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 홀리데이 생활이 시작되면 매주 1번씩 브런치 글을 발행하기로 다짐했었다. 하지만 막상 일본에 오니 브런치 글을 쓰기가 귀찮았다. 브런치 글은 잘 써야 한다는 강박이 있었고, 한 번 쓰면 몇 시간씩 쓰게 되는 게 은근히 힘들었다. 그날 글을 쓰기 시작하면 그날 발행해야 한다는 완벽주의가 심했다. 지금 드는 생각은, 하루에 몇 줄 쓰는 것을 목표로 했더라면 2주에 1번은 글을 발행했을 것이다. 스스로가 만들어낸 심리적 압박감으로 계속 미루다가, 드디어 3달 만에 첫 번째 워홀 일기를 쓰게 됐다. 물론 그간 기록을 아예 안 하고 산 것은 아니었다. 생각을 두서없이 적어낼 수 있는 블로그와 워홀 카페에는 매주 글을 올리며 나름대로 기록을 남겨 왔다.
하지만 이마저도 11월이 되고 나서는 거의 안 하다시피 했다. ㅎㅎ.. 예전의 나였다면 '오늘 하루도 일기를 안 썼네. 나는 내 삶에 너무 무책임해!'라는 자기 비난에 갇혔을 것이다. 하지만 굳이 꼭 하루하루 열심히 기록하지 않더라도, 일 열심히 하고 잘 먹고 운동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느낌을 언젠가부터 받기 시작했다. 삶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느끼면서, 스스로가 조금씩 변해가는 과정을 관찰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만족감이 들었다. 그렇지만 기록을 아예 안 할 수는 없다. 아무리 스스로의 변화 과정을 즐긴다고 해도, 미래에 '과거의 나의 흔적'을 알기 위해선 현재의 기록이 필수이기 때문이다. 사진첩에 있는 어린 시절의 내 모습을 바라보는 것처럼 말이다.
벌써 워킹 홀리데이 생활이 3개월 차가 됐다. 현재 나는 우메다에 있는 호텔에서 주 19시간 일을 하고 있다. 객실 관리가 주 업무인데 아직은 수습 기간이라 방 상태 점검과 힘쓰는 일(무거운 물건 옮기기, 선반 분해하기 등)에 주로 투입되고 있다. (아무래도 군 경험이 있다 보니, 근력이 필요한 일에는 무조건 나를 부르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ㅎㅎ) 얼마 전에는 스타벅스에서도 일을 하고 싶어서 면접을 보고 입사수속까지 밟았지만, 막상 근무를 많이 못 들어갈 것 같아 그만두게 됐다. 그래서 호텔에서 주 40시간 일을 하는 것으로 바꿀까 생각했었다. 세금은 더 내게 되더라도(주 20시간 이상을 초과하면 납부하는 세율이 10%가 올라간다) 안정적인 호텔 환경에서 일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워킹 홀리데이의 본질을 생각했을 때, 역시 한 군데서 일하는 것보단 다양한 경험을 하는 게 좋겠다고 판단했다. 지금 아니면 앞으로 할 기회가 없을 아르바이트를 해보고 싶어졌다. 그래서 이번 주에는 한국어 강사, 한식당 서빙, 백화점 물건 판매원 등 인디드 재팬을 통해 입사 신청을 하고 있다. 오늘은 흑돼지삼겹살을 전문으로 하는 한식당에 가서 면접을 봤다. 대표님이 한국어를 좀 하시는 것 같았고, 일하는 직원들도 한국에 관심이 많다고 하셔서 일을 하게 된다면 재밌을 것 같다. 어떤 곳에서 일하게 되든, 1년 뒤의 내게 소중한 경험이 될 것이기 때문에 지금 순간이 너무나 감사하다. 워킹 홀리데이라는 말 그대로, 전역 전 휴가처럼 내 인생에 주어지는 1년간의 방학이라고 생각한다.
실은 오사카에 오고 나서도 한 달 넘게 미래에 대한 걱정과 불안으로 시간을 보냈었다. 1년 뒤 워킹 홀리데이가 끝나면 취업은 어떻게 할지, 일본 생활은 잘 해낼 수 있을지... 그러다가 어느 순간, 오사카에서 보내는 지금 이 시간이 그 자체로 성장 경험이라는 걸 깨달았다. '외국계 기업에 들어가야 하고, 연봉은 얼마를 벌어야 하고~' 같은 생각을 내려놓게 되었다. 그저 나를 알아가는 마음으로 워킹 홀리데이를 보내다 보면, 지금은 알 수 없는 새로운 기회가 찾아오지 않을까? 오사카에서 보내는 1년은, 취업을 위한 발판이 아니라 앞으로 인생을 더욱 즐겁고 현명하게 보내기 위한 디딤돌인 것이다. 어떤 미래가 찾아올지 알 수 없지만, 감사하고 행복한 마음으로 워킹 홀리데이 생활을 즐기면 된다! (여담: 이곳에서 한류 영향이 생각보다 커서 한국인 이미지가 꽤 좋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