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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운 산

by 코르테오

20살이 넘어서도 나는 높은 곳에 올라가는 걸 정말 싫어했다. 특히 산에 있는 흔들 다리나, 전망대에 서 있는 걸 자체를 못했다. 너무 무서워서 도저히 아래를 내려다볼 수가 없었다. 내가 감당할 수 없는 높은 고도에 다리가 덜덜거렸다. 언제부터 이런 고소공포증이 생겼을까 돌이켜보면 북한산 때문이었다.


어렸을 적 가족과 같이 북한산에 올랐는데 줄을 타고 바위를 올라가야 하는 길이 있었다. 너무 무서워서 옆에 있는 등반 줄을 붙잡고 눈 감으며 올라갔는데 힘들어서 잠깐 멈췄다. 부모님이 보고 싶어서 밑을 내려다봤는데, 아뿔싸, 거의 낭떠러지 같은 모습에 눈물이 다 났다. 이러다 떨어져 죽을까 봐 엉엉 울고 있는데 부모님은 웃으시면서 다시 위로 보고 올라가라고 하셨다. 내려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계속 올라오는 사람들 때문에 억지로 암벽을 등반했다. 무서운 경험 탓인지 정상에 올라도 멋진 광경이 기억에 남아 있지를 않는다.


그런 무서웠던 산이 이제는 두렵지 않다. 이제는 정상에 올라가서 밑을 봐도 어질어질해지지는 않는다. 오히려 그 무서움이 기분 좋은 긴장감으로 바뀌었다면 믿겠는가? 그런 높은 곳에 올라가기 위해 수많은 안전장치가 있다는 걸 생각하니 산은 이제 무섭지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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