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는 전 세계 드라마와 영화 플랫폼이다. 형식으로 보면 단순히 영화와 드라마를 24시간 제한8없이 보는 매체 정도로만 생각할 수 있다. 사실 내가 네이버플러스 멤버십을 통해 넷플릭스를 가입할 당시 나도 그렇게 생각했다. 요금도 매우 저렴해서 커피값 한 잔 정도에 불과한데 이렇게 무제한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은 말할 수 없는 행복이다. 마치 어린 시절 만화가게에 가서 하루 종일 만화를 보는 느낌과도 같다.
넷플릭스를 통해 영화도 많이 보았지만 나의 관심을 끈 것은 드라마 시리즈다. 그동안 우리에게 노출된 영화는 대부분 헐리우드 영화이거나 유럽의 프랑스 영화들이 대부분이다. 조금 그 범위를 확대하면 독일과 스페인, 그리고 영국 영화들이 있지만 동유럽의 영화나 노르웨이와 스페인 영화등을 보기는 쉽지가 않다. 마찬가지로 남미의 영화들도 보기 어렵고 동남아시아의 영화들도 마찬가지이다. 그런데 넷플릭스에 시리즈로 등장하는 드라마들은 거의 전세계에 걸쳐 지역과 상관없다. 동구의 체코나 헝가리, 북구의 노르웨이와 스웨덴의 생생한 드라마들이 올라고 있다. 마찬가지로 마약과 마피아로 상징되는 멕시코와 컬럼비아의 드라마들, 부패의 메카니즘을 보여주는 브라질의 드라마들처럼 평소에 접할 수 없는 드라마들을 마음껏 볼 수 있다. 지옥같은 한국의 현실을 반영한 오징어 게임이나 좀비 시리즈인 킹덤 같은 드라마들도 전세계의 팬들을 국경과 상관없이 대하고 있다. 이런 현상들이 가능한 것은 오직 드라마와 영화 플랫폼인 넷플릭스 때문이다.
드라마들은 각 나라의 핵심적인 사회 상황이나 문화와 정신들을 적나라하게 잘 보여주고 있다. 위에서 적었듯 남미의 드라마들은 그 사회가 고질적으로 안고 있는 마약과 마피아, 그리고 부패 등을 둘러싼 문제들을 보여주고, 유럽의 드라마들은 난민과 테러를, 중동의 드라마들은 하마스와 이스라엘 간의 갈등을 잘 보여준다. 이런 드라마들은 우리가 평소 대할 수 없는 것들이다. 그런 의미에서 넷플릭스에 탑재되는 드라마들은 서로 이질적인 문화들 간의 교류와 소통을 확산하고 타 문화권에 대한 관심과 이해를 도모하는 강력한 수단이다. 인터넷이 공간의 차이를 넘어서게 했듯, 넷플릭스는 문화와 정신 간의 차이를 넘어 이해와 교류를 가능하게 하고 있다. 이제 세계는 점점 더 가까와 지고 있다. 여기에는 현재처럼 강대국 중심이 아니라 분권화된 각국의 영화와 드라마들을 통해서이다. 이제 넷플릭스는 단순한 영화와 드라마 플랫폼을 넘어서 새로운 문화 실험의 기록으로 격상될 수 있을 것이다. 좀더 세밀한 관심이 필요하다.
<사진은 브라질의 드라마 시리즈, '부패의 메커니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