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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생각 난 2025년 올해의 앨범 TOP10

by 코르테오

주의

이 음악 추천 쟁이는 음알못이자 음악 잡식러임을 알려드립니다.

올해 들었던 앨범으로 작성됨을 알려드립니다.

제 순위가 절대적인 평가 아닙니다.

오늘 글은 그저 제 온전한 개인 생각임을 밝힙니다.

재밌게 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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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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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op Demon Hunters Cast - KPop Demon Hunters

https://youtu.be/QGsevnbItdU

사운드트랙만으로 영화를 기대하게 만들다


영화를 아예 시청하지 않은 상태에서

사운드트랙을 처음 접한 제게

이 영화를 정말 보고 싶은 욕망을 만들 정도로

케이팝 데몬 헌터스 앨범은 올 한 해 정말 즐겁게 만들어 줬습니다.


물론 영화 사운드트랙 앨범이다 보니

영화에서 사용된 다른 가수들의 트랙들이 있는 것이 흠이지만

이들이 만들어낸 오리지널 트랙들은 전 세계가 공감할 정도로

글로벌하게 대중적이면서도 매력적으로 만들어냈습니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최근 K-POP 아이돌 노래에서

한국말이 없어지는 현상이 점점 많아지는 추세인데

이 앨범이 등장하는 바는 매우 크다고 봅니다.

물론 지금도 K-POP에 참여하는 다양한 나라의 프로듀서와 작곡가

그리고 송캠프가 참여해서 K-POP 아이돌 음악에 질적 향상을 가져왔지만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외국 프로덕션이 K-POP 아이돌 음악을

글로벌하게 먹히게끔 만들 것인지를 제대로 보여주는 예시가 될 듯합니다.


특히 영화를 만든 주체가 외국이긴 하지만

주된 소재가 한국이기에 한국인으로서

올해 글로벌 차트를 볼 때마다 '이게 꿈인가?' 싶을 정도로

외국 청취자들이 한국어가 섞인 노래를 듣는다는 건 매우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물론 문화적 영향력을 떠나서도

올해 K-POP이라는 장르측면에서도 케이팝 데몬 헌터스 앨범은

정말 잘 만든 음반이고, 각각의 트랙들의 개성도 충분히 좋았습니다.

개인적으로는 <Free>가 가장 인상 깊었습니다.

올해 들은 K-POP 듀엣곡 중에서 최고였습니다.


9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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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najirachi - I Love My Computer

https://youtu.be/MxekyGtqcNE

음악 시장 유행의 첨단을 보고 싶다면 이 음반


올 한 해는 여성 솔로 아티스트들의 힘이 대단했습니다.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이 정도로 힘이 넘쳐나는 해가 있을 정도인가 싶을 정도로

2025년은 여성 아티스트의 해였습니다.

Ninajirachi는 그 중에서도 가장 독보적으로 트렌디한 음악을 제대로 보여줬습니다.


이게 첫 정규 앨범이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높은 완성도와 앞서가는 사운드를 자랑합니다.

작년에는 Charlie XCX가 하이퍼팝의 대중화를 보여줬다면

그 흐름을 이어받아서 Ninanjirachi는 하이퍼팝을 넘어

현세대의 작곡가들은 어떻게 음악을 만드는 가를

가장 대중적인 EDM 장르인 일렉트로 하우스로 보여줍니다.


사실 하우스라는 장르는 이제는 너무 대중화가 되었고

유명 DJ의 시대가 저물면서 한풀 꺾인 추세였습니다.

그러면서 하우스의 하위 장르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긴 했지만

지금 이 앨범처럼 큰 파장을 일으키기엔 힘이 부족했습니다.

같은 하위 장르인 일렉트로 하우스 및 컴플렉스트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하지만 Ninajirachi는 달랐죠.


Ninajirachi는 일단 하이퍼팝의 주된 정신인

장르 파괴와 왜곡을 가져왔습니다.

그래서 들을 때는 이게 익히 아는 일렉트로 하우스가 같지가 않죠.

하지만 그녀는 기본적인 EDM의 골자는 그대로 가져왔습니다.

그래서 들으면 들을수록 그녀의 음악 세계에 빠져들게 되고

어느 임계치가 다다렀을 때는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함으로써

청취자가 음악을 즐기게끔 만든 것이 매우 큽니다.


이번 앨범에서 그녀가 사용한 장르는 단순 일렉트로 하우스뿐만이 아니었고,

그 다양한 장르를 그녀가 만들어낸 독특한 음들과 함께 결합을 시켰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러한 음악의 모습은 최근 가장 각광받는 장르인

하이퍼팝 또는 디지코어의 모습들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그녀의 올해 신보는 현시대의 작곡가가 어떤 음악을 만들어내는지와

앞으로의 음악 산업 또는 시장이 어떤 모습으로 나아가는지를 보여주는 지표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8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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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Necks - Disquiet

https://youtu.be/tppSj1xtERM

빠져드는 3시간의 즉흥 연주


57분

1시간 14분

23분

32분

단 4개의 트랙, 러닝타임 3시간의 육박하는

이해하기도 힘든 아방가르드 재즈 앨범입니다.


제가 이해하기 힘들다고 얘기한 이유는 앨범에 대한 얘기가 아닌

이 앨범의 장르에 대한 문제 제기였습니다.

사실 아방가르드라는 말은 이제 예술 쪽에서는 너무 흔한 문구이자, 표현 방식이지만

일반 대중들에게 있어서는 너무 낯설고 어려운 개념으로 작동이 됩니다.

그래서 입문을 하고 싶어 들어도 그 난해함에 멀어지게 만듭니다.


다행히도 The Necks가 가져온 형식의 파괴는 충분히 이해 가능한 선이었습니다.

오히려 그들의 연주에 대한 진행 과정이 처음부터 끝까지 매혹적이었습니다.

4곡 모두 기본적으로 형성되는 분위기가 있습니다.

그 분위기는 앰비언트 장르처럼 우주적이고, 광활하지만

한편으로는 따스한 햇살이 내리쬐는 따뜻함이 존재합니다.

3명의 연주자는 그 분위기를 긴 시간 유지를 하면서

재즈가 가진 자유로움을 연주로서 풀어냅니다.


그들의 연주는 가볍게 들었을 때는 어렵지 않지만

깊이 파고들수록 이 평온함을 유지하게 위해

치열하게 고민한 모습을 볼수록 감탄만 나올 뿐입니다.

이것이 과연 콘트라베이스, 드럼 및 퍼커션, 피아노로만

나올 수 있는 소리인지 놀라움을 금치 못할 정도입니다.


점점 음악이 2분 또는 1분으로 소비되는 시대이지만

때로는 이런 고봉밥 같은 음악이 나온다는 것은

책을 읽는 것처럼 오래도록 엉덩이를 의자에 붙이고 들을만한 청취자가 있고,

그들을 사로잡는 콘텐츠가 있음을 시사하는 것 같습니다.


7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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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cing Mount Pleasant - Racing Mount Pleasant

https://youtu.be/xHwhDeCnOS8

Black Country, New Road의 영향은 이렇게 진보되어 나타나다.


여러분은 '밴드 음악'을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기가 막힌 기타 속주와 높은음을 내는 보컬

그리고 그를 받쳐주는 드럼과 베이스인

고전적인 락의 모습이지 않으신가요?

하지만 최근 밴드의 모습은 오히려 좀 더 폭넓은 모습이 되었습니다.


물론 락이라는 장르에서는 여전히 저 모습이 보이지만

어떤 합주의 형태에서의 밴드들은 정말 다양한 시도와 악기들이 들어왔습니다.

대표적으로는 Arcade Fire가 그 시작을 알렸죠.

그러면서 인디 락 또는 아트 락은 점점 진화해 갔고

Black Country, New Road가 프로그레시브와 포크, 그리고 체임버의 개념을 가져오며

현재 밴드 씬의 모습을 만들어갔습니다.

소위 말하는 '윈드밀 씬'이 대두되기 시작합니다.


올해 Black Country, New Road는 신보를 냈지만

중요 인원이 빠진 그들의 음악은 아쉬웠습니다.

새롭지 않았고, 바로크 팝을 한 것이 리스너들에게 아쉬움을 남겼습니다.

문제는 그들의 아쉬운 모습을 대신할 올해 윈드밀 씬 밴드들의 신보가

그들의 과거의 모습을 그대로 답습한 형태가 너무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올해 Racing Mount Pleasant 첫 정규 앨범은 달랐습니다.


그들이 쓰는 악기들은 Black Country, New Road에 비해서는

좀 더 다양한 관악기 특히 색소폰이 좀 더 추가되었는데

이를 이용한 감정 고조의 형태를 극한으로 발산시켰습니다.

그러면서도 음악의 형태는 좀 더 포스트락으로 틀면서

악기 자체가 가진 소리보다는 좀 더 강렬한 전자의 힘을 빌려

고조된 감정을 더 터트리는 효과를 가져왔습니다.


올해 첫 정규이기에 그들이 보여준 가능성은 매우 높아 보입니다.

물론 그들의 등에는 윈드밀 씬이라는 꼬리표가 붙어있습니다.

그걸 부정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변화를 보여줄 역량은 있기에 다음이 기대됩니다.


6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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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ie X - Happiness Is Going to Get You

https://youtu.be/Bf8KjXmDdds

이렇게 취향 저격인 얼터너티브 팝은 처음이야


Allie X는 평단에서는 올해 신보가 고평가는 못 받았지만

제 개인으로서는 정말이지 만점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줍니다.

물론 제 취향 자체가 멜로디와 팝 사운드에 집중되어 있긴 하지만

이해 가능하면서도 번뜩이는 실험성과

앨범 구성의 기승전결이 좋고

노래들이 모두 평균 이상의 모습을 보여주니

안 좋아하는 게 이상할 정도로 올해 Allie X 신보는 최고 애정하는 앨범이 되었습니다.


특히 제가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각 곡간의 연결성이었습니다.

물론 이게 Allie X만 하는 게 아닌

대부분의 아티스트들도 하는 거고, 앞서 소개한 Ninajirachi도 했습니다

굳이 따지자면 올해 이런 시도 중에서는

Allie X가 독보적으로 잘했다는 게 제 의견입니다.


5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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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ingerbee - Apiary

https://youtu.be/FK39CzH9UoA

휘몰아치는 롤러코스터 장르 짬뽕이 맛있다


보통 올해 최고의 앨범을 뽑게 되면

개인적으로는 EP는 좀 꺼리게 됩니다.

그 이유는 정규에 비해서는 러닝타임도 적고,

너무 간단하게 끝나는 소개방식이기 때문이죠.

하지만 올해 8월에 나온 Gingerbee의 EP는 너무도 충격적이어서

올해의 음반에 안 넣을 수가 없었습니다.


과거 Twenty One Pilots가 인터뷰에서

본인들이 하는 음악은 Blurry, 모호함이라고 했는데

어떤 장르에 국한되지 않고 변화하고,

곡 안에서도 다양한 모습을 보여줘서

자신들을 그런 모호함의 시선으로 봐줬으면 좋겠다고 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런 모호함을 매우 극단적으로 표현한 것이 Gingerbee의 신보입니다

롤러코스터처럼 곡의 성향이 잔잔함과 시끄러움이 왔다 갔다 하는데,

단순히 차분히 연주했다가 빠르게 연주하는 방식이 아닌,

언제 변화될지 모르는 무작위성이 난무하고

그 무작위성 안에서 다른 느낌과 장르들을 선택들을 합니다.

특히나 보컬이 스크리밍을 할 수 있다 보니

온도 자체가 차가움에서 폭발함으로 전혀 예상치 못하는 단계까지 갑니다.


이런 극단의 온도차이를 보여줌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하는 음악은 혼란에 빠지지 않고

오히려 그런 휘몰아치는 소용돌이 안으로 빠져들게 합니다.

악기가 가진 고유한 음을 낼 때도 있고,

게임 같은 8비트의 뿅뿅거리는 특유의 전자음도 나와서

정말이지 단어 카오스를 아름답게 음악으로 풀어냈습니다.


4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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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치코 아오바(青葉市子) - Luminescent Creatures

https://youtu.be/r87URI5GncM

음악으로 빛을 유영하다


싱어송라이팅

어찌 보면 참 일반적인 형태의 음악의 형식입니다.

한국 대중음악으로 풀자면 아이유 같은 방식일 수도 있죠.

간단한 악기 구성과 가수가 가진 고유한 목소리로

대중들과 소통하는 방식입니다.


문제는 이런 방식이 너무 비슷비슷하고,

음악을 들을 때 평가 잣대를 함부로 드밀 수 없습니다.

그래서 굉장히 주관적이어서 판단하기가 어렵습니다.

물론 최근에는 전형적인 형태가 범람을 해서

기본적인 질적 향상이나 음악적 새로움이 없으면

저 역시도 가차 없이 대하게 됩니다.


이치코 아오바의 올해 신보는

그런 싱어송라이팅이라는 장르에 있어서

가장 높은 정상이자 앞을 밝히는 등불의 역할을 제대로 합니다.

그녀가 보여주는 음악의 형태는 앨범 커버처럼 빛이 울렁거리는 따스함과

체임버 장르가 가진 음의 공간감을 아름답게 비춰줍니다.

눈을 감고 들으면 이것이 단순히 일본인의 음악이 아닌

무국적성이 띌 정도로 치밀한 음악적 세계관을 보여줍니다.


가창력이 음악 실력과 비례되는 시대는 아니지만

여전히 그러한 믿음을 가진 사람들에게

이치코 아오바의 올해 신보를 들려주고 싶을 정도로

그녀는 자신의 목소리를 어떻게 표현하고 싶은지를

파동으로서 우리에게 다가옵니다.


3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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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ley Cyrus - Something Beautiful

https://youtu.be/JX2GkxNT-IQ

어쩌면 마일리 사이러스 음악 인생 최고의 앨범일 수도


사실 저는 올해 레이디 가가의 신보에 정말 기대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그녀가 보여준 모습은 실망 그 자체였죠.

물론 제가 과거 그녀의 고스(Goth)스러우면서도 괴팍한 모습을 좋아해서

지금의 잔잔하게 자신을 표현을 하는 게 못마땅해서 일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팝스타는 대중들이 원하는 모습을 충족도 해야 하고,

완벽하게 만들어진 작품을 만들어야 하는 시험에 처합니다.

그 시험대에서 레이디 가가는 아쉬운 모습을 보여줬죠.


그녀를 뒤 이어서 신보를 낸 사람은 마일리 사이러스였습니다.

2023년에 그래미 올해의 레코드상을 수상한 'Flowers'라는 노래가 있긴 했지만

그 노래가 수록된 앨범은 제 기준에서는 정말 형편없었습니다.

그녀가 좋아하고, 잘하는 컨트리 장르임에도 불구하고,

앨범 전체를 듣는 데 지루해서 즐겁지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 앨범으로 인해서 마일리 사이러스에 대한 기대를 일찌감치 져버렸습니다.

이 가수는 똑같이 자신이 하던 장르만 하겠구나라고요.


그런데 올해 나온 마일리 사이러스 신보는

그녀의 음악 역사를 뒤틀어버리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컨트리 가수가 복고 댄스 팝을 하는데 이게 기가 막힙니다.

제가 레이디 가가한테 원하는 모습을 마일리가 정확하게 보여줘서 감격했습니다.

단순히 과거 레이디 가가 모습을 뒤따르는 게 아니라

마일리 사이러스, 본인 자체가 새로운 페르소나를 가져와서

자신이 어떻게 댄스 팝과 아트 락을 하고 싶은 지를 보여줍니다.


남은 것은 앨범 전체가 다 질적으로 좋은가라는 질문만 남았습니다.

제 대답은 만점을 주고 싶을 정도로 전체 청취하기 좋다입니다.

사실 팝스타 앨범에 트랙에다가 전주 넣는 경우가 요즘 흔하지는 않은데

청취자를 위한 가수의 의도와 도전이 완벽하게 보여줍니다.

개인적으로는 'Walk Of Fame'을 강력하게 추천드립니다.

이 곡이 올해 마일리가 어떤 음악을 하고 싶은지를 정확히 표현합니다.


어떻게 보면 마일리가 올해가 여성 솔로 아티스트의 해임을

제일 서막에서 보여주는 최초의 인물이 아닐까 싶네요.


2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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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Kinley Dixon - Magic, Alive!

https://youtu.be/UWWQcrCetF0

그가 뱉는 가사가 귀에 맴도는 마법


올해 힙합을 돌이켜 보면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깊게 말하면서도

그 이야기에 힘을 실어주는 힙합 트랙의 자유로움을 보장하는

컨시어스 힙합과 앱스트랙 힙합 앨범이 정말 나온 해였습니다.

그중 가장 최고를 뽑으라면 당연 맥킨리 딕슨입니다.


그가 이번 신보에서 가져온 것은 재즈 라이브 세션이었습니다.

힙합이 재즈와 연결되는 것은 쿨재즈의 거장

마일스 데이비스 때부터 시도되었기에 꽤나 보편적인 장르적 결합입니다.

그나마 흔치 않은 선택인 것은 힙합의 특징인 다른 음악의 한 부분을 가져와서 음을 만드는 샘플링이 아닌

가수의 이야기를 하나의 영화로서 표현하기 위해 직접 연주를 해서 음을 만드는

좀 더 아날로그적인 방식을 택했습니다.


굉장히 날 것의 음을 가져왔기 때문에

가수가 가진 가사 전달력이 정말 좋아야 하는 게 문제였습니다.

다행을 넘어서 올해 랩 스킬에 대한 기량을 따지자면

맥킨리 딕슨은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갈 정도로

호소력이 짙었고, 정말 맛있게 가사를 뱉었습니다.


어찌 보면 굉장히 복고적인 선택이 아닐 수 없습니다.

밴드 사운드에 래핑을 하는 앨범.

하지만 이런 기본적인 구성을 가지고 맥킨리 딕슨은

제 귀를 계속 그의 래핑을 듣게 만드는 저주와 같은 마법을 부렸습니다.

진짜로 살아있는 마법 아닐까요?


1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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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ouar Brahem - After the Last Sky

https://youtu.be/PB_2W8CEMgk

시의에 따른 가장 완벽한 표현 방법


참으로 다사다난 해가 아닐 수가 없습니다.

특히나 국내외 할 것 없이 정치 문제가 말썽이었습니다.

단순 정치만으로 일단락이 되었으면 좋았겠지만

외교까지 불이 번지니 결국 고통받는 건 일반 시민들이었습니다.

특히 끝나지 않는 전쟁과 새로 생기는 전쟁에 신음이 끊이질 않았습니다.


아누아르 브라헴의 올해 신보는 그런 폭력에 노출된 이들을 위로합니다.

튀니지 전통 악기인 우드(oud) 연주자임에도 불구하고

첫 곡인 'Remembering Hind'는 피아노와 첼로라는 굉장히 고전적인 조합으로

잔잔하게 피해자들을 위로합니다.

첫 곡에서 사실상 이 앨범이 보여주는 가치는 충분히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우드라는 굉장히 지역적 특색이 강하고 재즈와 안 어울리는 악기를

이번 신보에서 편견을 없애버릴 정도로 조화로운 모습을 보여줍니다.

특히나 ECM에서 발매된 앨범답게 음악적 공간감 경험을 충분히 느낄 수 있고

무엇보다 굉장히 현대적인 재즈 스타일을 보여줘서

ECM이 한때 보여줬던 진취적인 모습도 볼 수 있습니다.


최근 들어서 이런 지역적 특색이 드러나는 재즈들이 각광을 받았는데

아누아르 브라헴 역시도 그 흐름에 제대로 타면서도

앞서 나가는 기수로서 올해 재즈신을 대표하는 것 같습니다.

어찌 보면 재즈 또한 세계화가 되면서 더 다분화되지만

개성적으로 발전해 나가는 현대 음악의 시류를 타는 모습입니다.

그래서 더 사사로이 개인적인 얘기를 타 지역 국가인 사람에게도 공감하게 만드는

아누아르 브라헴의 신보가 제 기준 올해의 앨범으로 선정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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