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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쓰고 싶다

by 코르테오

세상엔 재밌는 게 많다. TV와 인터넷은 눈을 사로잡는 콘텐츠가 즐비하다. 음식은 두말할 것도 없고, 가볼 여행지는 어찌나 많은지. 정보의 홍수에 휩쓸리기 쉬운 현대인이 피할 곳은 없다. 자연스레 온몸이 잠기면 그 아늑함에 적응한다. 게으름에 빠져 나를 돌아볼 시간은 없다. 아니 오히려 피하는 게 맞다. 세상 사는 것에 무관심한 내가 패배자 같고, 찌질해서다. 모니터에 반사된 내가 보이지 않도록 현란하고, 자극적인 영상을 찾으며 밤새운다.


이런 삶을 타파하기 위해 글을 쓰기 시작한 지 5년이 넘었지만, 유혹을 쉽게 못 끊고 있다. 글을 좀 쓰다가 인터넷을 보고, 잠깐 또 쓰다가 핸드폰을 보면 한 문장이 전부다. 글 쓰는 의지에 비해 견물생심 하는 마음이 더 커진다. 마음속 계획보다 못 쓴 날이면 좌절감과 죄책감에 휩싸인다. 나는 안 되느냐며 자책하지만, 글쓰기를 멈추고 싶은 생각은 없다. 자신을 계속 돌아보고 발전하는 방식이다.


오래 쓰고 싶다는 마음이 유명 작가가 되겠다는 마음은 아니다. 그 저 꾸준하게 쓰고 싶다는 거다. 사실 글 쓰는 건 고생스럽다. 무엇을 쓸지 고민해야 하고, 한자리에 앉아 엉덩이를 떼지 말아야 하며, 타자나 펜을 쉬지 않아야 한다. 무언가 막힌다 싶을 때는 다른 것에 휩싸이기보다 이전에 나를 돌아봐야 하거나, 책을 읽으며 부족한 양식을 쌓아야 한다. 때로는 밖에 나와 분위기를 환기시키거나, 경험을 쌓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내 글에 퇴고까지 해야 완성된 글이 나온다.


과정의 수고는 생각만 해도 싫어진다. 하지만 이걸 놓는다면 나는 나대로 살 수 없음을 깨닫는다. 자기 계발이란 단순 독서로만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직접 행동하고 느낀 것을 글로 써야만 비로소 인생이라는 엔진에 발화가 된다. 글쓰기를 놓지 않는 건 그것이 나를 끊임없이 움직이게 만드는 원동력이기 때문이다. 글을 못 쓰는 상황이 생기더라도 할 수 있는 시간만큼 오래 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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