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지 못한 마음은 그렇게 무게가 되어
닿을 수 없는 뒷모습
어떤 뒷모습은
이름보다 먼저 나를 부른다.
부르지 못한 말 하나가
목 안에서 오래 머물고
나는 한 걸음도 움직이지 못한 채
이미 지나간 시간을 바라본다.
수많은 인파 속에서
찰나의 각도만으로
누군가를 알아채는 순간이 있습니다.
그 순간,
세상의 모든 소리는
조용히 꺼진 것처럼 사라지고
귓가에는
내 숨소리만
낯설게 또렷해집니다.
발걸음은 먼저 반응합니다.
생각이 따라오기도 전에
이미 몸이 알고 있다는 듯
그 뒷모습을 향해
한 걸음,
그리고 또 한 걸음을 내딛습니다.
부르지 못한 이름이
목 안쪽에 걸린 채
나는 그 사람의 어깨와 걸음을 따라갑니다.
그러다 문득
이성이 나를 붙잡습니다.
차갑고 정확하게 말합니다.
아니야.
그 사람은 이미
네 시간에서 빠져나간 사람이야.
그 한 문장은
발목을 단단히 붙잡고
앞으로 나아가려던 나를
그 자리에 세워둡니다.
나는 결국
그 자리에 멈춰 섭니다.
쫓아가지도 못하고
불러 세우지도 못한 채
그저
사라진 방향만 바라봅니다.
사람들은 여전히 바쁘게 스쳐 지나가고
누군가는 내 어깨를 건드리고 지나가지만
나는 그 안에서 혼자 고요합니다.
그가 떠난 자리에
남아 있는 것은
그 사람이 아닙니다.
그가 두고 간 것도 아니겠지요.
그 자리에 놓여 있는 것은
끝내 내려놓지 못한
하나의 마음입니다.
손에 쥐고 있지도 않으면서
이상하게 어깨를 짓누르는,
보이지 않는데도
분명히 느껴지는 것.
우리는 종종
사람을 그리워한다고 믿습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알게 됩니다.
우리가 붙잡고 있는 것은
그 사람이 아니라
그 사람을 사랑하던
그때의 나라는 사실을.
그 시절의 공기와
그 시절의 온도와
그 시절의 나의 표정.
가장 빛났고
가장 솔직했고
아무것도 숨기지 않았던 나.
그래서 우리는
그 사람을 떠올릴 때마다
사실은
그 시절의 나를 다시 붙잡으려 합니다.
하지만 시간은
한 방향으로만 흐릅니다.
그래서 우리는
앞으로 걸어가면서도
한쪽 어깨에
지나간 계절을 얹은 채
조금씩
기울어진 걸음으로 살아갑니다.
말이 되지 못한 마음은
결국 사라지지 않습니다.
입 밖으로 나오지 못한 채
머물던 감정들은
다른 모습으로
조용히 내려앉습니다.
가끔 아무 이유 없이
숨이 깊어지는 날이 있다면
그건 아마
아직 놓지 못한 마음들이
가만히 무게를 더하는 순간일지도 모릅니다.
가끔
그 모퉁이를 떠올립니다.
누군가는 아무 일 없이 지나갈 길이지만
하나의 계절이
멈춰 서 있는 자리입니다.
끝내 닿지 못한 이름 하나가
아직도 그곳에 서 있습니다.
모퉁이를 돌지 못한 그리움의 무게
낯선 도시의 소음 속에서도 기어이 익숙한 어깨선 하나를 찾아내고야 마는 것은 기적일까요, 아니면 형벌일까요.
수많은 인파 속에서 찰나의 각도만으로 누군가를 알아채는 순간, 세상의 모든 소리는 소거되고 오직 나의 숨소리만이 귓가를 울립니다.
발걸음은 본능적으로 그 뒷모습을 따라나서지만, 이내 이성이 차가운 제동을 겁니다.
이젠
닿을 수 없다는 사실을
그 사람은 이미 내 생의 모퉁이를 돌아 영영 사라졌음을 나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나는 한동안 그 자리에 못 박힌 듯 서 있습니다. 그가 떠난 빈자리에는 미처 내려놓지 못한 무거운 그리움 하나가 덩그러니 놓여 있습니다.
우리는 때로 사람을 그리워하기도 하지만 어쩌면, 그 사람을 투영했던 나의 가장 찬란했던 계절을 놓지 못해 절뚝거리기도 합니다.
말이 되지 못한 마음은 그렇게 무게가 되어 어깨에 내려앉습니다.
떠난 이는 뒤돌아보지 않고 모퉁이를 돌아 사라지지만, 남겨진 나는 그 모퉁이 끝에서 여전히 무거운 마음을 들고 서 있습니다.
어쩌면 사랑보다 긴 것은, 그 사랑이 남긴 무게를 견뎌내는 시간인지도 모릅니다.
사라진 것은
그 사람이 아니라,
그 사람 곁에 서 있던
나였다.
돌아갈 수 없는 것은
시간이 아니라
그때의 나였다.
군중 속에서 문득 멈춰 서게 만드는 기억들이 있습니다. 그것은 미련이라기보다, 우리 삶을 지탱해온 어떤 절실한 흔적들일 것입니다.
내려놓지 못한 그 무거운 마음을 억지로 버리려 애쓰지 마세요. 그 무게만큼 우리는 누군가를 진심으로 품었었다는 뜻이니까요.
오늘 그 그리움이 아픔이 아닌, 다정한 온기로 남기를 바랍니다.
어쩌면 우리는
떠난 사람을 붙잡고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자리에서
자라고 있는 마음 하나를
지켜보고 있는지도 모른다.
당신에게도
그런 자리가 있나요?
지나가다가
문득 멈춰 서게 되는 자리.
아무도 모르게
마음 하나가 피어나고 있는 자리.
그곳은
당신이 진심으로 살아낸 시간의
가장 따뜻한 흔적입니다.
어떤 마음은
끝내 사라지지 않습니다.
지워지지 않아서가 아니라,
그 자리에
다른 모습으로 살아남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때때로 멈춰 서고
아무 이유 없이
그 자리를 오래 바라보게 됩니다.
그건 미련이 아니라
한 시절을 온전히 살아낸 사람이
남기는 가장 조용한 증거입니다.
찰나의 뒷모습에 멎어버린 숨을 가만히 고릅니다.
닿을 수 없음을 알기에 발걸음은 더욱 무거워집니다.
모퉁이를 돌아 사라진 이보다, 남겨진 마음이 더 오래 머뭅니다.
by 《그 자리에 핀 마음》 ⓒbiroso나.
여전히 들고 서 있는 그 무거운 그리움은, 당신이 얼마나 따뜻한 사람인지를 말해주는 증거입니다.
사라진 사람보다 남겨진 마음이 더 오래 머문다.
보이지 않는 무게가 오늘의 나를 지탱하고 있다.
우리는 서로를 끝내 다 알 수 없기에
남겨진 마음으로 다시 살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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