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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선씨 Jan 06. 2022

빠름보다 바름

5살이 된 너에게 마음을 다하여


그때 나는 마음이 뭉쳐있었어. 죄책감같은걸로 말야

마구잡이로 때리고 싶고 터질 것 같은 답답함이 밀려 입구를 간신히 막고 있다고 느껴지는 순간이었지. 도저히 적응이라고는 없는 육아의 일상이 나를 압도하는 순간들이 있었거든 그 순간에도 나는 간신히 내 입과 마음의 입구를 막 밀어 닫으며 시원한 겨울바람이 내 마음을 가라앉혀 주기를 시간의 물결이 내 마음을 옅게 해주기를 바라고 있었어.



 그때 초록색 트럭이 우리 차 앞에 정차했어.

좌회전 신호를 기다리며 나는 또 똑같은걸 질문하겠구나 생각했어

“엄마 저 사진은 왜 붙어있어요?”

“응 아이를 잃어버려서 엄마 아빠가 함께 찾아달라고 움직이는 트럭에 붙여둔거야”

“왜 잃어버렸어요?

“그러게 왜 그랬을까 엄마아빠가 많이 찾고 있을텐데 엄마아빠가 많이 보고싶을텐데”

“그럼 찾으면 되잖아요”

“못찾아서 사람들보고 함께 찾아달라는거야”

 

-

‘나는 엄마아빠 안 잃어버리고 잃어버려도 찾을 수 있는데’가 나와야하는데 너는 대뜸


“하나님도 슬프시겠다”

이러는거였다. 어젯밤에 기도를 하고 잠들었던가

밥을 먹을 때 기도를 했던가 전혀 종교적인 행위의 순간들은 없었던 시간들이었던 거 같은데 너는 하나님을 기억해 불러냈던거야


그래서 나는 너에게 그럼 우리 기도해주자 하나님 저 아이를 찾게해주세요 가족들이 만나게 해주세요

그런데 너는 싫다고 했어



“기도하기 싫어 그냥 찾으면 되잖아

엄마 아빠 할아버지 할머니 짝비 목사님 사모님도 다 같이 찾으면 되잖아”

난 너의 눈빛을 보았어 기도를 하게 되면서 너는 슬픈 마음이 드는게 싫었던 거 같아 그냥 얼른 찾아서 행복해지고 싶은 마음에 모두들, 목사님도!

함께 찾으러 가자고 너는 말했지


-

 순간이 내겐 무섭지는 않는 시원한 겨울바람 같이 다가왔어. 고마워 다하야!  밖으로는 꺼내진 못했지만 정말 고마워!


조급해지지 말자고 올해의 나는 다시 다짐을 했었어 어렵고 괴로운 순간들에 대해서도 조금  조급해지지 않는 연습을 하자고 욕도 덜하고 화도 덜내고 미움도 덜하고 덜하고 덜하고 덜하고 하면서 나는 빨리 해결해가고 싶었던  같아 나의 마음은  저만치 멀리 떨어져 가고 있었는데 멈추는 법을 몰랐던  같은데  , 너의  순간들에 내가 함께 있으면서 나는 알게 되었어 


‘지금 너는 잘 자라고 있다는 걸’

빠르게 보다 바르게 잘 자라고 있다는 걸

부족한 엄마를 만나도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다는 걸 내가 전부를 떠안고 바둥거리지 않아도 너에게 주어지는 햇살과 비가 너를 잘 자라게 하고 있다는 걸 그렇게 나에게 알려주는 시간의 순간이었어.



‘마음이 아프더라도 힘겨운 해결과제 앞에서도

딛고 일어서서 문을 열러 나가는 거

그게 우리에겐 지금 필요하잖아 한번 더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고 눈물 닦고 한발짝 더’ 이렇게 들려지는거 같았던 그 순간들을 나는 기록해본다


고마워 다하야

빠르게 크기 보다 바르게 잘 자라주길 엄마는 한번더 기도하며 너의 머릿결을 만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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