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 시대의 학자들

by 이종철

지금은 고령화 시대로 본격 접어 들었다. 한국 사회에서 65세 이상의 비율이 2025년에는 20.5%이고, 2050년에는 40%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제 5명 중의 한 명은 옛 기준에 따르면 다 환갑을 넘긴 할아버지/할머니이다. 이런 고령화 사회에서는 모든 기준들이 옛기준과 달라질 수 밖에 없고 달라져야 한다. 그 중의 하나는 학자들의 행동 방식도 달라져야 할 것이다.


예전에는 50대만 되면 이제 더 이상 새로운 것을 벌리지 말고 지금까지 해오던 것들을 정리하는 것에 만족하라는 이야기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 물리적 나이가 최소 10년 이상 늘어난 상태에서는 이런 일반적 이야기가 통용되지 않는다. 50대부터 정리를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70대까지 새로운 연구를 계속하고 80대나 들어서야 정리를 시작하는 것이 옳다. 학자 개인이 마음 먹기에 따라 얼마든지 70대 까지는 연구를 할 수 있다. 지금은 과거와 달리 연구해야 할 내용들이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기 때문에 5-60대는 그야말로 뼈빠질 정도로 왕성하게 연구를 해도 모자를 지경이다. 오히려 60-70대는 연구 뿐 아니라 결실을 맺을 수 있는 나이이기도 하다.


그런데 다른 모든 부문들에서는 고령화 시대에 대비해서 국가가 여러가지 인프라 서비스를 하고 있는데 학자들은 정년 퇴직하면 그냥 땡이고 각자도생하는 수박에 없다. 대학에서는 강의를 막고, 도서관 이용도 막고, 한국연구재단에서는 아예 연구 프로젝트에 응모할 수 있는 나이를 65세로 제한을 두고 있다. 젊은 시절 연구를 많이 했으니까 이제 그만 쉬라는 배려일지 모르지만 이러한 조치들은 완전히 시대를 역행하는 것이다. 사회의 다른 부문들처럼 정년 퇴직한 학자들이 활동할 수 있는 최소한의 인프라나 연구 기반을 조성해주는 것이 형평에도 맞지 않은가? 한국의 학자들이 새로운 사상을 만들어 내지 못하는 데는 이렇게 학자들을 광야로 내모는 대학과 국가의 정책과도 관련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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