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코르테오 Sep 02. 2023

내가 행복을 느낀 순간

 행복을 느낀 순간이 참 많았다. 교회 성가대에서 대상을 탔던 순간, 대학 수시에 붙은 순간, 인도행 왕복 비행권에 당첨된 순간 등 머릿속에 깊이 박힌 기억들이 있다. 대부분 소유에 관한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살아있는 내 존재 자체에 행복을 느낀다. 이전까지와는 다른 느낌이다. 내가 누리는 모든 일상, 그저 눈을 뜨고 살아가는 것으로도 행복하다.

 

 과거와는 무엇이 달라졌을까 곰곰이 생각해 보면 나를 대하는 태도가 바뀌었다. 이전에는 행복한 삶에 대해 고민하지 않았다. 열심히 살다 보면 언젠가 보답이 올 거라는 기대만을 갖고 살았다. 기대와 소망이 좌절되면 한없이 우울했다. 세상이 나를 밖으로 밀어내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부단히 말초적인 자극을 받으려 노력했다. 공허함을 채우기 위해 뭐라도 하지 않으면 위로가 안 됐다. 돌이켜보면 많은 경험을 했지만 정작 삶을 마주하는 건 두려웠다. 오히려 그런 고통이 오는 것에 고마움을 느끼고 받아들여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삶은 무의미하고, 단 한 번의 기회로 이 모든 걸 청산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지금의 나는 행복한 삶에 대해 꾸준히 고민한다. 변한 것 중 하나는 감사하는 마음이다. 아침에 눈을 뜨면 자신에게 감사함을 느낀다. 삶이 행복을 위해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줬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나도, 나이를 먹어도 움직이고, 대화하고, 일할 수 있는 지금, 이 순간이 소중하다. 고통과 시련이 다가와도 감사할 수 있는 건 그 시간이 나를 성장시키는 계기로 여겨진다. 그리고 그 경험을 누군가에게 전달할 수 있어서 보람을 느낀다.

 

 한때, 개인적 성취를 얻으려 더 노력했지만, 이제는 그러지 않는다. 너무 무리하려다 현재를 못 즐기게 된다. 더 행복한 삶, 높은 이상이 좋아 보이지만 실천을 못하거나, 실행하지 못한 자책은 오히려 좋지 못하다는 걸 배웠다. 그래서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최선을 다하고, 하루의 시간을 보람차게 보내려 한다.

 

 삶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고, 그저 받기만 한 내가 변화된 지금. 나는 행복을 느끼고 있다. 이 행복의 과정을 계속해서 밟아가고 싶다. 언제 하루가 끝나는지 기다리지 않고, 하루의 시간이 연장되길 바라는 건 더욱 현재와 나 자신을 바라보고 싶기 때문이다. 그 과정이 나를 행복하게 만든다는 걸 이제는 안다.

작가의 이전글 18일 차 트리운드 어딘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