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깨끗한 인도식

트리운드 조난까지 18일전

by 코르테오

인도 여행을 한 후, 지인들이 가장 많이 물어보는 주제가 있다. 바로 인도의 위생이다. 실제로 인도에 여행을 다녀오지 않은 분들도 인도의 위생이 얼마나 안 좋은지 해박하시다. 그만큼 국내외 뉴스를 통해서 인도의 위생 현황은 정말 안 좋게 보인다. 인도를 여행한 내가 봐도 좋지 않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비위가 안 좋으신 분은 인도로 여행 가는 걸 절대 추천을 안 한다. 주변에 예민하면 식사를 못 하기 때문이다.


한 예로 파하르간지에서 라씨를 먹으러 간 적이 있었다. 자주 마시러 간 점포여서 별생각 없이 한 잔을 주문했다. 나오길 기다리는 동안 반대편 라씨 판매점을 보게 되었는데 눈을 뗄 수 없었다. 라씨에 넣을 과일들을 씻지 않은 손으로 자르고, 얼음을 가는 제빙기도 더러운 물로 씻는 모습이었다. 너무 더러워서 눈을 피했는데 내가 시킨 라씨 가게도 상황이 비슷했다. 입맛이 뚝 떨어지고, 차마 내가 시킨 라씨에 입을 데기 어려웠다. 어쩔 수 없다는 생각으로 주문한 라씨를 먹긴 했지만 찝찝한 마음은 차마 떼어내기 어려웠다.


일반 식당을 가도 내가 주문한 요리가 정말 환경적으로 깨끗하게 만들어졌다는 보장을 하기 어렵다. 그래서 물갈이를 하시는 분들의 경험담이 카페에 정말 많이 올라왔었다. 다행히 나는 여행 내내 물갈이 없이 다니는 큰 행운을 누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음식이 나오면 불안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 불안 가운데 같은 숙소에서 만 한국분과 점심을 먹게 되었다. 우리는 인디아 게이트로 가기 전 근처에서 식사할 곳을 찾다 보니 인디라 간디 국립 예술 센터라는 공립 기관에 들어오게 되었다. 큰 건물 바깥에 작게 카페테리아를 운영을 하고 있었다. 관광객이 들어와도 되나 싶었지만 딱히 제재는 안 해서 자리에 앉았다.


카페테리아 내부는 예상외로 깨끗했다. 흔히 생각되는 인도 식당의 느낌은 아니었다. 일행분은 인도 정식을 시키고 나는 피자와 라씨를 시켰다. 기다리는 동안 주방을 봤는데 오픈된 형태였지만 관리가 잘된 게 보였다. 대부분의 장비들이 스테인리스로 되어 있었고, 음식을 만드는 사람들도 제대로 복장을 갖추고 일했다. 식중독이나 물갈이의 요소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주문한 음식의 맛도 훌륭했지만 식당 내부에 풍겨지는 신뢰성이 먹는 데 일말의 불편함이 생기지 않게 해 줬다. 그렇게 인도 여행 중 겪은 가장 깨끗하고, 만드는 과정도 신뢰가 깊은 인도식을 먹었다.


이후에는 이 날만큼의 신뢰도를 가진 곳을 찾기는 어려웠다. 그럼에도 이 날의 내게 준 교훈은 인도라는 나라가 가진 불안함의 요소를 한 꺼풀 덜어내 준 것이다. 나는 여기서 식사를 할 수 있다. 이 명제를 45일간 내내 불안에 떨지 않게 만들어주었다. 덕분에 나는 여행 내내 물갈이를 하지 않았다. 플라세보 효과인 것일까? 먹는 게 두렵지 않고, 의심하지 않은 복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먹는 음식점의 대부분이 더럽지 않다는 걸 알게 되니 여행이 즐거워졌다.


20191016_124509.jpg


keyword
작가의 이전글종이 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