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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운열 Jun 15. 2024

재미없는 회고록 1

처음 고백하는 말인데, 사실 나는 고3 때 공부를 거의 안 했다. 수능과 수시 말고 믿을 구석이 있었느냐? 아니. 대학 안 가면 내 인생 거기서 끝나는 줄 알았다. 논술에 세기의 천재가 될 만큼의 자질을 보였느냐? 아니. 초등학생 때의 사고력이 고3 때까지 갔다. 


안 한 이유는 뻔하디 뻔한 이유. '내가 안 해서 그렇지 하면 잘해.' 그 자만심 따악- 하나.  벼락치기로 해도 2,3등급 나오는데 내가 왜 귀찮은 무릅쓰고 한 달 전부터 공부를 해야 하는가. 그 시간에 소설 한 편, 유튜브 영상ㅎ 하나 더 보는 게 더 좋은데? 


수능으로 대학 갈 생각도 있었던 나는 국어를 잘 봐야 했는데, 놀랍게도 3월에 구독한 모고 문제집을 한 권의 3분의 1 풀고 나머지 20권은 쌩으로 버렸다. 안 풀었다는 말이다. 그렇게 새하얀 문제집 한 권은 수능날 아침에 가져가서 깔짝댔다. 눈으로 훑으며 나름대로 예열을 했다 생각했다. 그 해의 수능 국어는 허수들의 나락이었다.


그런데 나름대로 이름 대면 알만한 대학은 갔다. 우와 너 거기 갔어? 하는 대학 말고... 아~거기? 하는 대학. 그래도 나는 내 고등학교 3년을 아니까 이 정도면 감지덕지라는 걸 안다.


면접을 보고 들어갔는데, 면접 준비는 당일 새벽 1시간만 하고 갔다. 모의면접도, 예상질문도 생각 안 하고 그냥 막무가내로 밀고 들어갔다. 미리 말하지만 나는 천재도 실전에 강한 실력파도 아니다. 단지 무책임한 사람이 낙관적일 때 벌어지는 일이었다. 


면접을 망쳤는데도 어찌 합격은 했다.  어찌 수업을 들었고, 어찌 시험도 치고 그러다 방학을 맞았다. 


하면 되는 놈은 세상 삐까리다. 하면 되는 놈이 안 해서 지랄인 것도 삐까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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