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탈 수정
사랑하는 친구 수정이에게 짧은 편지를 써왔습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수정이의 오래된 친구 권은선입니다.
수정아, 우리가 20살 함께 사랑방을 살기 시작했을 때 말이야.
내가 너의 결혼식에 축사를 맡아 이렇게 서리라고는 정말 생각하지 못했어.
우리가 20살때부터 같이 살던 5년동안 참많은 대화를 나누었지만
오늘의 이 순간을 상상하고 예상하며 대화한적은 없었던 것 같다 그렇지?
우리는 5년을 정말 많은 대화를 나누며 살았어, 그 이유는 너와 내가 너무나도 달랐기 때문이야
너무다른 너랑 5년을 살면서 속으로 내내 그랬지. 나랑 이렇게도 다른 수정이랑 살았는데
결혼따위는 아무것도 아니겠다 생각했지 어떤 남자를 만나더라도 덜 힘들거라고 생각했었어 :)
그래도 결혼생활은 힘들더라만은^^
나와 정말 다른 너에 대한 나의 기억은 이래
Istj 너랑 enfp 나
외동딸의 귀하게 큰 너랑 삼남매의 중간으로 투박하게 자란 나
꼭 대화를 많이 하려던 너랑 일단 좀 자유롭게 혼자있고 싶어하던 나
오랫동안 밥을 꾹꾹 잘먹던 너랑 빨리 후딱 먹고 딴짓하고 싶어하는 나
편지를 길게길게 꾸욱꾸욱 써서 전해주던 너랑 느낌오는데로 시한편 따라 써서 주던 나
추억이 되는 모든걸 간직하는 너랑 대충 정리해서 적당히 두다가 버리던 나
사람이든 동물이든 추억하고 기억하려는 너랑 내가 좋아하는 사람 좋아하는 것들만 기억하는 나
이 외에도 우리는 참 많은 다른 점을 가지고 살았지, 그래서 참 많이 삐지고 토라지고 그랬어
그렇지만 우리는 그 모든 시간들을 해결해갔었어. 서로의 손을 놓은 적이 없었어
그 날들을 기억하지? 우리가 같이 휴학 하던 여름 어느 금요일 오후 비가 가득 내리는 텅빈 대구대학교 캠퍼스
비를 가득 맞으며 흠뻑 젖은채로 맨발로 도로를 걷고 뛰며 춤추고 노래하던 그 날들
학교 뒷편을 따라 상림동 자취방을 내려오던 길에서도 자취방에와서도 씻고 밥을 먹고 다음날 아침이 올때까지도 끊임없이 대화하던 그 날들말이야. 그 시절을 생각하면 난 참 그립고 소중해
그렇게 아무걱정 없이 이야기를 많이 할 수 있었던 시절이 다시 올 없는 소중한 추억이 되었어
수정아 그 때 나는 너에게 참 많이 기대어 살았었어 그래서인지 졸업을 한지 15년이 다되어가도 너란 친구는 어제 만난 사람처럼 나에게 생생하고 늘 소중해.
참 많이 소중한 수정아
너라는 사람이 얼마나 멋지고 대단한지 나는 알것같아서 준원이는 참 복받았다 생각이 들어
물론 너라는 보석을 발견하고 볼줄알며 아내로 붙자는 허준원도 대단한 사람이겠지?
그 귀하고 소중한 두사람이 앞으로의 삶에서도 서로의 진가를 늘 발견하고 볼줄알며 소중히 여기는 인생살길
정말 두손모아 기도할게. 매일 매순간을 행복하게 즐기며 살기를 정말 바래본다.
이렇게 너의 인생의 증인의 자리에 설 수 있도록 해주어서 정말 고마워!
너의 사랑하는 친구 은선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