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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종철 Jul 28. 2024

남북 관계

2024년 파리 올림픽에서 남북 문제가 다시 떠 오르고 있다. 


하나는 개막식에 입장할 때 대한민국을 조선인민민주주의 공화국이라고 호칭한 실수 때문에 정작 대한민국은 입장식에서 사라지고 북한만 2번 씩이나 호명된 것이다. 주최 측은 실수라고 변명했는데, 사실 무의식적으로 충분히 이런 실수를 할 수가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런 무의식이 가능한 것은 과거 북한이 국제 관계에서 심어 놓은 외교력과 툭하면 미사일을 발사해서 한반도 긴장을 불러 일으키다 보니 정작 남한 보다 북한 이름의 호명이 잦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유럽발 한반도의 정치 기사는 주로 부정적인 핵미사일로 야기되는 긴장 관계나 세계 초유의 독재자 김정은에 관한 기사들이 많이 나오다 보니 아나운서들도 북한을 호명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것이다. 유럽인들은 이런 현상을 무의식적 수준에서 받아 들이다 보니 이번 개막식 호칭 사고가 벌어졌다고 할 수가 있다. 우리들은 어떻게 남한과 북한을 동렬에 놓을 수 있느냐고 황당해 할 수도 있지만 여전히 남한은 세계사의 변방에 있을 뿐이다. 그들의 무의식적 편견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그나마 K-Pop을 위시한 한류 문화로 인해 대한민국의 브랜드가 상당 부분 바뀌었지만 그들은 그것을 남한이라는 국가와 동일시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두번째는 북한이 남북 문제를 더 이상 민족문제로 간주하지 않고 두 개의 국가로 영구화하겠다고 하면서 남북 관계에서도 '조국통일'이라는 말이 사라졌다. 때문에 그나마 국제 무대에서 남북 민족의 정체성을 확인하던 관행이 완전히 사라지고 있다. 이번 파리 올림픽에서는 완전히 쌩까라는 지시가 내려서 그런지 북한 선수들이나 관계자들은 남쪽 사람들을 아예 소닭 보듯 무시 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태도 자체가 이미 남쪽에 대한 구속을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만일 남북이 전혀 상관없는 존재라고 한다면 의도적으로 무시할 필요도 없기 때문이다. 그들이 의도적으로 무시하는 태도를 보이는 순간 그들의 행동은 더욱 경직되고, 외부인의 시선으로 볼 때 북한 체제의 폐쇄성이 더욱 도드라지게 확인될 뿐이다. 사실 다른 모든 분야도 마찬가지겠지만 북한 스포츠에는 정치가 과도하게 개입되어서 선수들이나 관계자들의 일거수 일투족이 다 감시의 대상이다. 감시원의 입장에서는 이들이 언제든 선수단을 이탈할 돌발적 사건이 벌어질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상태에서 북한 선수들은 오로지 김정은 1인 독재자와 북한 체제의 선전 선동의 도구로 쓰이는 것 외에 다른 자유가 있을 수 없다. 21 세기에 여전히 이런 봉건적 독재 감시국가가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이 이상할 정도이다. 이러한 모습은 연대와 평화를 지향하는 올림픽 정신과도 상치된다. 


어둠이 짙을 수록 새벽이 가깝다. 이것은 자연의 이치다. 인류사를 돌이켜 보면 이런 자연과 본성을 억압하는 체제가 계속 존속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북한 체제의 말로도 마찬가지이다. 그들의 존속의 본질적 조건은 오로지 너를 죽이고 나도 죽겠다는 핵무기 하나일 뿐이다. 이 핵은 대외적으로 위협 수단이기는 하지만 보다 본질적으로는 북한 인민을 극도로 통제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수단일 뿐이다. 결코 사용할 수 없고, 사용하는 순간 망하는 그런  무기가 핵이다. 북한이 하루 아침에 무너지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그 전에 최소한 남북이 상호 소통하고 자유롭게 왕래 할 수 있는 조건만 형성돼도 좋을 것이다. 과연 언제 그런 시기가 도래할 것인가? 아무도 그 시기가 도래할 정확한 시점을 알 수 없겠지만, 그 시기가 도래한다는 것은 역사 필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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