점도 많고, 가끔은 타 부처로 인사교류하면 어떨까 하는 상상도 합니다.

하지만 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들을 따져 봤을 때 지금 있는 부처가 가장 괜찮은 곳이라는 생각은 바뀌지 않아서 계속 다니고 있습니다.


모든 부처에는 장단점이 있기 때문에 누구에게나 좋은 부처는 없습니다. 하지만 나에게 좋은 부처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일하면서 스스로에 대해 새로 알게 되는 것도 많으니, 현재 속한 부처가 잘 맞지 않다면 부처이동을 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이 글을 읽는 초보 공무원 분들, 혹은 인사교류를 생각하고 계시는 공무원 분들이 모두 만족할 만한 선택을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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