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 착각, 추억, 아포칼립스
내 가장 행복했던 추억은 그 해 여름일 것이다.
하지만 그 여름이 끝나갈 무렵 내 행복도 끝나갔다.
난 지금 내 아름다운 약혼자 엘리와 여름을 함께 보내고 있었는데 갑자기 밖에서 순간 소란스러워졌다가 다시 고요해졌다.
아무것도 아니겠니 했지만 수상할 정도로 너무나 고요했다.
그때 라디오에서 뉴스가 나왔다.
“섬 주민들은 모두 섬 밖으로 대피하세요.”
난 순간 놀라 요리하던 국자를 떨궜다.
이 섬은 한상 고요해 문제가 될 일이 별로 없었다.
하지만 난생처음 대피령 이라니, 분명 큰 일일터였다.
그때 엘리의 비명이 들렸고 난 그쪽으로 바로 뛰어갔다.
엘리는 바닥에 쓰러져 베란다 밖을 보고 있었다.
나도 그쪽을 보는 순간 온몸이 얼었다.
베란다 밖 창문에는 온몸이 피로 덮인 사람이 몸을 유리에 가까이 붙이고 혀를 내밀며 우릴 바라보고 있었다.
난 서둘러 엘리를 데리고 밖으로 뛰어 부두에 다다랐다.
곧 사람들이 몰려왔지만 모두 그 피로.. 아니 그 좀비들에게 물려 쓰러졌다.
난 서둘러 돛을 풀었지만 두려움에 잘 움직이질 못했다.
그때,
“안돼!”
내 뒤에 다가오던 좀비를 그녀가 막으며 쓰러졌다.
“도망쳐요 내 사랑.. 행복해요.. 절 바다에 버려줘요..”
난 그녀를 데리고 있고 싶었지만 버리는 선택의 여지밖에 없었다.
난 그녀를 살포시 바닷물 위에 내려놓고 눈물에 가려진 시야를 닦으며 섬을 벗어나 도망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