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비바람을 맞으며 피어낸 영혼의 정수
길을 잃은
바람이 내게 물었습니다.
어디에서 이토록
아늑한 냄새가 나느냐고
나는 대답하지 못하고
그저 웃었습니다.
내 안의 꽃이
지독한 열병을 앓으며
비로소 살을 깎아
향기를 빚고 있었음을
그때는 차마
입 밖에 내지 못했습니다.
<삶의 비바람이 빚어낸 고유한 내면의 숨결>
외출을 준비하며 거울 앞에 서는 시간은 일종의 의식과도 같습니다. 우리는 저마다의 취향이 담긴 향수병을 들어 올립니다. 어떤 이는 이슬 머금은 장미 향을, 어떤 이는 묵직한 나무의 향을 몸에 두릅니다. 하지만 정교하게 설계된 화학적 입자들은 화려한 첫인상을 남길지언정, 태양이 머리 위를 지나가고 바람이 몇 차례 옷깃을 스치면 이내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맙니다.
향기가 증발한 자리, 오직 '나'라는 존재의 민낯만 남았을 때 '나는 과연 어떤 내음을 풍기는 사람일까?' 문득 거울 속의 나에게 묻게 됩니다.
나는 남의 향기를 빌려 쓰고 있는가, 아니면 스스로 향기가 되고 있는가.
스스로 향기가 된다는 것은 마치 옹기 속에서 긴 겨울을 견디는 발효의 과정과 닮아 있습니다. 갓 따낸 찻잎이 뜨거운 물속에서 제 온몸을 비틀며 본연의 색과 향을 토해내듯, 우리 삶의 고통과 시련은 우리를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가진 가장 깊은 곳의 정수를 끌어내는 통로가 됩니다.
억지로 꾸며낸 향기는 코끝을 자극할 뿐이지만, 삶의 굴곡을 묵묵히 견뎌온 사람의 향기는 마음의 심해를 흔듭니다. 그것은 세월이라는 장인이 영혼의 표면을 수천 번 매만져 낸 끝에 얻어지는 은은한 광택과도 같습니다. 고난의 시간이 길수록 그 향기는 뼛속 깊이 스며들어, 쉽게 휘발되지 않는 영혼의 체취가 됩니다.
사람의 내면은 하나의 거대한 정원입니다. 우리는 저마다의 정원에 생각의 씨앗을 심고 말이라는 물을 주며 살아갑니다. 거친 말과 조급한 마음으로 정원을 돌본다면 그곳에선 날카로운 가시 냄새가 날 것입니다. 반면, 고요한 침묵 속에서 나를 돌아보고 타인을 향한 가여운 마음을 품는다면 그 정원에는 보이지 않는 백합의 향기가 가득 찰 것입니다.
향기는 눈에 보이지 않기에 속일 수 없습니다. 아무리 좋은 옷을 입어도 그 사람의 언어와 눈빛에서 배어 나오는 삶의 태도는 숨길 수 없는 체취가 되어 만천하에 드러나기 마련입니다. 우리가 무심코 내뱉는 한마디, 누군가를 바라보는 찰나의 시선이 곧 우리 내면 정원의 관리 상태를 증명하는 향료가 됩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스스로 향기가 될 수 있을까요? 그것은 화려한 무대 위가 아니라, 아무도 보지 않는 고독의 방에서 시작됩니다.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삶의 장식들을 하나씩 내려놓고, 나 자신의 일그러진 모습까지 온전히 마루 만져주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비바람에 꺾인 가지를 스스로 동여매고, 메마른 가슴에 스스로 눈물을 흘려 적셔줄 때, 비로소 우리의 영혼은 단단해지며 고유한 향을 품기 시작합니다.
마치 오래된 고목이 제 몸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뿜어내는 수액이 훗날 가장 귀한 향료인 침향이 되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상처를 외면하지 않고 그 아픔을 응시하며 품어 안는 사람에게서는 비로소 타인의 아픔까지 끌어안는 넉넉한 향기가 피어납니다.
우리의 삶이 누군가에게 향기가 된다는 것은 대단한 성취를 이루는 일이 아닙니다. 지친 이의 어깨를 가만히 짚어주는 손길 하나, 벼랑 끝에 선 사람에게 건네는 따뜻한 문장 한 줄이 바로 그 증거입니다. 내가 나를 사랑할 줄 알게 될 때, 그 넘쳐흐르는 사랑의 향기가 자연스럽게 타인에게 번져가는 것입니다. 향기는 강요하지 않습니다. 그저 그 자리에 머물며 공기를 바꾸고, 사람들의 숨쉬기를 편안하게 할 뿐입니다.
존재가 그 자체로 타인에게 위로의 들숨이 되고 평온의 날숨이 되는 순간, 이미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향기가 되어 있는 셈입니다. 그것은 태양처럼 강렬하지 않아도 달빛처럼 은은하게 누군가의 밤길을 비추는 존재의 방식입니다.
우리가 서로의 이름을 부르지 않아도
그저 곁에 머무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것은
우리의 영혼이 건네는 무언의 언어가
공기 중에 따스한 향기로 흐르기 때문입니다.
이제 우리는 그 자체로 하나의 계절이 되어
메마른 일상을 촉촉이 적시는 단비가 됩니다.
진정한 향기는 밖에서 덧입히는 장식이 아니라 침묵과 고독 속에서 자신을 정성껏 가꾼 이의 영혼에서 배어 나오는 삶의 농도입니다.
스스로 향기가 되는 시간은 결코 헛된 기다림이 아닙니다. 그것은 우리의 삶을 가장 존엄하게 완성해 가는 숭고한 창조의 시간입니다.
시간이 켜켜이 쌓여 만들어진 그 향기가 세상의 차가운 바람을 잠재우고, 다시 누군가의 가슴속에 희망의 씨앗으로 내려앉기를 소망합니다.
오늘의 정원에는 어떤 바람이 불고 있나요? 남의 향기를 부러워하며 제 정원의 꽃들을 시들게 두고 있지는 않나요?
이제 밖으로 향하던 시선을 거두어 내면의 깊은 우물을 들여다봅니다. 그곳에 나만이 피울 수 있는 단 하나의 꽃이 피어나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상처는 무너짐이 아니라 향기를 품는 틈새입니다.
말하지 않아도 전해지는 우리의 진심이 세상을 바꿉니다. 이제 당신은 그 자체로 누군가에게 가장 아름다운 계절입니다.
타인의 시선이라는 안개를 걷어내고 나만의 빛깔로 향기를 피워내시길요. 스스로를 가만히 안아주는 밤에 향기가 자라납니다.
by 《지금, 나를 빚는 시간》 ⓒbiroso나.
진정한 향기란 삶의 치열한 현장에서 비바람을 맞으며 피워낸 영혼의 정수라는 생각을 담아보았습니다.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향수는 덧입히는 것이지만, 삶에서 배어 나오는 향기는 깎아내고 비워내는 고통 끝에 얻어지는 선물입니다
우리의 삶이 겪어온 수많은 이야기들이 이미 충분히 고귀한 향기가 되어 주변을 밝히고 있음을 믿습니다. 평온하고 향기로운 한 주 되시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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