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학자들은 언어라는 칼을 들고 싸우는 사무라이와 같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서양 철학사를 보면 칼만 들지 않았지 앞선 자와 따라가는 자의 싸움은 사무라이 이상으로 살벌하다.
그런데 한국의 학자들은 만나서 덕담이나 농담을 나눌 뿐 당췌 싸우려 하지 않는다. 싸움을 걸어도 그냥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외면을 한다. 설령 싸움이 벌어져도 이들은 거의 관심을 두지 않는다. 애들도 싸워야 큰다고 하는데 사무라이같은 학자들이 이러고 있으니 어떻게 학문이 발전할 수가 있을까?
이런 싸움의 시작은 다른 연구자의 저작에 대한 서평이나 논평에서 시작한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거의 서평이나 논평이 나오지 않는다. 그만큼 학자들이 싸움을 회피한다는 것이다. 작년에 경희대의 하 피터 교수가 <사회적 존재론>이란 대작을 출간 했지만 서평이 딱 하나 나왔다고 불평하는 것을 보았다. 내가 지난 주에 보았던 군산대의 권순홍 교수이다. 자신이 하이데거 학회의 회장까지 지냈는 데도 학회의 누구 하나 서평을 쓰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쯤 되면 학자들이 침묵하는 것이 아니라 병든 닭처럼 나자빠져 있다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