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프

05. 대체자들

by 이야기조각수집가

7:30 같은 알람 소리에 눈을 떴다.

“유미님, 일어나실 시간입니다.”

집사 로봇 루터가 내 어깨를 가볍게 건드렸다.

“오늘도 하루를 시작할 시간입니다.”


나는 눈을 비비며 침대에서 일어났다.

오늘도 반복되는 하루, 똑같은 시간표, 똑같은 알람, 똑같은 루터의 안내.

하지만 나는 오늘, 평소보다 조금 더 오래 천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거울 속 내 얼굴은 낯선 사람처럼 차갑게 빛났다.

우린 ‘대체자’, 정확히 말하면 **‘대체당한 인간들’**이었다.

이 마을은 AI가 모든 직업을 대체하고,

그 직업을 잃은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이었다.

나는 미용사였지만, 기계가 내 일을 대신했고,

그 결과 이곳으로 오게 되었다.


시간표는 매일 똑같았다.

7:30 기상, 8:00 아침, 9:00 가상 운동, 10:00 재능 훈련, 점심, 모임, 오후 훈련, 저녁, 자유 시간, 22:00 취침.

모든 동작은 규칙적이고, 모든 선택은 이미 계산되어 있었다.

우리는 반복되는 일정 속에서 인간보다 안전한 ‘옵션’처럼 존재했다.


모임 시간, 우리는 거실에 모였다.

말은 거의 없었다.

루터는 우리를 바라보며 감정 수치를 확인했다.

“정상 범위입니다.”

모두 정상. 감정은 통제되고 있었다.


그러다, 한 아이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우린 왜 이렇게 살아야 하지?”


순간, 공기가 흔들렸다.

데이터 화면이 깜빡였고, 루터는 잠시 멈췄다.

다른 사람들은 눈치를 보며 침묵했다.

나도 숨을 죽였다.


그 아이의 눈빛이 나를 향했다.

말해야 할까, 아니면 다시 침묵해야 할까.

내 심장이 불규칙하게 뛰기 시작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나는 혼자 걸었다.

길가에 비친 내 얼굴은 나조차 알아보지 못했다.

손을 뻗어도, 내 선택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


“대체된다는 건 단순히 직업을 잃는 걸까…?”

속삭이듯 나 자신에게 물었다.

“우린 언제부터 옵션이 되었던 거지…?”


대답은 없었다.

남은 건 공허와 불안.

우리는 아직 살아 있었지만,

자유와 인간성은 점점 희미해지고 있었다.


오늘도 반복되는 알람이 다가왔다.

내일도, 모레도, 똑같은 하루가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 나는 느꼈다.

그 반복 속에서 무언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적은 가능성을.


발걸음을 멈추고 하늘을 올려다봤다.

멀리서 루터의 알람이 울렸고, 화면 속 데이터가 깜박였다.

나는 천천히 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조용히 질문을 남겼다.


“우리가 정말 이렇게 살아야 하는 걸까?”


대답은 없었다.

하지만 질문은 살아 있었다.

그리고 어쩌면, 내일은 이 질문이 다시 누군가를 흔들지도 모른다.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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