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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선씨 Feb 10. 2022

<전세를 연장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누군가 읽기를 바라는 오늘 220209

 갑자기 당일치기 제주로 떠나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밤 11시 반이 넘은 시간 저는 부랴부랴 특가항공권을 검색했습니다. 사실 그 전부터 저는 흥분되는 마음을 풀고자 버*킹의 치킨닭다리 몇개와 무알콜 맥주를 큰걸로 마셨습니다. 내일은 마침 신랑도 쉬는 날이라 첫째 아이 등원을 하지 않기로 하고 어디로 특별히 바다가 보이는 곳으로 놀러가기로 약속도 해서 신랑은 부산이나 감포 바다쪽을 찾고 있었는데 저는 갑자기 제주가 가고 싶어졌습니다.

 그렇지만 당일치기로 왕복비행기값과 점심값 렌트비는 사실 부담스럽습니다. 그래서 포기했습니다.

 결국 우리는 부산으로 경주를 최대한 멀리 떨어진 곳으로 바다가 있는 곳으로 가기로 했습니다. 내일 하루가 어떻게  지는 모르지만 바다를 보고는  생각입니다. 감사합니다.  밤을 선물해주셔서.


 집주인 사장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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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신혼집을 살던 곳은 3000만원의 15만원 반전세 집이었습니다. 친정집은 늘 집 걱정없이 자기 소유의 집의 편안함을 느끼는 곳이었는데 여간 내 이름으로 집을 갖는다는 것 잠시 마음 편히 깨끗한 집을 빌려쓰고 산다는건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그래도 그 그 월세집을 페인트칠 듬뿍하며 시트지도 싸악 바꿔가며 예쁘게 꾸며서 살았습니다. 생각해보면 중문도 제대로 닫히지 않을 만큼 세탁실도 10키로 사이즈는 들어기지도 않을 만큼 낡고 오래된 집이었는데 그 집에서 즐거웠습니다. 유산도 했었고 지진도 겪었었고 주말부부도 했었던 시절이지만 이불에 누워 잠들 시간이면 하루가 감사했던 나날이었지요.

  


 회사를 퇴사하고 난 뒤 아이를 낳기 위해 경주로 이사를 결정하고는 저흰 몇 달을 기도를 했습니다. 1억 3천의 햇볕들고 샷시가 좋은 집, 그런집에 살 수 있도록 말입니다. 나라에서 해주는 신혼부부전세자금 대출 1억이 넘게 받아서 3월 31일날 이사하던 날 밤은 너무 좋아서 싱글벙글 웃었던 것 같습니다


 다음날 아침 커피를 내리던 신랑의 모습을 카메라로 찍어두고 예쁜 꽃을 어디선가 사왔던 기억이 납니다. 우리의 기도 제목에 딱 맞던 이 집이 지금도 저는 참 좋습니다. 첫째를 낳고 3년 뒤 들이를 침대가 있는 방에서 조산사와 함께 낳기로 결정 할 수 있었던 것도 이 집이 주는 힘이었습니다. 그렇게 우리 가족의 첫 집을 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매매를 생각하신다는 소식을 듣고 어렵게 구입도 생각했었지만 아파트가 아닌 오피스텔 주거용 상업시설이라는 건축물 용도 이름으로 인해 정부에서 제공하는 대출상품을 받을 수가 없어서 저흰 포기하게 되었습니다. 함께 아쉬워하시는 목소리도 고마웠습니다. 그렇지만, 우리의 사정을 기억해주시고 전세를 연장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연장의 시간동안 둘째 아기도 더 자라날 거고 저희도 더 성장을 하게 되겠지요? 그럼 더 나은 곳으로 어디든 행복한 터전을 만들 힘을 안고 나아갈 수 있을 거 같습니다.

 다른 곳에서 이 집을 기억할 땐 발판의 집이라 기억되어지기도 하겠죠 저흰 전세연장 사실 만으로도 부자가 된 것 마냥 비싸고 좋은 음식을 바다를 보면서 먹었습니다. 겨울 바닷가에 앉아 한참을 햇볕 밑에서 조개를 찾고 예쁜 돌을 주우며 기분좋아 했습니다. 파도가 가까이 와도 무섭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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