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것들 뒤에서, 숨을 고르는 연습
끝내 남는 마음 하나
수많은 계절을 지나며
많은 마음이 사라졌다고 생각했어요.
어떤 건 잊혀지고,
어떤 건 덮여지고,
어떤 건 흔적조차 남지 않은 듯했지요.
그런데도
마지막에 남는 건
늘 피어나는 마음 하나였어요.
무너져도 다시 일어서고,
흐려져도 다시 빛을 찾아가고,
끝났다고 믿어도
다시 살아나는 마음.
그 마음 하나 때문에
오늘도 살아가고,
여전히
자신의 계절을 건너고 있는 거겠지요.
가끔은
내 안에 아무것도 남지 않은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어요.
예전만큼 웃지 못하고,
예전만큼 기대하지도 못하는 날들.
마음이 얇아진 것 같고,
자꾸만 닳아가는 것 같을 때요.
그럴 때 우리는
잃어버린 마음부터 떠올립니다.
돌아오지 않을 장면들,
다시 부르지 않는 이름들,
이제는 말하지 않는 감정들.
하지만 이상하게도
완전히 텅 빈 날은
한 번도 없었습니다.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은 날에도
숨은 멈추지 않았고,
모든 게 끝난 것 같던 밤에도
아침은 조용히 찾아왔습니다.
그저 하루를 넘기는 마음,
오늘만은 지나가 보자는 마음,
내일의 내가 알아서 하게 두자는 마음.
아주 작아서
스스로도 잘 느끼지 못했던 마음 하나가
끝까지 남아 있었습니다.
삶은 늘 그렇게
우리를 전부 데려가지는 않더군요.
항상 조금은 남겨둡니다.
다시 숨 쉴 수 있을 만큼,
다시 일어날 수 있을 만큼.
그래서 우리는 아직
여기에 있는지도 모릅니다.
완전히 괜찮아지지 않았는데도,
모든 것이 정리되지 않았는데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을 살아내는 이유.
많은 마음을 보내고,
그래도 아직 계절을 건너고 있다면.
그 하나의 마음이
지금도 살아내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예전의 나를 잃어가는 것만 같다고 느껴진다면,
그만큼 많은 시간을 살아냈다는 증거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사라진 마음들보다
지금까지 함께 와 준
그 마음 하나를
오늘은 조금 더 믿어보고 싶습니다.
잘 살아야 한다는 말 대신,
그저 살아내고 있구나
말 한마디가 더 필요할 때가 있습니다.
사라진 마음보다
끝내 남아 있는 마음이
우리를 여기까지 데려왔다는 사실을
조용히 안아보고 싶어집니다.
사라진 마음보다
끝내 남아 있는 마음을 믿어보아요.
계절은 바뀌었지만
마음은 아직 떠나지 않았습니다.
by 《숨,그 결로 나를 품다》 ⓒbiroso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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