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는 것이 믿는 것이다.’라는 관용구가 있다. 직접 보는 것이 간접 체험을 듣는 것보단 낫다는 의미다. 나는 이 관용구를 내게 적용을 해본다면 ‘보는 것이 자극받는 것이다.’라고 하고 싶다. 죽어있던 감각이 깨어나는 느낌이다. 내게 그런 자극을 주는 것은 ‘색’이다.
나는 예전부터 미술 시간이 매우 즐거웠다. 시대를 초월한 여러 작품들을 보는 게 즐거움이었다. 라파엘로의 ‘아테네 학당’은 내가 제일 작품 중 하나였다. 그림 속에 있는 인물들과 이야기도 흥미로웠지만 무엇보다 다양한 색깔과 구성에 매료되었다. 아치 모양의 그림 안에 누구도 빠짐없이 주인공일 정도로 개성적인 색으로 표현되었고, 많은 등장인물에도 불구하고 눈이 피로하지 않는 정도를 지키는 색이 아름다웠다. 그래서 줄곧 이 작품을 직접 보면 어떨까 꿈을 꾸곤 했다. 그 꿈은 대학생이 되어서 이루어졌다.
2016년 누나와 함께 유럽배낭여행을 하면서 바티칸 미술관을 가게 되었다. 그곳에는 르네상스의 주역이었던 라파엘로가 직접 담당한 갤러리가 있었는데 내가 좋아하는 ‘아테네 학당’이 그려진 공간이었다. 그곳에 들어가기 전부터 심장이 쿵쾅거려서 도저히 진정이 되질 않았다. 가슴을 졸이며 작품을 보고 온몸에 닭살이 돋았다. 책으로만 봤던 작품을 실제로 보니 감동을 넘어 은혜받은 느낌이 들었다. 나는 오늘을 위해 살아있었음을 느낀 시간이었다.
그날의 감동이 너무 커서 나는 내 직업을 예술과 함께 하고 싶었다. 단순히 작가들의 작품을 함께한다기보다 작품 속에 있는 색을 보며 사는 것이 즐거울 것 같았다. 그래서 어릴 때부터 예술 쪽으로 원서도 넣어보기도 했고, 학예사가 되기 위해서 공부도 많이 했었다. 많이 시간이 지나고 내가 원했던 꿈이었던 색과 함께하는 직업을 가지게 되었다.
수많은 작가들과 디자이너의 작품을 인쇄하는 나는 프린트 매니저다. 늘 새로운 색을 함께하는 삶은 떨림으로 가득하다. 그저 보는 것만으로도 밥 한 공기를 먹은 듯한 만족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기쁘다. 단순히 인쇄한 작품을 보는 것만이 아닌 작품을 현장에서 보는 것도 내겐 또 다른 행복이다. 그것이 대중들 앞에서 어떻게 보이는지 궁금해서 손꼽아 달력을 보며 기다린 적도 많았다. 그만큼 색은 내게 있어서 삶을 자극하는 요인 중 하나이다. 어떤 분들은 관습적으로 박람회나, 전시회에 가는 게 아니냐고 말하시지만 그렇지 않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이유다. 직장과 현장에서 그것을 봄으로서 나는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에 대해 늘 관찰과 관조를 하며 바라보는 것이 내게 무언가를 하게 되는 동기가 되기 때문이다. 그것이 내가 오늘뿐 아니라 내일이 기다려지는 나의 자극 중 하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