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젠더 다양성의 조건

평범한 역할 모델(role-model) 이 필요하다

왜 아직도 남성위주인가

15년전, 신입사원으로 첫 입사했을때의 경직된 사무실 분위가 아직도 생생하다. 시각적으로 이상하다고 문득문득 느꼈던 것은 높은 자리에 계신분들은 모두 남자라는 사실이다. 이것을 더 절실이 깨닭은 시점은 내가 관리자의 위치에 올라가면서 부터이다. 대리에서 과장, 차장, 장이라는 타이틀이 붙기 시작하자마자 여성 동료들은 하나둘씩 떠나갔고, 경력으로 다시 채워지는 분들은 거의 남성이었다. 팀장들만이 모이는 자리에 유일한 여성으로서 내 목소리엔 힘이 빠져있었다. 스스로 소수의 보이스라는 인식도 있었고, 내가 여기서 버티면 얼마나 ? 라는 생각에 하루 살이를 하는 것처럼 연명했으니 말이다. 내 위에 여성 리더가 한명쯤 있었더라면 어땠을까, 퇴사 고민이 생길때마다 한번씩 저 자리에 내가라는 시뮬레이션을 해봤을 것같다. 


어렸을적 엄마가 하셨던 말이 생각났다. 20살에 은행에 입사했는데 그 당시 결혼을 하면 당연히 그만두는 분위기 였다고. 엄마는 풀타임으로 우리 세자매를 키워내셨는데, 나는 중학생이 되면서부터 엄마가 일을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고등학교때 엄마가 백화점 직원으로 입사하게 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다소 놀랍고도 기쁜 마음이 들었었는데, 한달을 채우고 그만두셨다. 이유는 주변의 만류였다. 누구 누구 사모님이 백화점 판매대에 있는게 격식에 맞지 않는다는 카더라 통신 때문에 엄마는 자신을 억눌러야 했다고 하셨다. 더 놀라운것은 그 카더라통신은 주로 같은 입장인 동네 엄마들이었다는 것이다. 내심 그게 왜 어때서라는 반문을 했지만 사람들이 그런 인식을 가지면 안좋겠지라며 그 시기를 보냈다.


지금까지 그래왔기 때문에 - '학습된' 기대감

돌이켜보니 내가 사회에 나와서 주로 남성 리더들만 봐 왔던것은 그런 사회적인 편견, 만들어진 기대감의 결과였다. 벼룩은 높이 뛰기를 잘 하기로 유명하다. 점프를 하고 있는 벼룩에 유리잔을 거꾸로 뒤집에 씌워 놓으면 벼룩은 천장에 부딪히리를 반복하다가 결국 아프다는 것을 학습한 뒤론, 유리잔 천장에 닿지 않을만큼만 뛴다. 자신이 얼마나 높이 뛸수 있는지도 모른채 다른 벼룩들이 뛰는 만큼 그 동안 역사적으로 그래왔던 만큼만 한다. 학습된 기대감 - 이것이 남성과 여성의 사회적 지위 차이를 만들어내는 가장 큰 요인이다. 

남성은 더 전략적으로, 비지니스적으로, 여성은 더 그들을 서포트하는 쪽으로 - 우리들의 기대감이 그렇게 형성되어 왔기 때문에 조직에서 위로 올라갈수록 여성리더를 보기가 힘들다. 스스로 낮춰놓은 그리고 사회적으로 형성되어 있는 낮은 기대감 때문에 도전하는 인력 풀이 아직도 너무 적다. 그리고 임신, 육아, 자녀교육 여성에게 사회적으로 기대되는 다른 역할은 더더욱 발목을 잡는다. 


그래서 필요한건 롤 모델이다

젠더 다양성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가속도가 필요한데, 이를 위해서는 절대 다수의 여성 롤 모델이 필요하다. 신문을 장식하는 대단하고 화려한 스펙, 심지어 외모도 연예인 뺨치는 롤 모델 말고. 

평범한 수준의 대학, 결혼도 하고, 자녀도 있고, 내성적인 성격이어도 조직의 리더가 되어 이끌어가는 모습이 여기저기서 나와야 한다. 왜 남성리더들의 케릭터들은 다양하고 또 다양한데, 여성리더들의 케리턱들은 고정화되어 있을까. 


평범한 내가, 내 본연의 모습으로, 꾸준히 열심히 내 일을 해왔다는 것만으로 - 조직에서 인정받고, 더 길게, 더 의미있게 커리어를 발전시킬수 있다는 시뮬레이션을 할 수 있게 만들어줘야 한다. 


당신이 리더로서 할 수 있는 건?

주변 여성 동료들 중 스스로 자괴감에 빠져있다면, 그들의 커리어에 어떤 전략적인 도움을 줄수 있는지 고민해 봐야 한다. 예를들면, 전략적으로 밀고 있는 프로젝트에 가담시켜 스스로 강점을 보여줄수 있는 기회를 만든다거나, 고객사 미팅에서 여성 동료가 피치를 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드는 것이다. 보좌하는 일 말고, 리딩하는 포지션에 배치시켜 경험을 통해 배우고 그것을 후배들에게 나눠줄수 있는 기회를 더 많이 주어야 한다. 여성 스스로 자신감이 없어할 경우, 충분히 할수 있다고 믿어주고 강점을 인정해 주면서 앞으로 전진할 수 있도록 배려섞인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여성은 스스로를 돕고 다른 여성 동료들을 돕고 또 후배들을 지지하며 도와야 한다. 남성들은 기회의 형평성을 '제로섬 게임'으로 절대 보지 않고, 사회 전체의 발전을 위한 배려적 노력으로 봐야한다. 그렇지 않으면 10년 후 우리는 제자리 걸음에 머물러 있음을 보게될것이다. 


이것이 조직내 양성평등의 시작이자 젠더 다양성을 가속화 할 수 있는 길이다. 



Cover image source: https://www.hapskorea.com/koreas-gender-imbalance/

작가의 이전글 존재감이 리더의 조건이라구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