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의 끝은 언제나 오늘>

내일이라는 환상에서 걸어 나와 마주한 발밑의 노을

by 숨결biroso나

오늘이라는 이름의 지독한 축복, 내일이라는 환상에서 걸어 나오기




이름 없는 계절을 살며

​꽃이 피기를 기다리느라

정작 붉게 물든 꽃봉오리의 떨림을 놓쳤습니다.


​비가 그치기를 기다리느라

지붕을 두드리는 다정한 빗소리를 듣지

못했습니다.


​내일의 볕을 마중 나가느라

발밑에 고인 오늘의 노을을 밟고 서서도

늘 먼 곳만 바라보았습니다.


​삶은 기다림의 연속이라 믿었으나

정작 삶이 나를 기다려주고 있었다는 것을

저무는 하루의 끝에서야 알았습니다.


​이제는 오지 않은 봄을 꿈꾸기보다

손등에 내려앉은 찬 바람의 온기를

사랑하려 합니다.


​기다림의 끝은 언제나

내가 서 있는 바로 ‘오늘’이었습니다.



우리는 미래를 기다리느라 현재를 놓치지만, 삶의 완성은 언제나 지금이라는 자리에서 이루어진다.




미완의 계절을 건너 마주한 오늘, 내일이라는 환상에서 걸어 나와 마주한 발밑의 노을



우리는 평생을 무언가를 기다리며 산다.
시험이 끝나기를, 취업이 되기를, 아이가 자라기를, 혹은 모든 풍파가 지나간 뒤 찾아올 은퇴 후의 평온한 노후를 기다린다. 그 기다림의 끝에는 반드시 고생에 대한 보상 같은 행복이 덩어리째 놓여 있을 것이라 믿으며, 오늘의 고단함과 권태를 기꺼이 감내한다.


그러나 정작 우리가 그토록 고대하던 ‘그날’에 도착했을 때, 우리를 맞이하는 것은 찬란한 황금빛 보석함이 아니라 또다시 반복되는 평범한 아침과 해결해야 할 새로운 일상의 파편들이다. 기다림은 그렇게, 기대만큼이나 허무한 얼굴로 우리 앞에 선다.


기다림은 때로 희망의 다른 이름이지만, 동시에 우리를 현재로부터 소외시키는 지독한 함정이 되기도 한다. 우리는 미래의 어느 시점에 행복의 총량을 몰아넣고, 지금 이 순간의 작은 기쁨들을 ‘나중에 누려야 할 사치’ 혹은 ‘집중을 방해하는 요소’로 밀어낸다. 하지만 삶의 진실은 명확하다. 우리가 그토록 원했던 미래의 행복은, 사실 오늘 우리가 무심코 지나쳤던 사소한 순간들의 집합체일 뿐이다.


기다림의 마침표는 먼 미래에 찍히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지금 이 순간, 내가 내쉬는 숨과 내딛는 발걸음 위에 매일같이 찍혀야 한다.


진정한 삶의 풍경은 거창한 성취의 순간보다, 오히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듯한 평온한 일상의 질감 속에 숨어 있다. 창가에 부딪히는 햇살, 퇴근길 지하철 계단 위로 쏟아지는 노을의 붉은 숨결, 우연히 흘러나온 옛 노래가 환기하는 기억의 냄새 같은 것들. 이러한 ‘지금’의 조각들을 외면한 채 얻어낸 미래는 속이 텅 빈 껍데기와 다르지 않다.


우리는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사는 존재가 아니다.
오늘을 온전히 살아내기 위해 미래를 꿈꾸는 존재다.


그럼에도 우리가 현재를 건너뛰려는 이유는 분명하다. ‘지금의 나는 아직 부족하다’는 자기부정, ‘조건이 갖춰져야만 행복할 수 있다’는 강박이 우리를 끝없는 미래의 노예로 만든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10년 전의 내가 그토록 바랐던 ‘미래’가 바로 지금의 나다. 그때는 간절했던 현재를 살고 있으면서도, 우리는 또 다른 10년 뒤의 신기루를 쫓느라 발밑의 꽃을 밟고 지나간다. 이것은 작지 않은 비극이다.


그래서 이제, 내일이라는 환상에서 걸어 나오려 한다. 내 발등을 비추는 오늘의 빛을 제대로 보기 위해서다.
가장 소중한 것은 늘 ‘나중에’가 아니라 ‘바로 지금’ 내 곁에 머물러 있었다. 사랑하는 사람의 거친 손등, 아침마다 나를 깨우는 서늘한 공기, 실패와 좌절 속에서도 여전히 박동하고 있는 나의 심장 소리. 이 모든 것은 미완성이 아니라, 그 자체로 이미 완결된 삶의 서사다.


기다림의 끝은 언제나 오늘이었음을, 그리고 나는 이미 그 완성된 풍경 속에 살고 있었음을 이제야 고백한다. 삶은 목적지에 도착하는 일이 아니라, 목적지로 가는 길 위의 모든 순간을 사랑하는 일이다. 우리가 현재를 수락하는 순간, 시간은 더 이상 우리를 쫓아오는 추격자가 아니라 우리 곁을 흐르는 다정한 동반자가 된다.


더 이상 미래를 위해 현재를 담보 잡히지 않기로 한다. 오늘 마시는 차 한 잔의 온기가 전 우주의 무게만큼 소중하다는 것을, 지금 이 글을 쓰는 나의 손가락 끝에 실린 감각이 곧 살아 있음의 증거라는 것을 믿기로 한다. 인생의 답은 어디에도 숨겨져 있지 않다. 그것은 지금 이 글을 읽으며 들이마시는 깊은 숨결 속에, 그 찰나의 순간 속에 이미 깃들어 있다.


우리는 모두 각자의 ‘지금’이라는 무대 위에서 주연으로 서 있다. 다음 장면을 기다리며 연습만 하기에는, 지금 이 무대의 조명이 너무도 찬란하다. 관객이 있든 없든, 박수가 터져 나오든 아니든, 우리는 지금 이 순간을 가장 아름다운 절정으로 살아낼 책임이 있다. 그것이 나를 살게 한 삶에 대한 최고의 예우이기 때문이다.


오늘 하루, 마음속에는 어떤 풍경이 그려졌는가. 설령 그것이 비바람 치는 궂은 날씨였을지라도, 그 또한 우리의 생이 빚어낸 고귀한 장면이다. 미완의 풍경은 없다. 우리가 살아내는 모든 순간이 곧 완성이다.




당신이 서 있는 그곳이 바로 세상의 중심입니다. 거창한 무언가가 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지금 당신이 느끼는 그 소박한 평화가 당신을 가장 빛나게 할 것입니다. 우리의 오늘은 이미 충분히 아름답습니다.


가장 아름다운 계절은 당신이 지금 머물고 있는 바로 이 계절입니다.
우리가 그토록 기다려온 기적은, 오늘 하루를 무사히 마친 당신의 모습 그 자체입니다.


삶은 목적지에 도착하는 것이 아니라, 목적지로 가는 길 위의 모든 순간을 사랑하는 일입니다.





미래를 위해 현재를 담보 잡히는 삶이 얼마나 공허한지 깨닫는 요즘입니다. 저 역시 늘 '다음'을 기약하며 살았지만, 이제는 지금 이 순간의 공기를 더 깊게 들이마시려 노력합니다.

오늘이라는 선물에 감사하며 이 글을 마칩니다. 글벗님들의 현재가 늘 따뜻한 풍경이기를 소망합니다.



by ​내 마음의 풍경》 ⓒbiroso나.



오늘 하루, 미소 짓게 했던 아주 작은 것 하나를 떠올려 보세요. 그것이 바로 오늘 발견한 인생의 답입니다. 그 작은 미소가 오늘을 사랑하는 이유가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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