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밥, 혼술을 넘어 혼자 하는 여행을 ‘혼행’이라고 부르는 시대다. 나도 혼자서 식도락을 하며 인생을 즐기고 있다. 자주 가는 책방인 ‘서행구간’에는 이런 내가 독특하다고 생각하는 분이 여럿 있다. 반대로 나는 혼자서 식사와 여행을 못 하는 분들이 신기하다고 생각한다. 그분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하나의 답으로 귀결된다. ‘외로움’. 그걸 견디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유를 듣고 나니 한가지 의문이 들었다. 나는 왜 혼자 돌아다니는 걸 좋아하게 되었을까?
학창 시절에는 혼자서 바깥에 나가는 일이 드물었다. 집에서 컴퓨터 하는 게 더 재밌었고, 휴대용 게임기로 게임을 하는 게 낙이었다. 대학생이 되면서 여러 외부 활동을 하다 보니 점차 집에서 나오는 일이 많아졌다. 내 취미인 박람회 관람이 생긴 것도 그 시절이었다. 밖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자 언젠가부터 욕심이 생겼다. 익숙해진 것에서 벗어나 낯섬과 마주하는 걸 찾기 시작했다. 시간이 갈 수록 재미도 있고, 의미도 있었다. 동행이 없어도 상관없었다. 오히려 그런 시간이 내 자신을 찾아가는 소중한 여정이 되었다.
작년 남해 여행은 뜻깊었다. 남해에 있는 독립서점을 보기 위해 사납게 쏟아지는 비를 뚫으며 운전을 했었다. 차를 몰면서 내가 가는 게 맞는가 싶을 정도로 의심의 싹이 틔우고 있었다. 용기에 답하신 하늘은 청명한 날씨를 선사해주었다. 때묻지 않은 남해 바다를 마음껏 만끽할 수 있었고, 독립서점 작가님에게 싸인도 받을 수 있었다. 3일간 남해에 있다가 전주에 가니 남해가 다시 그리워졌다. 찰방거리는 파도를 사랑했었고, 사막 속 오아시스처럼 지역을 밝혀주는 서점이 보고 싶어졌다. 그게 바로 나라는 걸 다시금 일깨웠다.
여전히 나는 혼행하고 있다. 이전과 달라진 건 책방 식구들에게 권유하고 있다. 혼자라서 외롭다기보다 자신의 감정과 솔직해지는 매력적인 경험을 공유하고 있다. 머지않아 그들이 여행하며 가진 경험을 얘기하는 시간이 많아지길 기대하고 있다. 이것이 나의 야무진 꿈이다.
언젠가는 책방 사람들과 여행 모임을 가져보고 싶다. 각자 개인이 다녀온 여행지에서 배워온 음식과 함께 그곳에서 가진 경험을 공유하며 즐기고 싶다. 외로움이라는 감정을 이겨내기는 어렵지만 죽음을 생각해 보면 우리는 홀로 남게 된다. 그 시간이 오기 전에 스스로 계획하고, 찾아가는 혼행을 지금부터 연습을 해보면 어떨까? 그런 노력 속에서 나는 내 자신에 대해 더 잘 알게 되고, 나의 행복을 사랑하는 사람과 나누는 생각까지 이어질 수 있게 된다. 그런 미래를 위해 나는 오늘도 밖으로 나가 여행을 한다. 그리고 슬며시 여행을 권하며 나의 작고 소중한 꿈을 키워나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