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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산

by 코르테오

제주도는 참 양가적인 감정이 든다. 휴양지가 가진 낭만과 아름다움이 생각나기도 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할 수 없는 엄마와의 마지막 휴양지로 기억된다. 어머니가 치매에 걸리시고 요양원에서 지내실 때였다. 당시 어머니는 휠체어로 이동하셔야 했고, 잠깐 서다 중심을 못 잡고 쓰러지시는 경우가 많았고, 배변 활동을 본인이 제어를 못 해서 아빠와 누나가 수고를 다 하셨다. 그래도 우리 4명은 그게 어려움이라고 느끼지는 못했었다.


매년 한 번씩 하는 가족여행 중 제주도로 가게 되었다. 새해에 제주도를 내려가니 설경이 아름답게 펼쳐져 있었다. 바람이 세게 불기는 했지만, 그것도 하나의 추억이라 생각했다. 여행의 3일째에 한라산 중턱까지 차를 몰고 갔다. 근처에 차를 세워놓고 한라산에 쌓인 눈을 볼 수 있었다. 어머니를 휠체어로 끌고 다니다가 도저히 안 돼서 아빠랑 내가 어깨동무하며 어머니와 눈을 봤었다. 잠깐 서실 수 있어서 눈앞에 어머니를 놓았는데 그대로 앞으로 엎어지셨다. 다행히 눈이 많이 쌓여서 쿠션 역할을 했지만 아빠, 누나 그리고 나는 직감을 했다. 더 이상 엄마를 데리고 여행을 갈 수 없다는 사실을.


이후 어머니는 증세가 심해져 집과 요양원 모두 통제가 안 되어 요양병원에 가시게 되었다. 진정제를 많이 투약하신 어머니는 더 이상 스스로 무언가를 하지 못하게 되셨고, 가족과 이별하게 되었다. 가끔 겨울이 되어 산에 눈이 쌓이면 그날이 생각난다. 행복해지려고 갔던 가족여행이었지만 마지막은 씁쓸함이 남겨진 그날. 참 슬픈 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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