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머물던 자리, 흘러간 빛〉

흘러가도 여전히 남아 있는 것들

by 숨결biroso나

《머물던 자리, 흘러간 빛》


에필로그.

흘러가도 여전히 남아 있는 것들




머물던 빛은 가고
그 자리에 숨결 남아
사라진 듯 흘러도 다시 삶을 밝히누나.

빈자리에 서린 뜻이
길이 되어 이어지리.

강물은 흘러가고
별빛은 밤을 건너
꺼진 듯 어둠 속에서도 마음마다 스며드네.

사라진 날의 끝마다
새로운 길 열리리라.






흘러간 시간 속에서
붙잡고 싶었던 것들은
완전히 사라진 적이 없었습니다.

물 위에 떠밀려간 조각 같았지만
그 흔적은
여전히 마음 어딘가에 남아 있었습니다.

별빛은 기다림 속에 머물렀고
계절은 흔적이 되어 이어졌습니다.

손끝의 바느질은
무늬가 되었고,

넘긴 책장은
또 다른 나를 불러냈습니다.

나무는 말없이
뿌리와 가지로 가르쳤고,

바람은 떠남 속에서
고요를 남겼습니다.

돌은 묵묵히 그 자리에 서서
흔들리지 않는 힘을 보여주었고,

불은 꺼진 뒤에도
그림자로 열을 품었습니다.

구름은 머무르지 않아도
형상을 남겼고,

꽃은 피고 지며
순간의 빛깔을 새겼습니다.

그리고 빛은 끝내 스며들어
어둠조차
환하게 물들였습니다.

돌아보면,
이 모든 장면은 내 삶이었고
동시에 우리 모두의 삶이었습니다.

머물다 흘러간 것들이 남겨준 자취는
내가 지금 이 자리에 서 있다는 증거이자
조용한 위로였습니다.

흘러간 빛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그 빛은 여전히
내 안에서,
그리고 당신의 안에서 살아 있기 때문입니다.



사라짐은 끝이 아니라,

다시 피어나는 또 다른 시작이었습니다.


흘러간 빛은 여전히, 당신 안에 머물고 있었습니다.

by 숨결로 쓴다 ⓒbiroso나.




< 작가의 말 >


이 글들을 쓰는 동안
저는 제 삶의 자취를
조용히 더듬어 보았습니다.

흘러가 버린 줄 알았던 시간들이
사실은 제 안에 머물러 있었고,

그 기억을 글로 불러내는 과정은
곧 저를 회복시키는 시간이었습니다.

이 책은 제 이야기를 빌려 썼지만
결국은 독자 한 분 한 분의 삶 속에서
완성될 것입니다.

읽는 동안,
혹은 덮은 뒤에도,
여러분의 자리에서
빛이 스며들기를 소망합니다.

끝까지 함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2025. 9월

'숨결로 쓰는 biroso나'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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