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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종철 Sep 13. 2024

무례한 한국인

한국의 학자들은 정말 토론하는 것을 싫어하는 것인지 아니면 안 하는 것이 상대를 배려하는 것이라 생각하는지 정말 안 한다. 내가 비교적 학문적으로 예민한 주제들을 가지고 글을 쓰는 편인데 전문 학자들이 댓글이나 느낌을 다는 경우는 예전에는 종종 논쟁도 하고 그랬는데 지금은 다들 말문을 닫고 있다. 다들 자기 구멍만 파는 두더지들이 되고 있다. 이는 어느 한두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페북의 일반적 분위기를 반영한다. 페북은 이제 공론장으로서는 거의 기능을 상실한 편이다. 그저 자기 고백적인 이야기가 넘치고, 놀러 갔다 왔다는 것을 인증하는 것인지 자랑하는 것인지 모르지만 사진들만 넘친다. 


오히려 댓글은 일반인들이 다는 경우들이 많다. 아직은 이런 부류의 사람들의 마음이 전문가들 보다 열려 있다. 그런데 오늘은 일반인에 포함시키기 어렵고 유학까지 다녀왔지만 학술 활동을 하지 않으니까 전문가라고 할 수도 없는 자가 '한국인들의 사유방식과 일본인들의 사유방식의 차이'라는 다소 전문적인 글에 대해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댓글을 달았다. 


"일본의 역사는 칼의 역사일 뿐이고 그 본질은 뼛속 깊이 야만입니다.

일본은 문명을 가장한 야만국입니다.

인류의 가장 소중한 가치인 인간의 생명을 하찮게 여기는 일본은 야만국입니다.

일본 책을 나만큼 많이 읽은 사람이 없을 겁니다.

아쿠다가와 류노스케, 다자이 오사무, 미시마 유키오, 가와바다 야스나리 그들은 가느다란 로맨티시즘을 추구하다 안되면 죽는 겁니다.

일본을 긍정적으로 보면 반드시 실패합니다.

우리 학인들 이 일본을 제대로 알아야 합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일본은 문명을 가장한 야만국입니다.

- 대문호 박경리 (1926-2008)


동아시아의 대문호 박경리 선생의 이 말씀은 절대 명제입니다.

그 외의 말을 하는 자들은 혹세무민 곡학아세를 일삼는 사이비들입니다."


이 자는 자기 기분이나 입장과 다르면 가끔 심한 욕지거리를 하는 경우가 있어서 요주의 리스트에는 올려놓고 있었다. 하지만 박경리 선생의 일본인관을 앞에서 일본인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자들은 '혹세무민 곡학아세를 일삼는 사이비들'이고 매도를 하고 있다. 박경리 선생은 나도 좋아하고 그분의 작품도 꽤 읽은 편이지만 일본에 대한 관점은 좀 더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다. 물론 선생의 입장은 어느 정도 이해를 하지만 글을 다루는 사람으로서 제대로 된 근거를 제시하지 않은 상태에서 욕지거리에 가까운 언어로 매도하는 행위는 옳지 못하다. 일본의 사무라이 문화를 염두에 두는 것 같지만 일본을 '문명을 가장한 야만국'이라는 말을 일국을 대표하는 작가가 멋대로 이야기하는 것은 술집이나 사적인 자리를 제외한다면 도저히 낼 수 없는 이야기다. 무언가 피팾힌 원한이 뼛속에 사무쳤는지 몰라도 공론장에서 저런 이야기를 하는 것은 적절하지 못하다. 


그런데 댓글을 단 한 모 씨는 한 걸음 더 나아가서 박경리 작가와 다른 이야기를 하는 자들은 '혹세무민 곡학아세를 일삼는 사이비들'이라고 막무가내로 비난한 것이다. 서로 얼굴도 잘 아는 처지에 이런 댓글을 다는 것도 무례해서 지우라고 요구하면서 안 지울 경우 페삭을 하겠다고 경고를 했다. 그랬더니 오히려 나의 경고의 말을 지워 버리고 자신의 것은 그대로 두었다. 그래서 나도 그냥 유감없이 페삭해버렸다. 내가 페삭하는 경우는 10년이 넘도록 페북을 하면서 열 손가락으로도 뽑을 수 있을 정도이다. 일반화하면 안 되지만 한국인들은 너무 무례하다. 내가 과거에 "왜 한국인들은 이렇게 무례한가?"라는 글을 쓴 적이 있을 정도다. 나는 페북의 인간관계에 집착하지는 않지만, 이런 인간들을 보면 그저 안타까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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