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스마트폰에 중독되었나 무심코 생각을 한다. 인터넷에 떠도는 테스트 문항들을 천천히 읽어보면 그렇지 않다. 하지만 스마트폰이 나를 나답게 해주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고 생각한다. 그만큼 나는 스마트폰에 많은 도움과 영감을 받는 중요한 존재이다. 특히 길치인 내가 스마트폰에 의존할 정도이니 말이다.
나는 여러 곳을 돌아다니는 걸 좋아하지만 그곳까지 향하는 데 애를 많이 먹는다. 그래서 스마트폰이 없던 시절 혼자서 여행이란 걸 어떻게 했을까 과거를 열심히 회상해 보아도 잘 떠오르진 않는다. 어릴 적 엄마 손을 잡고 이곳저곳 다닌 게 전부다. 한 번은 엄마인 줄 알고 손을 잡았다가 생판 남인 어른 손을 잡은 적이 있었다. 너무 놀라서 손을 뿌리치고 그 자리에서 우두커니 서있었다. 다행히 엄마가 나를 찾으러 다시 와주셔서 다행이었지만 당시만 생각하면 아무 생각이 안 날 정도로 패닉 상태였었다.
언제 받았는지 기억이 나진 않지만 처음 스마트폰을 쓴 이유는 90%는 게임 때문이었다. 대학생이 되고 박람회, 전시회 관람이 취미가 되면서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하는 비중은 줄고, 지도로 전시장까지 가는 찾아가는 데 더 많은 시간을 썼었다. 지금도 그렇지만 지도를 보면서 찾아가도 헤맬 때가 있지만 내 경험과 영감을 얻기 위한 필수 아이템이었다. 특히 버스로 일산 킨텍스 전시장으로 향할 때 빛을 발했었다. 부천에서 일산까지 직통버스가 없다 보니 환승을 여러 번 하는 불편을 감수해야 했는데 스마트폰으로 버스 시간과 정류장 위치를 계속 보면서 다녔기 때문에 먼 곳을 혼자 다닌 것이 익숙해질 수 있었다.
2023년은 오래된 스마트폰과 많은 여행을 했었지만 불편함도 참 많았었다. 무조건 무선충전을 했고, 금방 배터리가 닳아서 이동식 충전기를 3개나 챙기며 다녔었다. 천년의 고도 경주, 푸른 바다가 아름다웠던 남해, 오랜만의 해외여행이었던 대만에서 스마트폰은 늙은 자신의 몸을 불태우며 나를 도와줬었다. 하지만 나는 그런 스마트폰에 대한 감사보다는 짜증을 많이 냈었지만 그렇게 만든 사람도 나였기에 한숨만 쉬며 돌아다녔다. 특히 내비게이션을 보면서 운전할 때가 백미였다. 모바일 데이터를 쓰면 급속도로 배터리는 방전 나고, GPS는 가끔씩 오류가 떠서 한시도 긴장을 놓지 못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 어떻게 돌아다녔나 싶을 정도로 기적 같은 스마트폰 작동에 감사할 따름이다.
올해 2월에 스마트폰을 새로 바뀌면서 여행은 많이 쾌적해졌다. 좀 더 하고 싶은 것도 많아졌고, 신경 쓸 것도 많이 줄어들었다. 예전처럼 충전기 줄을 링거처럼 달고 다니지 않는다. 스마트폰 중독자처럼 배터리 잔량에 노심초사하며 않아서 좋다. 그럼에도 여행을 가거나, 어딘가를 검색할 때 스마트폰은 든든한 조력자가 되어준다. 좀 더 빠른 성능과 오래가는 체력으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