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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평선 Oct 04. 2024

50대 아저씨, 드디어 브런치 인턴작가가 되다.

브런치 스토리는 2023년 9월부터 시작했다. 몇번을 옮겨 탄 직장생활도 25년이 넘었고 그 안에서 버티기위해 안간힘을 쓰며  살다보니 어느새 나이가  50이 넘은 아저씨가 되어버렸다. 도데체 내 30.40대는 어떻게 지나갔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았다. 내 노력의 보상이라고 한다면 이제 훌쩍커서 홀아비냄새나는 고등학생 두아들뿐이었다. 교육비가 깨진독에 물 붓듯이 들어가는 시점에서 돈 안들이고 할 수 있는 취미를 찾다보니 글쓰기가 제일 제격이었다. 그리고 내 안에 꿈틀대는 창작열을 불태우고 싶었다.

 

중학교2학년 백일장에서 장원을 받고 글쓰기의 재주가 있음을 알게 됐지만 문과 가면 나중에 취업 안된다는 말이 무서워서 이과를 가게 됐고 아직까지 엔지니어로 일하고 있다. 그러나 늘 마음 한구석에는 작가에 대한 로망이 있었다. 그래서 직장생활 중에도 사이버대학의 문예창작과를 졸업을 했지만 작가로서 활동을 해본 적은 없었다. 그저 빈 노트에 생각만 가득히 적어 놓고 살았다.


작년에 브런치스토리를 시작하면서 나름 재미있을만한 소설도 창작해 보고 시도 써보고 영화나 드라마, 공연후기도  쓰면서 작가신청을 해봤지만 번번이 죄송하다며 작가신청을 받아주질 않았다. 3번의 실패 후에 브런치작가들의 글들을 계속 읽었고 또 글쓰기에 관련된 책들을 사서 보기도 했다.


그렇게 접한 글쓰기에 관한 글들에는 "야 너도 할 수 있어"라든가 "남들과 다른 너만의 이야기를 써봐" 같은 글쓰기에 대해 긍정적인 응원의 메시지가 가득했다. 나는 나 나름대로 그렇게 써왔다. 근데 문제는 그 글을 누가 읽어줄까? 내 이야기를 누가 들어줄까? 였다.


 남의 재미없는 얘기를 들어주는 것만큼 괴로운 일이 없다. 특히 내가 아무런 관심도 없는 이야기를 혼자 신나서 길게 할때 어떡하면 상대가 기분 나쁘지 않는 선에서 화제를 돌릴까 그 기회만 찾는다. 만약 그 상대가 직장상사라면 피할수 없는 외통수다. 자본주의 미소를 띄며 맞장구까지 쳐줘야한다.  이렇게 혼자만 재밌는 이야기는 듣고 싶지도 보고 싶지도 않다.


3번의 작가신청이 실패하자 나는 브런치스토리에 글쓰기를 멈추고 내 글들을 읽어보기 시작했다. 독자로서.

독자로서 내 글들을 보려고 하니까 일단 읽어지지가 않았다. 내가 썻으니 그나마 읽어주지 독자라면 어림도 없는 글들이 많았다.


가장 큰 문제는 독자에 대한 배려가 없었다. 즉 불친절한 글이 대부분이었다. 내가 독자라도 끝까지 읽을 이유가 없었다.누가 첫술에 맛없는 음식을 맛있기를 기대하며 끝까지 먹겠는가? 한 사흘 굶은 사람이 아니고선.

 

그에 반해 브런치 스토리작가들의 글들은 어쩜 그렇게 잘 읽어지던지... 정말 작가의 글답게 눈부시게 반짝거렸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그토록 반짝이도록 글들을 갈고 닦았을 작가님들의 피나는 노력들이 글을 통해 보였다. 재능이 아니라 노력인것이다. 재능은 한걸음 떼주는데 도움이 될 뿐 완주를 위해선 노력이 다인것이다. 내 노력을 돌이켜보니 정말 하찮은 것뿐이었다. 말장난 같은 글들이 부끄럽게만 느껴졌다.


그렇게 어둠같은 좌절의 늪을 허우적대던 50대 아저씨에게 한줄기 빛이 다가왔다. 그것은 바로 브런치스토리 팝업 전시였다. 참여하면 인턴작가의 자격을 부여해 주고 또 3편의 글을 올리면 바로 작가로 받아 준다는 것이었다. 이것은 내게 Good news 곧 복음과 같은 메시지였다. 나 같은 좌절한 영혼에게 기회를 부여해 준다는 것이다!

당장 예약을 했고 오늘 드디어 그 성스러운 곳인 성수동에 자리 잡은 팝업 전시에 가보게 된 것이다.

혼자 오긴 어려울 것 같아서 아내와 막내아들과 동행하여 저녁 6시에 브런치 스토리 팝업 전시 "작가의 여정"에 참여하게 되었다. 전시는 한 권의 책을 접하는 것같이 구성되어 있었다.


프롤로그- 누구나 작가가 될 수 있다.

챕터 1 - 어느 날 작가가 되었다.

챕터 2 - 계속 쓰면 힘이 된다.

새로운 관점을 향한 <틈>

챕터 3 - 나의 글이 세상과 만난다면

에필로그 - 작가라는 평생의 여정


전시를 보면서 이 나이 오십먹은 아저씨에게 괜찮다며 처음엔 다 그랬다고, 쓰다보면 길을 찾을 수 있다고 내 등을 토닥여 주는 것 같아서 혼자 울컥하여 아들 모르게 눈시울을 붉혔다. 경주가 시작되자마자 저만치 앞서가는 토끼의 뒷꽁지를 바라보며 경주를 포기 하려고 하는 거북이의 굽은등을 살며시 밀어주는 손길았다. 아주 따뜻했다.

 나이 먹은 거북이는 안다. 어차피 죽어라 해도 못 쫓아 갈 토끼라는 것을. 그리고 열심히 노력해도 안 되는 일이 있다는 것을.  


그러나 이 전시를 통해 한 가지 확실히 깨달은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아직 경주가 끝나지 않았다는 것이고 이제 시작한 것뿐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나는 확실히 글쓰기를 좋아한 다는 것이다. 그거면 된 것  아닌가?음 세대의 교과서에 나올 만한 시대의 명작을 남길 것도 아니면서...괜한 열등감에 사로잡혀 있을 필요가 없다는 것을. 지금의 나로서 충분한 글들을 쓰다보면 언젠가 전시된 선배작가님들같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작은 기대도 품게되었다.

 그리고 정말 좋았던 것은 전시를 본 후 그 자리에서 사진을 찍어주고 그 사진으로 바로 브런치 작가카드를 만들어 준 것이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이 순간에도 내 필명이 적힌 브런치 작가 카드를 보고 있는데, 가슴이 두근거린다. 이 글을 보는 누군가는 웃을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지금 정말 레고 가슴 벅차다.


중학교 2년 때 애국조회시간에 전교생 앞에서 교장선생님께 백일장 장원상장을 받을 때보다 설레고 기분 좋다. 나이 오십먹은 아저씨에게 이런 좋은 기회를 주고 이런 기분 좋은 전시를 해준 브런치 스토리팀에게 참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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