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되면 아파트 화단에 꽃이 피었다. 분홍색, 하얀색, 자주색의 철쭉이 봄을 알리기 위해 잎을 피며 기지개를 켰다. 그 모습이 마치 트럼펫 연주하듯 암술과 수술이 앞으로 나아가고, 꽃잎은 활짝 열렸다. 그리고 향. 미약하게 꿀 내를 품은 철쭉은 어린이에게 자연에서 맛볼 수 있는 간식이다.
철쭉이 피는 날이면 꽃봉오리를 따서 꽃받침을 입에 댄다. 숨을 세게 들이마시며 흡입하면 철쭉이 지닌 꿀이 빨려 들어온다. 달면서도 철쭉 향이 은은하게 나는 그 맛이 중독적이었다. 만족할 때까지 철쭉을 따서 꿀을 받아 마신다. 안타깝지만 그날 희생된 철쭉들은 화단 밑에 쌓여 빛을 보지 못하고 말라버렸다.
세월이 지나 길에서 철쭉을 보면 나도 모르게 손이 간다. 하지만 꽃을 따려하지 않는다. 철쭉이 피어야 하는 이유. 본인의 번식뿐만 아니라, 벌과 나비 그리고 봄의 전파되기 위해 사람이 함부로 막지 말아야 한다. 자연이 귀해지는 시대. 어린 시절, 멋모르고 했던 꽃 꿀 마시기는 버려야 하는 악습이다. 인간 인생만큼 꽃과 봄의 삶도 중요하다는 걸. 손으로 철쭉을 살짝 어루만지면 용서를 빈다. 그네들의 삶을 아프게 해서 미안하고, 아름답게 더 피어나길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