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가난, 경제적 풍요

인간은 언제 가난해지는가

by 작은딩굴

1. 계량적으로 본 가난이란

통계청에서는 매년 소득조사를 통해서 중위소득, 연령별 평균소득 등의 통계자료를 발표한다.

국민들의 소득 수준이 어떤지, 부의 재분배 수준이 어떠한지 파악하는데 중요한 자료로 쓰이지만,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이 자료를 보고 내가 어디에 있는지 줄 세우는 데 사용되기도 한다.

2024년 기준 중산층이라 불릴 수 있는 4인가족 기준 중위소득을 조사해 보았다.

2024년 기준 중위소득(통계청 기준)

중산층은 OECD 기준 중위소득의 75% ~ 200%에 속하는 가구를 지칭하는 경우가 많다.

2024년 4인 가구 기준 중위소득은 5,729,913원이며, OECD 기준(75%~200%)을 적용한다면 해당 가구의 월 소득이 약 429만 원에서 1,145만 원 사이가 중산층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계량적으로 본 가난이 실제 인간의 가난과 어떻게 연계되어 있는지 알아보고자 한다.



2. 경제적 가난이 가져온 마음의 가난

만약 당신이 가진돈이 몇만 원 안 되는 상황에서 친구가 저녁식사를 하자고 불러낸다.

금전적 풍요로움이 개인 능력의 증거가 돼버린 사회에서 당신은 '오늘 돈이 없어서 못 나가겠다'고 하지 못한다.

친구를 만나러 간 식당이 고급 레스토랑은 아니다. 메뉴 하나를 시킬 때마다 당신은 마음속으로 통장잔고를 걱정한다.

식당에서 먹고 싶은 게 있더라도, 친구가 추가 주문하자고 말을 해도 쉽게 '좋아'라는 말을 꺼내지 못한다.

친구와의 대화내용이 마음속에 들어오지 못한다.

지금 여기 친구와 있는 시간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오늘의 '즐거운' 저녁식사가 지나간 후 일주일간 생계비를 걱정한다.

친구는 '부유한 부모'를 만나서 돈 걱정을 해본 적이 없어 해맑다.

처음에는 해맑음이 부러웠다. 그렇지만 괜시리 마음속에 나쁜 감정들이 차오르기 시작한다.

친구는 객관적으로 충분히 좋은 사람이지만, 당신은 그런 친구와 함께하는 시간이 행복하지 않다는 생각을 한다.

경제적 가난 때문에 마음마저 가난해져 버렸다.


이것은 하나의 일례일 뿐이다. 무엇을 하건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돈이 필요하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설문조사한 결과에 1위가 돈이라고 대답하는 이유이다.

대한민국은 돈이 있으면 정말 살기 좋은 국가이고, 돈이 있으면 할 수 있는 일이 무궁무진하다.

가족의 행복과 건강도 돈이 있다면 가질 수 있는 가능성이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진다.

가난한 사람은 가족의 행복과 건강을 잃을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아지게 된다.


3. 부유함은 개인의 높은 역량의 증거가 될 수 있을까

부유함이 성공의 증거이며, 개인의 노력과 훌륭한 삶을 살았다는 증거가 된다고 생각하는가?


나는 성공을 위해 한번밖에 없는 젊음을 희생한다.

나는 성공을 위해 나를 믿어주는 사람의 신의를 저버린다.

나는 성공을 위해 나의 자아에 대한 신뢰를 깨부순다.

이런 희생과 부정을 통해 얻어낸 부를 성공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명확하게 정의하자면 성공한 삶과 많은 돈은 일치하지 않는다.

돈이 전부가 아니다. 훌륭한 인관관계를 형성하는 것도 성공이다.

자신의 인격을 고양시켜 더 높은 수준에 다다르는 것도 성공이다.


하지만 사람이 사람을 판단할 때 외적인 부분, 계량화 할 수 있는 부분으로 사람을 평가한다.

'저 사람은 연봉이 1억이래.'

'저 사람은 의사래. 돈 많이 벌겠다.'


계량화된 무엇들(돈을 포함한 물질적 가치)을 소실했을 경우 그 사람은 어떻게 평가하게 될까.

유물론적 관점에서 나를 바라본다.

만약 내게 물질적인 부분을 제거해보면 내겐 무엇이 남는가.

나는 무엇이라 정의되고, 왜 존재하며, 앞으로 무엇을 해나갈 것인가.

라는 질문에 적확한 대답을 할 수 있는 존재가 되어야 한다.


물질적 풍요가 이 대답을 대신해주지 않는다.

그렇기에 나는 오늘도 글을 읽고 쓰면서 나의 생각을 정리해 나가는 것이다.

나는 현재 부유하지 않으며, 부자인 가족을 갖지도 않았다.

계량화된 부를 상실한 후 내게 남은 가치와 나의 능력이 무엇인지 천착하게 된다.


4. 마음의 여유와 돈의 상관관계

정말 단순한 예를 들어보자.

직장에 다니고 있고, 당신이 회사에서 일정한 성과를 냈다. 그래서 당신에게 아주 약간의 성과급(30만 원 내외)이 주어진다.

물론 온전히 당신만의 노력의 결과물은 아니다. 그러나 당신이 주요 공여자이기 때문에 받은 성과급이다.

그 금액으로 다른 부서원들에게 작은 간식이나 식사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내가 받은 것이기에 내가 온전히 누려도 되지만 나만의 성과물이 아니기에 약간의 소소한 기쁨을 나누는 것이다.

그러나 당신에게는 부양해야 하는 아픈 부모가 있고, 학자금 대출이 남아있으며, 상경하여 자취하는 원룸의 월세를 내야 한다. 그러한 상황에서 같은 팀원에게 사용되는 약간의 금전에 대해, 쓰지 않고 싶다는 마음이 스멀스멀 올라올 것이다.


이때 당신의 마음이 좁아서 그런 것일까. 경제적 상황이 좋지 않아서 그런 것 아닐까.


내가 정말 어릴 때 직장을 갖기 전에는 작은 것 하나를 타인을 위해 사용하는 것이 두려웠다.

잔고가 없으면 어떡하지. 내일 쓸 돈이 부족하면 어쩌지. 갖고 싶은 게 있는데 이래도 되나.


이런 감정과 생각의 발현에 내가 속이 좁아서 그렇다고 생각한 적도 있다.

그로 인해서 내 작은 마음에 죄의식이 누적되었고, 이 죄의식은 오히려 돈에 대한 집착으로 이어지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돈이 있어야만 행복한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답하자면,

'어느 정도 생활하는데 지장이 없는 수준의 재산은 행복을 가져다준다.'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당신의 삶에서 돈이 얼마나 있어야 행복한지 계량화하긴 어렵다.

그저 일상적인 변수들 속에서 나의 '일상의 행복'을 깨트리지 않을 정도의 돈을 가지고 살 수 있다면 그것이 내게 필요한 돈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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