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종철 Sep 01. 2024

계시

이야기 하나



내가 어제 밤 꿈에서 계시를 하나 받았네요. 꿈 속에서 G.W.F 헤겔이 나타나서 역사의 미래는 동양, 특히 동아시아에 있다고 하는군요. 잘 알다 시피 헤겔은 유럽 특히 게르만에서 역사가 완성이 된다고 했지요. 그런 그가 생각이 바뀐 것인지 아니면 그 사이 발전한 것인지 세계사는 동아시아에서 완성이 된다고 합니다. 어떻게 보면 합리적인 생각이죠. "이성적인 것은 현실적이고, 현실적인 것은 이성적이다"라고 헤겔 자신이 말을 했는데, 오늘 날 세계사의 진행을 본다면 역사의 완성이 동아시아에서 이루어진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고 이성적이지요. 개인적으로 볼 때 미중 간의 패권 다툼은 헌팅턴이 말한 '문명의 충돌'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겁니다. 다만 민주주의를 모르고 중화 패권주의에 갇혀 있는 중국이 동아시아를 대표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이점에서 한국은 동서의 장점을 간직하고 있기 때문에 충분히 동아시아의 미래 대표가 될 자격이 충분하다고 봅니다. 



이야기 둘



한국에서 서양철학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좋건 싫건 두 가지 길을 가야 한다고 봅니다. 하나는 서양철학을 하는 입장에서 국내에서만 논문을 쓰거나 활동해서는 안 되지요. 스포츠나 뮤직 처럼 그들 사상의 본고장에서 활동도 하고 논문도 그곳 학회지에 실을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왜 서양철학을 하면서 국내의 좁은 시장에만 안주해야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이제는 서서히 언어 장벽도 사라지고 있기 때문에 국내의 고만 고만한 학회나 학회지를 벗어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다른 하나의 길은 서양철학을 하는 학자들도 동양과 한국의 사상을 이해하고 자신의 철학 연구에 적극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럴 때 비로소 서양 철학의 토착화를 이룰 수 있을 겁니다. 그저 앵무새나 원숭이처럼 서양철학을 소개하고 해석하는 것으로 철학을 다한 것으로 생각하면 안 됩니다. 진정으로 창의적인 철학을 하려고 한다면 동서 사상에 정통해서 양자의 만남에서 새로운 것을 찾을 수가 있어야 합니다. 서양의 철학자들은 소수를 빼면 동양과 동아시아 사상에 대해 초등생들 만큼이나 무지합니다. 반면 한국의 철학자들은 서양의 철학을 평생 연구하고 있고, 그들 사고의 밑바탕에는 동양의 사상과 문화에 대한 무의식적이고 의식적인 이해가 깔려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본다고 하면 한국의 철학자들이 서양의 철학 원조들과 경쟁해서 결코 밀릴 이유가 없다고 봅니다. 



이런 저의 생각에 비추어 본다면 세계사의 완성 뿐만 아니라 철학의 완성도 동아시아에서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지요. 그런데 이런 사실을 깨닫고 있는 한국의 철학자들은 거의 드물지요. 자신들 손에 보석을 쥐고 있으면서도 늘 해바라기 처럼 서양만 쳐다 보고 있으니 참으로 안타까운 현실이지요. 헤겔이 꿈 속에서 나에게 내려준 계시는 전혀 비현실적인 헛소리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믿거나 말거나.

작가의 이전글 삼봉 정도전 기념관 탐방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