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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이비 Sep 29. 2022

모두 외쳐 관세음보살

DAY6 안동에서 예불드리기

어제 들렸던 연미사에서 매일 새벽 5시에 예불을 드린다 하여 아침 일찍부터 일어났다.


연미사는 제비원의 거대석불로 알려진 보물, 이천동 석불상이 있는 곳으로 안동에서는 대중적인 사찰이라 한다. 세계유산으로 선정된 봉정사보다 시내에서 가까워서인지 안동 시내에서 많이들 온다고. 그래서인지 새벽부터 기도 올리러 온 보살님들이 꽤 있었다.


나는 천주교 세례까지 받은 모태신앙이지만 성당에 가지 않은지 오래되었고 사찰에 들려 부처님께 자주 인사 드리는 일종의 종교 잡종이다.

작년까지는 집에서 우리말 천수경과 금강경을 아침마다 틀었을 정도로 불경 듣는 것을 좋아한다. 그렇기에 새벽부터 기를 쓰고 일어나 예불을 드리러 온 것.

벌써부터 불경소리가 들려와 안으로 후다닥 들어갔다.


우리말 불경이 아닌 한문 불경을 읽고 계셔서 무슨 말인지 하나도 알 수 없었다. 마치 판소리의 창 같다는 느낌을 받을 뿐. 불자들은 모두 큰소리로 독경하고 나도 반복되는 몇 구절만 읊조리듯이 따라했다.

그리고 이어지는 관세음보살 무한반복.

관세음보살 관세음보살 관세음보살 관세음보살. 스님과 보살님들이 음의 높낮이를 다르게 불러 마치 노래 같다. 누구나 따라할 수 있기에 나도 자신감을 얻고 따라갔다. 중간 중간 자유롭게 절도 올리기에 나도 똑같이 따라했다.

그렇게 몇 십번을 했을까? 나는 눈물 콧물을 다 흘리고 있었다. 절하는게 힘들어서도 아니고, 슬프거나 감동해서도 아니고, 추워서도 아니고 도대체 왜? 누가 볼까 너무나 부끄러워 마스크로 눈까지 가렸다. 예불시간이 끝나고 밖으로 나왔을 때는 코 풀은 휴지 마냥 축축해진 마스크가 내 상태를 말해줬다.


나는 왜 그렇게 울었을까?


관세음보살을 입 밖으로 소리내어 외치는 것.

혹은 그 말이 무엇이 되었건 소리를 내어 말한다는 것은 마음의 목소리로 속에서만 말하는 것과는 분명히 다르다. 입 밖으로 말하는 순간 누군가는 듣게 된다. 그것이 나 한 명일지라도.

성대를 사용하여 내뱉는 말에는 그 자체로 힘이 있다. 그리고 그 힘은 누군가를 해칠 수도, 치유할 수도 있다. 나는 어쩌면 관세음보살을 외치면서 내 안의 고장난 부분을 치유했을지도. 예불이 끝나고 바깥은 여전히 어둡고 흐렸지만 내 마음은 한층 맑아진 것 같았다.




*관세음보살 : 세상의 소리를 들어 알 수 있는 보살이므로 중생이 고통 가운데 열심히 이 이름을 외면 도움을 받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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