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전한 나의 온도를 찾아가는 시간

<머그컵의 온기> 조금 식어가는 시간

by 숨결biroso나


머그컵의 온기,
조금 식어가는 시간



창밖이 아직 희미한 회색일 때, 집 안에는 밤의 기운이 조금 남아 있다. 벽시계의 초침이 조용히 움직이고, 냉장고의 낮은 진동이 집 안의 유일한 소리처럼 흐른다.


포트의 불을 켠다.


물이 끓기 전의 시간은 늘 비슷하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처럼 고요하다가, 어느 순간 아주 작은 기포 하나가 올라온다. 그리고 또 하나. 그 작은 움직임들이 천천히 모여 물을 흔들기 시작한다.


사람의 마음도 비슷하다는 생각을 한다.


사람들은 흔히 어느 날 갑자기 지쳤다고 말한다. 갑자기 마음이 식었다고 말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변화는 그렇게 갑자기 찾아오지 않는다. 작은 기포 하나가 올라오듯, 아주 미세한 신호들이 오래전부터 마음의 바닥에서 올라오고 있었을 것이다.


머그컵 하나를 꺼낸다.


유난히 두꺼운 갈색 컵이다. 화려한 무늬도 없고, 모양도 조금 투박하다. 하지만 이 컵을 손에 쥐면 손바닥이 안정된다. 두께가 있는 도자기는 온기를 오래 붙잡는다.


컵에 물을 붓는다.


김이 올라온다.
나는 습관처럼 컵을 잡았다가 곧 내려놓는다.

뜨겁다.
당연하다. 막 끓은 물이다.

그 순간 잠시 멈칫한다. 늘 이런 온도로 살아야 한다고 배워왔기 때문이다.

더 뜨겁게, 더 열정적으로, 더 치열하게.

하지만 끓는 물을 손에 오래 들고 있을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너무 뜨거운 온도는 오래 견디지 못한다.


잠시 시간이 흐른다.


컵의 김이 조금 가늘어진다. 이번에는 컵을 두 손으로 감쌀 수 있다. 손바닥으로 따뜻함이 천천히 번진다. 차는 이제 막 마시기 좋은 온도가 된다.





우리에게도 이런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까?


조금 식어가는 시간.


뜨거웠던 마음이 천천히 가라앉고, 지나치게 차가워졌던 마음이 다시 온기를 찾는 시간.


우리는 종종 너무 뜨겁게 살아야 한다고 스스로를 몰아붙인다. 멈추면 안 된다고 생각하고, 식으면 끝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살다 보면 알게 된다.

사람이 사람 곁에 머물 수 있는 온도는 끓는 온도가 아니라는 것을.

너무 뜨거우면 사람을 데이게 하고, 너무 차가우면 아무도 다가오지 않는다. 사람이 서로의 곁에 오래 머무를 수 있는 온도는 그 사이 어딘가에 있다.


컵을 들고 창가에 선다.


창밖의 하늘이 조금씩 밝아지고 있다. 밤이 물러난 자리에서 옅은 햇살이 천천히 골목을 밝힌다. 차를 한 모금 마신다.


지금의 온도가 좋다.


뜨겁지도 않고 차갑지도 않은, 그저 오래 들고 있을 수 있는 온도.


어쩌면 삶도 그런 것인지 모른다.

끓지 않아도 괜찮다.
조금 따뜻한 정도로도 우리는 충분히 하루를 살아낼 수 있다.

머그컵을 내려놓는다.
손바닥에는 아직 온기가 남아 있다.



오늘 하루는

이 정도 온도면 충분할 것 같다.



.


온전한
나만의 온도를 찾아가는 시간



누구나 자신에게 맞는 온도를 찾아가는 중이다.
누군가는 너무 뜨거웠던 시간을 지나고 있고,
누군가는 오래 식어 있던 마음을 다시 데우는 중이다.

중요한 것은 끓는 온도가 아니라
내가 오래 머물 수 있는 온도다.



온전한 나만의 온도를 찾았을 때, 우리는 비로소 타인에게도 진정한 온기를 건넬 수 있다.


끓어오르는 욕망을 잠재우고, 식어가는 슬픔을 다독이며, 그 중간 어디쯤에서 머무는 일. 그것이 오늘 머그컵 하나를 마주하며 배운 삶의 문장이다.


무리하게 불을 지피지 않아도 괜찮다. 그저 내 안의 따스함이 식지 않도록 가만히 감싸 쥐는 것만으로도, 우리의 하루는 이미 충분히 아름답다.





아침의 머그컵은 늘 같은 자리에서 하루를 시작합니다.
그 작은 사물 하나에도 삶의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끓는 물은 오래 마실 수 없고,
완전히 식은 물은 위로가 되지 않습니다.

사람의 마음도 그렇습니다.
오래 곁에 머물 수 있는 온도.

어쩌면 우리가 평생 찾는 것은
그 온도 하나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늘 아침, 당신의 손에는 어떤 온도의 컵이 들려 있었나요.?
조금 뜨거웠나요, 아니면 이미 식어 있었나요?


지금 마음이 너무 뜨겁다면 잠시 내려놓아도 괜찮습니다.
그리고 너무 오래 식어 있었다면 천천히 데워도 괜찮습니다.

누구나
자신에게 맞는 온도가 있으니까요.





너무 뜨거운 마음은 오래 머물지 못한다.
사람이 사람 곁에 머무는 온도는 생각보다 낮다.


식어가는 시간 속에서

우리는 비로소 자신을 찾을 수 있다.


오늘 당신의 온도가 누군가에게 작은 따뜻함이 되기를.



by 《그 자리에 핀 마음》 ⓒbiroso나.


매일 마시는 차 한 잔에서 삶의 속도를 배웁니다. 우리는 늘 뜨거워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지만, 정작 우리를 살게 하는 것은 식지 않는 은근한 다정함입니다.

머그컵이 전해주는 고요한 위로가 글벗님들의 지친 일상에 작은 쉼표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즐거운 한 주 되세요^^




#일상철학 #머그컵의온기 #인생 #사물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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