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의 안착> 소란이 물러간 자리

조급함이 썰물처럼 빠져나간 자리에 남은 것들

by 숨결biroso나

영혼의 안착, 소란이 물러간 자리에 비로소 보이는 진짜 나의 속살, 조급함이 썰물처럼 빠져나간 자리에 남은 것들.


조급함이 썰물처럼 빠져나간 자리에 남은 것들


어느덧 새해의 1월이라는 이름의 거대한 파도가 휩쓸고 지나갔습니다. 시작이라는 중압감과 무언가 증명해 내야 한다는 의욕이 뒤섞여 몰아치던 시간들. 새해의 첫 달은 늘 우리에게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하곤 합니다. 하지만 2월의 첫날, 창가에 스며드는 햇살의 각도가 미묘하게 달라졌음을 느끼며 깨닫습니다. 이제야 비로소 소란스러웠던 기대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오롯이 나만의 바닥이 드러나기 시작했다는 것을요.


흔히 1월을 한 해의 본질이라 착각하기도 하지만, 사실 진짜 삶의 얼굴은 2월에 나타나곤 합니다. 1월이 화려한 폭죽과 함께 등장하는 선언의 달이라면, 2월은 그 소음이 잦아든 뒤에 남겨진 진실의 달이기 때문이지요. 다이어리 첫 장에 빼곡히 적어 내려갔던 결심들이 조금씩 흐릿해질 때, 우리는 비로소 자책이라는 가시를 품습니다. "벌써 한 달이 지났는데 나는 무엇을 이루었나"라는 질문이 날카로운 바람처럼 마음을 할퀴고 지나가기도 합니다.


저에게 이번 1월은 유독 긴장의 파고가 높았습니다. 직장 내 괴롭힘이라는 차가운 파도에 휩쓸려 잠시 뭍으로 밀려났던 시간들. 그 상처의 기억을 안고 다시 복귀하는 발걸음은 마치 살얼음판을 걷는 듯 조심스러웠습니다. 거창한 성과보다는 그저 새로운 부서에 무사히 연착륙하는 것, 타인의 눈빛에서 더 이상 날카로운 칼날을 발견하지 않는 것. 그것이 제가 1월이라는 바다에 내던진 소박하지만 절박한 닻이었습니다.


다행히 1월의 썰물은 저에게 다정한 풍경을 남겨주었습니다. 새로운 부서에서 마주한 동료들의 미소는 얼어붙었던 마음을 녹이는 볕뉘가 되었고, 걱정으로 밤을 지새우던 시간은 어느새 달콤한 단잠으로 바뀌었습니다. 긴장이 풀린 자리에 마음의 평온이 들어차자 몸도 정직하게 반응하기 시작했습니다. 조금씩 불어난 체중은 어쩌면 제 영혼이 이제야 비로소 안심하고 숨을 쉬고 있다는, 기분 좋은 안착의 증거일지도 모릅니다.


물론 낯선 적막도 있었습니다. 이전의 전쟁터 같던 업무 강도에 비하면 지금의 평온함은 때로 생경하게 다가옵니다. 무언가 더 치열해야 할 것 같고, 더 몰입해야 할 것 같은 예전의 습관이 고개를 들 때면 저는 가만히 숨을 고릅니다. 조금 낮은 강도의 평화조차 어쩌면 제가 누려야 할 마땅한 권리임을, 더 잘 해내야 한다는 압박조차 결국은 내려놓아야 할 욕심이었음을 깨닫습니다.

삶의 파도가 늘 집어삼킬 듯 높을 필요는 없습니다. 잔잔한 물결 위에서 조용히 노를 젓는 법을 배우는 것, 그것이 지금 저에게 주어진 2월의 숙제입니다.


썰물이 빠져나가는 것은 바다가 말라버리는 사건이 아닙니다. 오히려 바다가 품고 있던 가장 깊고 은밀한 속살을 보여주기 위한 비움의 미학입니다. 파도에 가려 보이지 않던 단단한 조약돌과 생명력 넘치는 작은 생물들이 갯벌 위에서 반짝이듯, 우리 삶도 소란이 걷혀야만 비로소 나다운 결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격렬했던 풍랑이 잦아든 자리에 남은 것은 하루하루 무사히 출근하고 웃으며 퇴근할 수 있다는 안도감과 감사함입니다.


2월은 일 년 중 가장 짧은 달입니다. 누군가는 이 짧음을 부족함이라 말하겠지만, 저는 이를 정갈함이라 부르고 싶습니다. 군더더기를 떼어내고 핵심만 남긴 문장처럼, 2월은 우리에게 묻습니다. "너를 숨 가쁘게 하는 것들을 다 떼어내고도 남는 너의 진심은 무엇이니?"라고요.

저의 대답은 이제 명확해졌습니다. 거창한 성공이 아니라, 상처 입지 않은 마음으로 오늘을 살고, 불어난 체중만큼 넉넉해진 마음으로 주변을 돌보는 것입니다.


이제 저는 더 이상 예전의 속도에 나를 맞추지 않기로 했습니다. 2월의 햇살은 차갑지만 투명합니다. 그 투명함 속에서 저는 저만의 숨결로 다시 글을 쓰기 시작합니다. 멈춘 것이 아니라 고르고 있는 것이며, 늦어진 것이 아니라 깊어지고 있는 것임을 믿습니다.

서두르지 않아도 봄은 오고, 우리는 이미 우리만의 보폭으로 충분히 아름답게 나아가고 있습니다. 썰물이 물러간 자리에 남은 이 평온한 고요가 사실은 우리가 그토록 찾아 헤맸던 진짜 시작일지도 모릅니다.



썰물, 그 뒤의 안착


소란하던 파도가
하얀 거품을 물고 돌아간 자리
비로소 드러난 갯벌의 속살은
정직하고도 단단합니다


날 선 시선에 베였던 상처 위로
다정한 볕뉘가 내려앉는 오후
팽팽하던 긴장의 끈을 놓고 나서야
몸은 비로소 안도의 무게를 채웁니다


치열함이 떠나간 적막은
결코 비어 있는 허무가 아니어서
하루를 무사히 살아낸 감사함이
조약돌처럼 반짝이며 고여 있습니다


서두르지 않아도 봄은 오고
짧은 정갈한 문장 사이로
오롯한 나의 숨결이
다시 결을 따라 흐르기 시작합니다.




새해의 시작이 계획대로 되지 않았더라도 괜찮습니다. 썰물이 빠져나가야만 보이는 보물들이 우리 삶엔 늘 존재하니까요.

2월의 투명한 햇살 아래 당신의 진짜 얼굴을 마주하시길요.


조급함이라는 파도가 썰물처럼 빠져나간 자리에는 비워진 허무가 아닌, 우리가 그토록 찾아 헤맸던 삶의 정갈한 진실이 남아 있었습니다.


지난해의 아픈 기억을 뒤로하고 다시 세상 속으로 걸어 들어간 1월이었습니다. 걱정했던 마음이 무색하게 다정한 사람들을 만났고, 몸의 무게가 늘어난 만큼 마음의 짐은 가벼워졌음을 느낍니다. 때로는 낮은 파도가 주는 평온함이 낯설기도 하지만, 이 또한 삶이 제게 주는 선물임을 겸허히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글벗님들도 조급함 대신 나만의 숨결로 새로운 달을 채워가시길 바랍니다.



by 숨결로 쓰는 biroso나.


2월은 1월보다 작지만, 더 깊은숨을 쉴 수 있는 달입니다. 썰물이 남기고 간 자리에 핀 소중한 일상을 하나하나 눈에 담아봅니다. 조급함을 걷어낸 그 자리에 비로소 진짜 계절이 시작되고 있습니다.

서두르지 않아도 우리의 봄은 이미 우리 곁으로 오고 있습니다. 짧아서 더 소중한 이 달에, 오직 자신만의 숨결을 새겨 넣으세요. 하루 하루 무사히 보낸 평범한 일상을 뜨겁게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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