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사랑의 시작
성장이란 내게 부족한 것을 발전시켜 나가는 것만이라고 생각했었다. 돌아보면 평생 해 왔던 자기 계발 행위는 ‘부족함’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그렇기에 항상 스스로가 어딘가 부족한 상태에 있는 사람으로 바라봤었다. 당연히 인간은 완벽할 수 없다. 그러나 내가 가진 강점을 바라보기보단, 자꾸만 무언가를 더 성취해야만 하는 강박이 컸었다. 성장이라는 단어가 주는 긍정적 어감에 취해, 그 이면에 숨겨진 ‘나는 부족한 사람이다‘라는 부정적 자기 인식을 미처 알지 못했었다.
역설적으로 부족한 점만을 의식해서 개선해 나가려고 할수록, ‘당당함’이 아닌 ’나약함‘이 되레 강화된 측면이 있는 것 같다. 나는 어딘가 부족하다는 마음이 기본값이기 때문에, 있는 그대로의 나에게 만족할 수 없었다. 그로 인해 스스로를 충분히 매력적이고 강점이 많은 사람이라고 바라보지 못했다. 이러한 마음가짐은, 타인의 관심과 인정을 지나치게 추구하는 것과도 연결되었다. 수없이 했던 공상은 하나같이 ‘최고의 존재‘로서 인정받는 나를 그려냈었다. 완벽주의와 열등감이 뿌리 깊게 내면에 자리 잡았던 탓이다.
군 경험은 워홀러로선 큰 강점이 되었다. 의식하지 않아도 군대에서 길러진 태도들이 성실히 일을 해 나가는 연료가 되었다. 그러나 여전히, 자꾸만 타인의 인정과 관심을 추구하는 행동들이 반복됐었다. 한국에 있을 때도 줄곧 했던 공상은 일본의 동료들에게도 똑같이 나타났다. 그들이 나를 특별한 존재로서 바라봐주길 원했던 것이다. 일본에 와서도 여전히 타인에게 휘둘리는 삶을 살았던 셈이다. 일본인들의 행동 하나하나에 의미부여를 한다거나, 무언가 뜻대로 흘러가지 않으면 전부 내가 부족해서라고만 생각했었다. 한국에 있었을 때와 똑같았다.
3개월 반의 시간을 그렇게 보내고 나니, 내가 얼마나 스스로를 좋아하지 못했는지 깨닫게 되었다. 내가 가진 것들에 감사하지 못했다. 무의식적으로 평생 스스로를 약하고 부족한 사람으로 정의하고 살았다는 것에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내게 필요한 것은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려는 욕망보다, 지금 이 순간의 나를 있는 그대로 존중해 주는 태도였다. 이를 알게 되고 나서, 더 이상 타인이 나를 특별한 존재로서 바라봐주길 원하지 않게 되었다. 특별하지 않기에 얼마든지 실수해도 되고, 매번 매력적일 필요도 없고, 타인의 인정을 받지 못해도 괜찮다. 완벽할 필요가 없으니 하루하루의 순간들은 평가받는 시간이 아니라, ‘과정‘과 ’배움‘이 되어준다.
물론 아직도 완벽주의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예전처럼 타인의 반응을 해석하려 하거나, 공상이 들려고 할 때가 있다. 다만, 지금의 나로서도 충분히 멋지다고 생각하게 되었다는 것 자체만으로 내가 일본 워홀을 온 보람이 있다! 이것이야말로 진정으로 추구해야 할 성장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