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 이야기
이혼 상담실 공기는 묘하게 건조했다.
가습기가 돌아가고 있었는데도 그랬다.
아마 말이 없어서일 거다.
“우리… 그냥 정리하죠.”
아내가 먼저 말했다.
남편은 고개를 끄덕였다.
생각보다 쉬웠다. 이 말이 나오기까지 6년이 걸렸는데, 듣는 건 2초면 충분했다.
상담사가 조심스럽게 화면을 켰다.
“요즘은 참고용으로 이걸 많이 쓰세요. 부부 관계 분석 AI인데…”
두 사람은 별 관심 없다는 얼굴로 동의했다.
이미 끝났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대체로 여유롭다.
AI는 데이터를 불러왔다.
대화 기록, 소비 패턴, 수면 시간, 기념일 알림 반응 속도.
사람이 사람을 판단하는 데 쓰는 것보다 훨씬 많았다.
결과가 떴다.
“이 결혼은 안정적이며 성공 가능성 91%.”
아내가 웃었다.
웃음이라기보단 숨이 새는 소리였다.
“우린 지금 이혼하러 왔는데요.”
AI는 설명을 이어갔다.
“갈등 후 관계 유지율 높음.
상호 지원 행동 지속.
감정 표현 감소는 안정 단계의 특징.”
남편이 중얼거렸다.
“감정 표현이 없는 게 안정이라니… 편하긴 하네.”
아내가 말했다.
“우린 그냥 말 안 하는 거예요.”
AI는 멈추지 않았다.
“침묵 시간 증가.
그러나 동거 지속.
이탈 행동 없음.”
남편이 피식 웃었다.
“도망갈 힘도 없었던 건데.”
상담실은 다시 조용해졌다.
서류가 테이블 위에 놓였다.
아내가 펜을 들었다.
잠깐 멈췄다.
AI 화면을 한 번 봤다.
“진짜… 틀린 거 아닐까.”
남편이 어깨를 으쓱했다.
“모르지. 기계가 우리보다 우리를 잘 아는 세상이니까.”
아내가 펜을 내려놓았다.
“우리… 마지막으로 노력해 볼까?”
남편은 잠깐 생각했다.
그리고 고개를 끄덕였다.
⸻
세 달 뒤.
두 사람은 다시 상담실에 있었다.
이번엔 서로 떨어져 앉아 있었다.
“결국… 안 되네요.”
아내가 말했다.
남편도 고개를 끄덕였다.
말할 것도 없다는 얼굴이었다.
상담사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AI 결과 때문에 다시 시도하신 거죠?”
아내가 웃었다.
이번엔 더 씁쓸했다.
“네. 근데요…”
“우린 이미 끝났던 거 같아요. 그냥 그걸 늦춘 거죠.”
남편이 덧붙였다.
“같이 있는 시간이 늘었는데… 더 조용해졌어요.”
상담사가 화면을 봤다.
AI는 여전히 같은 결과를 유지하고 있었다.
“관계 안정. 이혼 권장하지 않음.”
아내가 펜을 들었다.
이번엔 멈추지 않았다.
서명했다.
남편도 서명했다.
종이를 넘기는 소리가 작게 났다.
그게 마지막 대화였다.
두 사람이 나간 뒤에도 화면은 켜져 있었다.
“예측 정확도 유지.”
상담사가 조용히 전원을 껐다.
빈 상담실에 혼잣말이 남았다.
“아니… 틀렸잖아.”
기계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