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받을 때, 왜요?라고 하지 마!’
제작실 팀장님의 분노에 나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나를 훈계하는 말에 불만스러운 감정도 있지만 결국 내 문제이기도 했다. 상급자인 그에게 예의 있게 행하지 않았고, 차별을 했기 때문이다. 나의 민낯을 깨닫고 얼굴이 붉어졌다. 나는 차별하는 사람이라는 걸.
우리 회사 제작실은 공간이 두 군데 있다. 1층은 제조 및 가공이고, 2층은 출력과 포장을 주로 한다. 내가 담당하는 곳은 2층이다. 공장 같은 분위기는 아닌 작업실 같은 공간이라 최대한 청소에 신경을 많이 쓰고, 이미지나 그림을 많이 마주쳐서 미적 감각이 좋아지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또한 고객 상담도 2층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격식을 많이 생각하게 된다.
2층과 다르게 1층은 일반적인 공장의 모습이 있다. 액자를 만드는 자작 합판, 알루미늄, 아크릴 자재들이 쌓여 있고, 날카로운 곳을 다듬기 위해 마스크를 쓰고 열심히 갈아준다. 1층 밑바닥은 내내 무언가가 쌓인다. 다듬어져서 떨어져 나간 쇳가루, 그림만 딱 때어지고 가운데만 팬 액자 잔여물, 포장하기 위해 쌓아둔 상자들이 너저분하게 있다. 나는 더럽고, 정리가 안된 1층을 혐오했다.
나는 1층 사원들을 차별했다. 2층에서 일하는 사원과 결이 다르다고 생각했다. 2층에 비해 업무가 단순 반복하는 일들이 많았다. 하지만 1층에서 일하시는 분들은 쉽게 그만두고, 예의도 없는 게 허다했다. 인간에 대한 일말의 기대치를 저버리는 일을 몇 번 경험해서 그런지 같은 제작실 식구이지만 친하게 대하지는 않았다. 그래서 2층에 있는 대표님과 후임이랑 소통했고, 내가 있는 공간이 최고라는 오만함을 가졌었다.
안 좋은 습관이 몸에 뱄는지 제작 팀장님을 은연중에 차별하고 있었음을 전화 통화로 알게 되었다. 그가 내게 질문하거나, 전화를 거는 것을 성가시게 생각했고, 실제로 말을 할 때도 용건만 빨리 말하고 끝내라는 식이었다. 나는 그를 상급자로서 존중한다고 생각했는데 실제 내 행동과 말은 그렇지 못했다. 그간 쌓았던 그의 분노가 이해됐고, 내가 너무 부끄러웠다.
그 이후로 나는 좀 더 제작팀장과의 관계를 다시 재정립하기 시작했다. 대표님과 동등하게 대하려고 노력했다. 혹시라도 내가 그에게 하대하지 않은가 계속 생각했고, 차별적인 행동하기 전에 되돌아보게 되었다. 최근에 그가 예전하고 달라졌다고 얘기해 줘서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아직은 내 안의 악한 면을 바꾸지는 못했다. 하지만 주변에서 나를 지적을 해줄 수 있음에 감사하고, 내가 깨닫고 바꿔야지 좀 더 나은 인간이 되기 위해 노력하게 된다. 차별하는 나. 이제는 고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