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답게 살면 충분하다
오사카에서 한류 인기는 대단하다. 불닭볶음면, 아이돌, 드라마에 이르기까지 K-컬처가 큰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 배용준 열풍 이후로 이 정도로 일본에서 한국 문화가 유행하는 때가 있었나 싶다. 맥도널드에서 글을 쓰는 지금도 K팝이 흘러나오고 있다. 덕분에 한국인 프리미엄(?)을 톡톡히 누리고 있다. 주변 동료들이나 식당 종업원들의 관심을 받는 건 일상이 되었다.
하지만 이곳은 일본이다.
앞에서는 웃고 있어도 속은 당최 알 수 없는 사람들의 나라. 사실 내가 받고 있는 관심은, ‘나를 향한‘ 것이 아니라 ’겉치레‘일 확률이 높다. 즉, 있는 그대로의 나를 좋아해서 칭찬을 늘어놓는 게 전혀 아니라는 것. 여행 가면 일본인들이 상냥하고 친절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눈앞에 있는 여행 관광객이 너무 고마워서 일본인들이 친절하게 행동하는 게 아니다.
속마음은 전혀 그렇지 않아도, 앞에서는 미소 짓는 것이 이 나라 사람들의 행동 방식이다. (이렇게 된 데에는, 섬나라라는 지리적 특성과 사무라이 문화 등이 영향을 끼쳤다고 하나 그 밖에도 여러 요인이 있을 것이다.) 이곳 사회는 거대한 가면무도회인 셈이다. 그렇기에 한류 후광효과로 인해 일본인들의 관심과 칭찬을 즐기는 것은 오히려 독이 되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빈 껍데기에 불과할 수 있는 이들의 말에, 지나치게 감정이 들뜨며 자칫 거만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워홀 온 이유는 ‘나 자신을 알기’ 위해서지, 허구한 날 칭찬과 관심을 듣기 위해 온 것이 아니다. 어떠한 수식에 얽매이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발견해 가고 싶다.
그래서 요즘은 일본인들의 행동이나 표현에 의미부여를 안 하기 시작했다. 그런 것에 얽매일수록 나를 알아가려는 노력은 퇴색되어 버린다. 나의 본질은 외부에 있는 게 아니라 내면에 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차갑게 행동하겠다는 말은 전혀 아니다. 지금의 명랑함은 유지하며, 나답고 성실하게 일하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일본인의 표리부동은 그저 문화의 차이일 뿐, 굳이 이해하려고 애쓰지 않는다. 일본인 모두가 음흉하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다만 전반적으로 겉과 속이 다른 ‘경향’이 있다고 바라보면 될 듯하다. 한국인이라고 해서 모두 나와 잘 맞았던 게 아니듯, 서로가 다르다고 생각해 나가면 된다. 또한 나를 잘 도와주고 배려하는 일본인들의 행동을 폄하할 생각은 없다. 행위 자체에 대해서 감사할 뿐, 그 이상의 확대 해석을 하지 않을 뿐이다.
세상에는 정답이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거짓된 행동으로 미움을 받지 않느니 차라리 진심을 다해 살다가 상처를 받는 쪽이 더 멋지다. 분명 언젠가는 일본인들의 행동에 감정이 상하는 날이 올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진심을 버리고 가면을 쓰는 행위는 하지 않을 것이며, 오히려 그로 인해 받는 상처가 더 값지며 나를 성장시킬 것이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발견해 가며, 앞으로도 워홀 생활을 재밌게 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