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척>

새 봄의 전령

by 숨결biroso나


언 땅이
제 몸을 뒤척이는 소리 들었는가


달빛은 여전히 칼날이나
마른 뿌리 끝엔
비릿한 물 비린내가 고였다


누가 부르지 않아도
그늘의 밑바닥부터 빗장이 풀리고


처마 끝 낙수 한 방울
마른 흙 가슴에
푸른 점 하나 찍고 간다


가장 단단한 겨울의 심장 한복판에
기어이 초록 발자국 하나 찍혔다.






굳게 닫힌 얼음 문 뒤에서 두드리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면, 어느새 해묵은 눈을 밀어내고 차오르는 푸른 맥박의 진동이 발바닥을 타고 전해져 옵니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이미 알고 있는 찬란한 예감이 공기를 바꾸고, 비워둔 마음자리에 가장 먼저 고이는 햇살은 시린 어둠을 견뎌낸 이에게만 허락된 가장 따스한 첫 번째 인사가 됩니다.

​바람 끝에 묻어온 것은 지난 해 낙엽이 아니라 내일의 풀꽃 향기입니다. 어둠이 가장 깊을 때 새벽이 오듯, 가장 시린 새벽 한복판에 이미 가장 따스한 한 걸음이 닿아 있습니다.






​가장 위대한 시작은 요란한 소리를 내지 않습니다. 흙 속에 손을 묻고 가만히 숨을 죽이면, 이미 만개한 봄보다 더 뜨거운 시작의 고동 소리를 만날 수 있습니다.


아직 창밖은 시린 겨울의 끝자락일지 모릅니다. 하지만 당신의 마음 안에는 이미 보이지 않는 꽃길이 열리고 있습니다. 그 고요한 태동을 믿고 잠시 창문을 열어보세요.


어제와는 다른 바람결이 뺨을 스칠 때, 봄은 이미 우리 곁에 와 있습니다.



​by《그 자리에 핀 마음》 ⓒbiroso나.


봄은 아직 오지 않았지만 숨은 먼저 움직였다
소리는 없었으나 방향은 분명했다
가장 낮은 곳에서 계절은 몸을 틀었다
보이지 않아도 이미 지나간 흔적

어제가 입춘이었죠. 계절은 이미 고비를 넘겼고, 우리는 그저 길목에 서서 다가오는 초록의 발소리를 기다리는 일만 남았습니다. 비워둔 마음자리에 가장 먼저 고이는 햇살을 맞이할 준비를 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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