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키장 말고도 겨울 맹추위를 유독 반기는 곳이 있다. 수년 전부터 꽁꽁 언 호수에서 산천어 축제를 하는 화천이다. 이곳은 평소 같으면 아무도 찾이 않을 강원도 오지이다. 그런데 이곳에 산천어 축제가 열리면서 이곳으로 낚시를 하러 연인들에서 가족 단위의 많은 사람들이 몰려온다. 이곳이 소문이 나자 미국의 CNN 방송에서 겨울철 축제로 즐길 명소로 선정까지 하고 나섰다. 이 산천어 축제 덕분에 화천의 지역 경제가 크게 활성화됐다. 고인이 된 작가 이외수도 이 축제를 알리는 데 발벗고 나서기도 했다.
그런데 이 축제에 대해 여러 시민단체들이 동물을 너무 가혹하게 다루고 있다면서 반대하고 있다. 동물도 생명을 지닌 존재이고 고통을 느끼는데, 동물의 고통을 놀이 대상으로 삼는 것은 너무나 가혹한 행위라는 것이다. 권리 개념을 인간만이 누릴 수 있는 배타적 의미로 받아들이지 않는 경향이 서서히 일반화되고 있다. 이미 한국의 오랜 식용 문화중의 하나인 개 식용 문제도 얼마전 ‘개식용 금지법‘이 국회에서 통과되었다. 이제는 어떤 이유든 개를 식용할 수 없게 되었다. 이런 입법이 가능하게 된 것은 인간에게 친화적인 동물의 권리를 인정하는 첫걸음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강원도 오지의 호수에 있는 산천어의 경우를 개와 똑같이 취급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들의 주장 밑에는 누구도 생명을 가진 동물의 고통을 즐길 권리는 없다는 논리가 깔려 있다. 하지만 이런 주장을 밀고 다니다 보면 인간이 가장 많이 먹는 ’닭과 오리‘ 사육의 경우는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그들이 사유되는 공간은 생명을 입에 올리기 힘들 정도로 고통스러운 공간이다. 그렇다면 이들에게도 똑 같이 동물의 고통을 즐길 권리가 없다고 해야 하지 않을까? 그리고 이런 경우는 소나 돼지와 같은 동물들, 나아가서는 바다에서 키우거나 잡는 양식장과 수산물들도 해당하지 않을까? 게다가 많은 사람들이 즐기는 낚시와 같은 행위도 동물의 고통을 즐기는 대표적인 행위가 아닐까? 여기에서 무엇은 되고, 무엇은 안 된다는 논리는 일관성이 없지 않을까?
사실 내놓고 이야기한다면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는 자연 생태계에서 가장 대표적으로 잔인한 포식 동물이라 할 수가 있다. 대부분의 동물들은 특화된 대상만 먹걸이로 삼지만 도대체 인간은 먹지 못하는 것이 없을 정도로 식욕이 왕성하고 다양하다. 인간은 수렵을 통해 야생의 동물을 잡아 먹었을 뿐 아니라 그것들을 가축으로 길들여서 먹이로 삼았다. 그런 면에서 육식은 불교와 같이 육식을 금하는 종교나 이슬람 문화에서 처럼 돼지와 같은 특정한 동물의 식육을 금하는 경우를 빼고는 인간의 대표적인 식육 대상이다. 과거에는 식인까지 했었지만 지금은 절대 금지되어 있다. 아무튼 이런 경우들을 고려한다면 산천어 축제가 유독 살생을 많이 한다는 논리는 지나치다고 할 수 있다. 다만 축제의 성격상 산천어의 고통을 놀이의 대상으로 삼는다는 지적은 피할 수가 없다. 단순한 식용이 아니라 축제를 위해 무분별하게 산천어에게 고통을 가한다는 것은 너무 잔인하다는 판단도 윤리적으로 가능하다. 하지만 산천어 축제가 낙후된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는데 큰 도움이 될 때 윤리적 판단만 가지고 지역 주민들을 설득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내가 이 문제를 가지고 아내와 이야기해봤다. 아내는 강원도 산이다. 자초지종을 설명한 다음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었다.
“안 돼지.” 첫마디 부터 아주 단호하다.
“왜 안돼? 사람도 먹고 살고 즐길 권리가 있지 않나?“
“어떤 경우든 생명과 고통을 유희의 대상으로 삼을 수는 없지.” 의외로 아내의 입장이 단호하다. 의료 종사자라 그런가?
“그럼 강원도민들은 손가락만 빨고 있어야 하나? 그들도 살아야지.“
”그건 국가가 보조금이나 기타 등등의 지원을 통해 해결해야지.“
”아니 지자체의 문제를 왜 국가가 나서서 해결해야 하나?“
”전체 국민의 관심과 이해관계가 걸린 문제니까 그럴 수도 있지.“ 아내가 언제부터 이런 국가주의자, 엄격히 말하면 ‘사회적 국가 주의자’가 됐나?
”하지만 특정 지자체에 대한 이런 선례를 남기면 다른 지자체들도 형평의 문제를 너도 나도 낙서지 않겠나? 그러면 국가 재정이 금방 바닥나겠다.“
산천어 축제 문제가 국가 문제로 비화해버렸다. 폐지냐 존속이냐 논란이 많지만, 두부 자르듯 단칼에 해결하기 힘들다. 이 문제가 커지면 또 진영간의 죽자 사자 싸움으로 비화될 가능성도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