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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르테오 Aug 15. 2023

음식만 비건이 아니다.

방구석들을 위한 박람회 관람기: 베지노믹스페어-비건페스타

 비건페스타에 가려고 한 이유는 하나였다.


 ‘비건 음식은 맛있는가?’


 서울국제식품산업대전에서도 비건 및 채식주의자들을 위한 콩고기를 몇 번 먹어봤기에 거부감은 없지만 ‘맛이 엄청 좋다’는 아니었다.


 비건 페스타는 학여울역 근처에 있는 SETEC에서 개최했었다. 현장에서 5,000원 결제를 하고 입장하지만, 박람회 마니아인 나는 온라인으로 사전 등록하여 무료로 관람했다. A홀에서만 진행한 행사는 참가 기업 수도 적고, 빈 곳이 눈에 띄는 박람회였다. 또한 이날 비가 와서 전체적으로 처진 느낌을 지울 순 없었다.



 하지만 들어가자마자 나의 처지는 느낌은 금세 달아나고 없어졌다.

 입구 맨 앞쪽에 있었던 부스는 ‘Wasteupso(쓰레기 없어)’였다. 여기서 판매하고 있던 것은 다름 아닌 치약이었다. 의아했다. 비건과 치약이 무슨 상관이 있는지..

 알고 보니 치약 제작 과정에 있어 동물실험이 자행되는 것이 비건 및 채식주의에 반하는 행위이기 때문에 친환경적이고, 비건을 위한 치약을 만들게 되었다고 한다.



 친환경 운동과 함께한다는 것을 알고 박람회를 보니 공예품과 화장품을 들고 나온 기업들이 많은 것이 이해되었다.

 이들이 만든 제품들 또한 동물실험을 하지 않고, 최대한 친환경적인 제품을 만들었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대표적으로 코르크를 주재료로 가방을 만드는 ‘코르코’가 있었다. 가축을 전혀 사용하지 않으면서 가죽과 비슷한 느낌을 낼 수 있는 제일 나은 방법을 보였다.


다음으로 체험해 본 것은 비건 음식이었다. 이날 내가 먹은 음식은 ‘몽크스부처’의 콩 소시지와 파스타, ‘아케미’의 아이스크림과 케이크였다.



박람회에서 먹은 음식들은 맛이 좋았다.

보통 비건 음식은 채식인들을 위해서 식품 사양은 좋게 만들어도 맛에서 떨어지는 경우가 많았지만, 두 업체의 음식들은 그렇지 않았다. 특히 소시지는 고기라고 생각될 정도로 식감과 맛을 잘 살려내서 비건에 대해 편견을 가지거나, 채식에 도전하기 어려운 분들에게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아이스크림은 우유가 전혀 들어가지 않고, 쌀로 만들었다고 들었을 때는 조금 걱정했지만, 오히려 터키 아이스크림처럼 꾸덕꾸덕한 식감이 있어서 거부감 없이 먹었다, 케이크 또한 우유가 첨가되지 않아 조금 엉겨 붙은 느낌이었지만 부드러운 쌀 아이스크림과의 조화가 인상적이었다.


 비건에 대한 이해 확장과 비건 식품 다분화는 좋았지만, 한편으로는 아쉬운 구석이 좀 있었다. 보통 박람회에서 이벤트장이 있으면 관람객이 어느 정도는 채워지는데 이 날은 비가 와서인지 사람도 적고, 코로나로 인해 1m 간격으로 앉아서 좀 휑했다. 마치 인기 없는 강사가 하는 마을회관 수업 같은 느낌이랄까.


 우리는 간혹 누군가에게 들은 정보로 현상에 대한 잘못된 판단이나 편견을 갖는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색안경을 벗고 보면 그것이 잘못됨을 깨닫고, 새로운 모습 또한 발견하게 된다. 채식에 대해 불신이 많은 분께 비건 페스타를 가봄으로써 다시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내가 그랬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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