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솔직한 사람이 싫다. 그가 내게 하는 말들이 정답이라 받아들이기 싫어서다. 반박하고 싶지만 입을 꾹 닫는다. 늘 같은 버릇. 내 잘못이자, 나쁜 버릇을 인정해야 하지만 하기 싫어 반항한다. 침묵하며 상황이 끝나기를 기다린다. 알겠다고 한 뒤 빨리 자리를 뜬다. 그리고 구시렁거린다. ‘자기는 얼마나 잘났길래’.
혼자서 뒷담화하지만, 그 사람이 무례하다고 느끼지는 않는다. 오히려 직설적인 사람이라고 평가한다. 좀 돌려서 얘기해도 되는 데라며 그의 언행을 탓하지, 그가 나쁜 사람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내가 회피형 인간이기 때문에 그런 방식에 취약할 뿐이다. 그래서 무례한 사람이 솔직한 사람과 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그가 하는 말이나, 태도를 보고 내가 진정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 무례함이라고 생각된다. 무엇보다 태도에서 남을 대하는 방식이 다르다고 느껴진다.
생각 없이 말하기. 내가 생각하는 무례함의 기준이다. 솔직한 사람은 현 상황에 대한 파악이 빠르고, 상대방을 위한 태도가 분명하다. 무례한 사람은 전혀 그런 걸 고려하지 않는다. 순수한 비난. 이기적으로 생각하고 말한 티가 여실히 느껴진다. 그래서 그런 무례함을 들었을 때 오히려 좋게 그와 얘기하려고 한다. 앞으로 만날 일이 없어서 좋게 헤어지는 게 맞다고 느껴서다. 그래서 본능적으로 무례한 사람보다 솔직한 사람에게 더 끌리게 된다. 불만스러워도 이해 가능한 조언을 해주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누나한테 애증 아닌 애증을 느끼는 건 그런 솔직함 때문이었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직설적으로 얘기하는 거에 툴툴거렸지만 그가 말하는 대로 행동을 했다. 결론적으로 누나가 하는 말이 맞았고, 그렇게 해야 내가 발전할 수 있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어쩌면 돌아가신 어머니를 대신해서 내가 기댈 곳이 누나였고, 엄마보다는 더 현실적인 조언을 해서 그런 것 같다. 그래서 누나한테 반항해도, 대답 안 하고 침묵해도 지는 자세를 했다. 누나가 일 때문에 이사를 했을 때는 더 이상 그런 직설적인 말을 안 들어서 좋다고 환호했지만 돌이켜보면 오히려 더 절망적이었다. 오히려 그런 솔직함으로 대해줄 누군가가 내겐 너무 필요했었다. 전혀 무례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나를 대해줄 사람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