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때 퇴근한 아내와 식탁에서 이야기를 할 때다. 새로 나온 책과 관련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내가 말했다
"나는 어떤 하나의 사건이 벌어지면 그것을 일회성 사건으로 끝내지 않아. 그것을 매개로 다른 사건을 끌어들이고, 또 그것으로 또 다른 사건과 연결시키지. 절대 고정시키거나 고립시키는 법이 없어. 한 마디로 엮는 재주가 있지."
이런 일을 한 다음 내가 좀 우쭐해서 자뻑을 했다.
"그런 걸 보면 확실히 내가 머리가 좋은가봐."
그랬더니 우습다는 듯 아내가 펀치를 날린다.
"머리가 좋으면 몰해. 돈은 한 푼도 없으면서. 나도 말은 안 하지만 소원이 있어. 돈 많은 사람들처럼 돈을 한 번 펑펑 써봤으면 원이 없겠다."
약간은 한이 서린 듯한 그 말에 내가 기가 팍 꺽인다. 더 앉아 있다가는 무슨 소리를 들을 지 모르겠다. 그만 자리에서 일어나 나가려고 하니까 아내가 한 마디 더 한다.
"내가 정말 한 번 해보고 싶은 말이 뭔지 알아?"
"아, 이제 그만. 더 안 줘도 되는데..."
누구는 말 잘해서 천냥 빚을 갚는다고 하는 데 나는 조동아리 한 번 잘 못 날리고 완전 구겨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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