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이 슬그머니
어느새
내 옆에 와 있다
슬픔은 오면 오도록
또 가면 가는 데로
그냥 둘 수밖에 없다
시간이 지나도
아물지 않아도
그냥 그렇게 곁에 둘 수밖에 없다
슬퍼만 하다 보면
슬픔 속에 들어간다
그놈에게 삼키어진다
그래서 슬퍼만 하지 마라
슬퍼하더라도
슬픔밖에서 슬퍼하도록 해라
슬픔을 인정하고
슬플 때는 참지 말고 슬퍼해라
그러다 혹시 배가 고파지면
라면 하나 끊여라
밥이 없으면
햇반하나 돌려서
같이 먹어라
그렇게 슬픔을 삼켜버려라
크게 한 술 떠서
입안에서 꼭꼭 씹어 먹다 보면
슬픔도 잘게 부서져 버린다
그렇게 먹어치운 만큼 덜 슬퍼진다
그만큼 살아갈 힘도 생긴다
그렇게 슬픔이
한 숟가락만큼
내 곁을
떠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